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08 04:00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따위에 빠짐없이 언급되는 곳들이 있다. 대개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하고 구태여 말이 필요없는 곳들이다. 미국 서부 애리조나주에 그런
곳들이 많다. 시간이 멈춘 곳이 있고, 색과 빛이 멎어 있는 곳이 있다. 심지어 창조를 마친 신이 살고 있다는 도시도 있다.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은 공간들이다.
애리조나는 피마족(族) 인디언 말로 ‘작은 샘터’라는 뜻이다. 이 작다는 샘의 면적은 한반도보다 큰 29만5234㎢다. 너른 땅에 살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과
전쟁에서 패해 보호구역으로 쫓겨갔다. 그들의 성지(聖地)들은 관광지로 변했다. 자, 관광객들의 숨을 멎게 만드는 광대무변한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내비게이션이라는 문명의 이기(利器)만 있으면 언어가 불편해도 이 너른 땅을 자유롭게 자동차로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추천 코스
샌프란시스코(혹은 로스앤젤레스 입국)―라스베이거스(1박)―(자이언 캐니언)―페이지(3~4박·앤텔로프캐니언―모뉴먼트밸리)―
그랜드 캐니언(1박)―세도나(1~2박)―피닉스(1박·출국)
빛 속으로: 앤텔로프 캐니언(Antelope Canyon)
읽기 전에 여기를 일단 클릭해보시길. 당신의 모니터가 예술로 변하지는 않았는지.
이렇게 앤텔로프 캐니언은 전세계 사진가들의 로망이 되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북동쪽으로 세 시간 거리, 페이지(Page)라는 작은 도시 근교에 있다. 세 시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목격했던 현대 문명과 인공 조명대신 태고의 신비가 기다린다. 사진이 빛의 예술이라면, 앤텔로프캐니언에는 바로 그 빛이 창조한 세계가 있다.
‘나바호 샌드스톤(Navajo Sandstone)’이라는 붉은 사암지대를 수백만 년 동안 물길이 갈고 씻어내리며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 계곡, 하면 흔히
산과 산 사이를 생각하지만, 이곳은 지표면에 솟아오른 거대한 언덕이다. 비가 쏟아지면서 언덕이 갈라지고 아래로 길다란 동굴이 만들어졌다.
갈라진 틈으로 쏟아지는 햇빛과 붉은 바위가 만나 매 순간 달라지는 빛과 색을 창조한다. 시쳇말로 “눈 감고 찍어도 그림엽서가 되는” 덕택에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온다. 1979년 한 나바호 인디언 소녀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하는데, 관광지를 신비화하려는 전술일 가능성이 크다.
나바호 보호구역 안에 있고, 나바호족은 이를 성지로 여긴다. 그래서 나바호족 가이드투어만 가능하다. 일반 관광은 35달러,
시간 여유를 주는 사진촬영 투어는 80달러. 바흐의 하프시코드곡을 들으며 가상 여행을 즐겨보시라.
앤텔로프 캐니언 슬라이드쇼 보기
보너스1 호스슈벤드(Horseshoe Bend)
앤텔로프 캐니언에서 승용차로 20분 떨어지 곳에 있는 지형이다. 한국 하회마을 혹은 영월 동강이나 예천 회룡포처럼 강이 태극무늬처럼 휘어 흐르면서
만들어진 지형이다. 지평선이 보이는 대평원이 갑자기 푹 꺼지고 이런 풍경이 나타난다.
페이지가 있는 콜로라도고원은 평균 고도가 1500미터다. 이 고원을 깎아내고 흐르는 콜로라도 강이 페이지에 이르러 크게 휜다.
그게 이 호스슈벤드, 우리말로 말굽 물돌이동쯤 되겠다. 이 강이 흘러흘러 저 남쪽 그랜드캐니언을 관통하게 된다. 호스슈벤드는 꼭대기부터 강까지 400m다.
그런데 철책도, 경고판도 없으니 쿨하기 짝이 없다. 역시 바흐의 하프시코드와 함께 풍경을 감상해보시라.
호스슈벤드 슬라이드쇼 보기
보너스2 자이언 캐니언
라스베이거스에서 페이지로 가는 길에 만나는 작은 계곡이다. 모르몬교도들이 이 계곡에 정착하면서 ‘자이언’, 그러니까 시온땅이라는 기독교식 이름을 붙였다.
다른 캐니언들에 비해서 극적인 맛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평온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일주일 입장료 25달러. 기왕 자이언 캐니언에 가게 된다면,
캐니언을 통해 페이지로 나가는 산악드라이브도로는 반드시 즐겨야 한다. 온통 분홍빛 대지가 차창을 스친다. 홈페이지는 http://www.nps.gov/zion/
그리고 시간이 멎은 땅: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작은 마을 페이지는 반경 200㎞ 내에 계곡이 널려 있다. 대표적인 곳이 나바호족 부족 공원인 모뉴먼트 밸리다. 북동쪽 유타주와 접경 지대에 있다. 존 웨인의 서부영화들, 혹은 ‘델마와 루이스’, 혹은 ‘포레스트 검프’, 혹은 ‘백투더 퓨처3’. 공통점은 모뉴먼트 밸리가 등장한 영화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로 모뉴먼트 밸리 국립공원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시간’이다. 1억6000만년 전 바다가 퇴각한 직후부터 사암 고원지대가 허물어지며 남은 것이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산들이다. 억겁 세월과 무관하게 지구상에 존재해온 바위산들이다. 그러니 해가 뜰 때, 해가 질 때, 해가 머리 위에 있을 때, 해가 사라지고 천둥 번개가 칠 때 그 어떤 때에도 바위산은 당연히 자리를 지키고, 사람들은 그저 꼬물거리며 넋을 잃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공원 내 총연장 28km 비포장도로를 차를 몰고 다니면 최소 두 시간이 걸린다. 입장료 5달러.
거대한 평원에 해가 떨어지는 마지막 ‘예술가의 자리(Artist Point)’에서 맞는 석양은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석양을 뒤로하고 안내센터로 돌아오면 별이 쏟아지는 바위산을 볼 수도 있다. 장엄하다? 위대하다? 그런 단어가 떠오르게 된다.
존 웨인부터 예술가의 자리까지 앉은 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는 영상, 클릭하시라.
배경음악은 이번에도 바흐.
모뉴먼트 밸리 슬라이드쇼 보기
광대무변한 공간: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그리고 그랜드 캐니언으로 간다. 해발 1500m가 넘는 콜로라도고원을 흐르는 강이 만든 계곡이다.
너무 유명해 더 첨언할 게 없는 계곡이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커도 너무 크다. 코앞에 보이는 건너편을 얕보고 내려갔다가 2박3일 동안 실종된
한국인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입장료 25달러의 가치는 충분하다. 자연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0.1초면 만끽할 수 있다.
신이 사는 도시: 세도나(Sedona)
신이 그랜드 캐니언을 창조한 뒤 살고 있는 곳이 세도나라는 말이 있다. 서부시대 이 마을을 개척한 부부 이름을 딴 이 도시는 미국 부자들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다.
등록 인구 1만명 중 절반이 별장을 가지고 있는 이 도시에 해마다 100만 명이 찾아온다. 대개 애리조나 캐니언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다.
울창한 숲과 붉은 바위산, 풍부한 계곡수, 온화한 날씨(살인적인 7월 더위만 피하면 된다), 발달된 기념품점, 그리고 이따금 출몰하는 UFO,
지구상에서 기(氣)가 제일 강하다는 볼텍스(Vortex) 4개소, 이를 좇는 뉴에이지 그룹과 예술가 집단.
세도나는 흔히 상상하는 보통 도시와 차원이 다르다. 작년 12월 21일 마야력에 따른 지구 종말을 맹신한 집단 21명이 다운타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벨록에서 뛰어내리려다가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이후 지금까지 수시로 헬기가 주변을 선회한다.
여행 수첩
여기에 소개한 장소들은 대부분 이 사이트에서 개요를 볼 수 있다. 애리조나 공식 관광안내사이트도 훌륭한 참고사이트다.
드라이브
애리조나는 광활한 땅에 비해 도로가 복잡하지 않아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가이드 없이도 독립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렌터카회사 허츠(hertz.co.kr) 자체 내비게이션은 한국어 안내도 한다. 마일 단위를 킬로미터 단위로 바꿔서 안내하기도 한다.
단, 예약할 때 미리 내비게이션을 신청할 것. 주요 국제공항은 렌터카 출고지점이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야 할 정도로 떨어져 있으니 주의한다.
도시별 맛집
tripadvisor.co.kr 사이트 참고. 세계 각국 여행자들이 순위를 매긴 맛집 정보사이트. 한글판도 있다.
항공편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까지 직항. 이후 라스베이거스 혹은 피닉스로 국내선 환승. 이후 렌터카를 이용해 여행을 마치고 역방향으로 귀국.
인천공항~미국편은 항공사에 따라 탁송화물 제한이 있으니 유의할 것. 2개 이상은 1개당 100달러 이상 탁송료가 붙는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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