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불타는 설악산
설악을 가다.
1988년 10월1일
88 올림픽 폐막식이 있던 황금 연휴라 우린 설악산 등산을 하기로 하였다.
1박2일!
부산에서 설악산을 갈려면 아침 일찍 관광버스를 타고 출발하여 동해안을 따라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경주, 영덕을 지나 점심을 먹고 관동팔경(죽서루, 오죽헌, 의상대, 경포대,낙산사,등 )을 두루
구경을 하고 드디어 설악산 아래 마을인 오색약수터에 저녁 먹을 때 쯤에 도착하였다.
여장을 풀고 내일 산행을 위해 간단히 한 잔씩하고 일찍암찌 잠자리에 들었다.
모두들 서둘러 새벽 6:00시에 일어나 행장을 차리고 충분한 간식과 점심을 챙겨
대청봉을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오르는 길이 아무리 가파르고 힘들어도 내색 한 번 못하고 일행들은 잘도 걸어 올라 간다.
대청봉 팻말이 보일때쯤이 11:30분경,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숙소에서 준비해준 도시락을 먹고 한 숨을 돌렸다.
시기는 10월 초였지만 높은 곳이라 추위가 온 몸을 엄습하였다.
그리곤 능선을 따라 오면서 정상에서 느끼는 희열을 만끽하며 산을 덮고 있는 구름과 단풍숲을
헤쳐가며 능선을 따라 걸었다. 길 양쪽은 깍아 지른듯한 절벽이라 조심 또 조심하여 가며
드디어 휘운각 대피소에 다달았다.
저녁을 먹고 다시 양폭을 향해 하산길에 접어 들었다.
마치 갑자기 쏟아지는 빗물이 지리산 대운사 계곡에 갑자기 불어난 황톳물처럼,
끝없는 인파속에 이 한 몸이 섞이면서, 요지부동이 되었다.
1m 를 전진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면 누가 믿겠는가?
인산인해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러자 어두워져 날은 저물고,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옴짝달싹을 못하고 물결에 밀리는 힘없는 孤舟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떤 객들은 텐트를 치고 아예 산에서 留(유)하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얼마 되지 않은 거리를 자정이 되어서야 양폭에 도착하였다.
하늘엔 달도 없는 칠흑같은 그믐밤이었다.
두려움이 온 몸을 엄습하고 약간의 공포 분위기가 조성될 즈음,
등산객중, 산악회 회원들이 앞장서서 질서를 잡기 시작하였다.
후래쉬 하나에 7명씩 조를 짜고, 그리고는 양폭을 로프를 잡고 건네 주었다.
그때의 스릴은 지금도 등에 땀이 흐를 지경이다.
천불동 계곡 철 난간을 건너 내려오면서 뒤돌아본 광경은,
설악산을 일부러 야간 산행을 하지 않고서는 볼수 없는 전무후무한 장관이리라.
후래쉬 불이 마치 도깨비불처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까딱 까딱 내려 오는 모습!
그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天上임을 느꼈었다
.
그 고운 단풍도, 기암괴석도, 눈으론 볼 수없는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그나마, 랜턴으로 수 놓은 천불동을 보고 가노니 아마 그게 더 장관이 아니었나
지금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레이져 쇼가 여기서 부터 나온게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가슴이 벌렁 벌렁 뛰고 있으며,
얼굴은 설악산 단풍처럼 붉게 타 오르고 있답니다.)............계속
10'5/20 yellow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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