藝文史 展示室

아름다운 우리의 떡살

yellowday 2013. 9. 22. 04:05

우리 음식문화의 격조를 대변하는 떡살 문양

 

떡살의 문양에는 선, 원, 꽃, 초문, 당초문, 초화문, 물고기, 나비, 칠보문, 귀갑문, 구름문, 연화문, 천도, 석류, 박쥐, 포도, 모란, 국화, 송, 죽, 매,

란, 민화문, 뇌문, 파문, 완자, 거치문, 기하학문, 와문, 십장생, 칠보문, 태극문, 수레차문, 격자문, 창살문, 석쇠문, 길상문양 등을 많이 쓴다.

단오 날은 수레문양, 물고기눈문양, 잔치에는 꽃문양, 길상문양, 기하학적인 문양 등을 많이 사용하였다.

 

사돈이나 친지에게 보내는 선물용으로는 길한 문양을 넣어 기름하게 만들었다. 큰잔칫날에 여러 사람이 모여 떡을 만들 때나,

남의집떡살을 빌려다가 사용할 때 바뀌거나 잊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름이나 주소를 새겼다.

 

문양이 뜻하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거치문(톱니모양) 문양은 부귀와 길경吉慶, 다손多孫을 뜻하며,

이화문은 줄기를 옆으로 늘어뜨린 형태의 배꽃 모양으로 이씨 집안에서 많이 사용하였다.

목단은 부귀, 국화는 장수, 파도는 조정朝庭, 물고기, 학, 거북, 사슴, 복숭아는 장수長壽, 박쥐는 오복五福과 다산多産,

나비는 기쁨이나 금슬琴瑟, 물고기 눈과 길상화문吉祥花紋은 만사여의萬事如意를 비는 의미를 가진 문양이다.

신년을 의미하는 문양으로는 차꽃茶花, 소나무, 매화나무가 있고, 축복과 극락정토를 뜻하는 연꽃, 자손의 번영과 부귀를 상징하는 포도,

좋은 친구관계를 의미하는 세한삼우(송, 죽, 매), 다산을 의미하는 석류문, 거치문, 와문 등이 있으며, 축수(천수)를 의미하는 대나무,

효를 상징하는 죽순, 문자로는 부귀富貴, 다多, 남男, 수壽, 복福, 강康, 영寧, 길상여의吉祥如意등 떡살과 다식판에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하학문幾何學紋은 이른바 알 무늬라 불리며 장생과 더불어 도야(陶冶:훌륭한 인격과 재능을 갖추려고 몸과 마음을 닦음을 이룸)를 상징하며,

자연 숭배 사상에 충효 사상까지 생각하였다.

선문線紋, 원문(태양과 태양숭배)을 기본으로 뇌문雷紋, 태극문太極紋, 만자문萬字紋, 파문芭紋등이 있고 떡살무늬의 대부분이 선문線紋이다.

또한 문자문文字紋에는 경사로움을 강조하기 위하여 쌍희(囍)를, 아亞, 용用, 전田, 병餠, 미米자는 만대만년을 뜻하며,

완자(卍) 무늬는 기쁨이 거듭되길 기원하여 연속적 사방무늬로 도안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영원불멸의 회전하는 태양太陽의 상징이나

종교적 의미가 동시에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상징적인 동물인 현무, 주작, 봉황, 용은 사신四神의 의미로 먹는 음식에 등장하지 않으며 호랑이 또한 산신山神의 의미로

 떡살과 다식판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이러한 무늬들은 산신제나 용왕제의 제물로 사용하였다.

 

기념 명문으로는 결혼에는 석류나 포도, 나비, 박쥐, 원앙 등으로 아들 딸 많이 낳고 복 받기를 기원하는 무늬를, 백일에는 파초, 파문, 잉어를

회갑에는 수복문자나 국화, 나비, 박쥐, 국수, 빗살, 십장생, 팔괘 무늬를 새긴 좋은 의미를 지닌 예쁜 떡살을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기념으로 선물한 것에는 문양 외에도 선물한 사람의 이름을 새겨넣기도 하고, 예전에는 혼수품에 떡살과 다식판을 준비하여 보내기도 하였다.

무심한 흰떡에 살을 박아 넣은 것은 단순히 떡으로 배를 채우는 것 보다 한 걸음 나아가 먹는 음식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우리조상의 지혜와

미적 감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길흉사시에 참기름 바른 절편을 요철의 성형으로 미끄러지지 않게 높이 고일 수 있고, 무늬의 분류 선에 따라,

먹기 좋은 분량으로 자를 수 있도록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또 다른 절실한 의미가 그 기반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다식판, 규칙이 담긴 정교한 문양


다식은 차를 마실 때 곁들여 다담상茶啖床에 올리거나 잔칫상에 색을 맞추어 예쁘게 쌓아 올린 채 등장한다. 관, 혼, 상, 제 등의 행사가 있을 때는

으레 다식을 만들었으며 이들 용구는 대를 물리면서 보관, 사용하였다. 다식판은 다식茶食의 재료를 조합하여 박아낼 때 쓰는 판을 말하며

길이는 30~60㎝ 넓이 5~12㎝, 두께 5~6㎝의 크기로 위, 아 래 두 쪽의 판으로 나뉜다.

아래쪽 판에는 2.0~2.8㎝ 가량의 둥근 모양이 5~30여 개 정도 볼록하게 솟아있고, 표면에는 수, 복, 강, 영 또는 완자문, 꽃 등의 문양을 음각으로 새긴다.

둥근 원은 우주를 의미하며, 원의 가장자리에 올록볼록한 모양은 지구 주위의 15개의 별자리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형태는 도장처럼 만들어 다식을 박을때위에서 눌러 찍어 양쪽에 문양이 새기도록 하여 다식을 괼때 서로 붙지 않도록 하였다.

물고기와 차 잎 모양의 다식은 다식을 괸 양옆으로 장식하였다.

 

한편, 다식판과 떡살의 겸용 형태도 있는데, 한 개로 두 가지의 역할을 겸하게 하려는 목적에서인지 대체로 전문적인 조각들도 보이고,

어떤 것은 급한 김에 떡살에 다식판 몇 개를 파 넣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장인의 손으로 만든 훌륭한 떡살과 다식판도 있지만

시골 아낙네들이 만든 소박하고 어설픈 떡살이나, 방망이에다 빗살 무늬나 국수무늬를 새긴 것도 보인다.

떡살의 현대적 가치와 가능성


산업화와 기계화로 치닫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손으로 만든 생활도구들은 자취를 감추어가고, 똑같은 크기와 형태 갖춘 대량생산품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다. 음식조차도 인스턴트식품들이 등장하여 일일이 찌고 떡메로 쳐서 만드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백화점에서 포장된 떡을

사먹을 수 있다. 그나마 떡은 그맥을 잇고 있지만 다식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떡살과 다식판에는 전통문양에서 다루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문양들이 나타날 뿐 아니라, 다양한 변용變用과 탁월한 조형성造形性으로

전통 문양 연구의 근간을 제공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의 미로 상태에 있는 문양의 연구가 선사시대의 암각岩刻이나, 벽화, 기와, 동경銅鏡,

능화판陵花板, 자수刺繡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문양이 발견되는 떡살 문양을 통하여 종합되고 완성되어 가리라 믿는다.

떡살과 다식판의 문양들은 한민족의 심성을 꿰뚫어 흘러온 것으로 오늘의 우리들에게도 동일한 심성으로 다가온다. 비록 떡살과 다식판의 기능은

미미해졌지만 요즘에 와서 많은 공예작품으로서의 관심과 생활도구로서의 사용이 늘고 있다.

그 문양들을 응용미술이나, 디자인에 채택하여 현대화된 문양으로 발전시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닷

 

글·사진. 김규석 (목산공예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