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천불동 계곡
불타는 천불동 계곡
양폭을 자정쯤에 건너다.
7인 1조로 엮어 하산을 하던 등산객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두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제각기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재잘거리는 소리만이 멀리에서 산새 지저귐처럼 들려울뿐이었다.
그래도 그때까진 후랫시가 파워를 발휘해 희미하나마
바로 코 앞은 안내를 해주고 있어 다행이었다.
한참을 돌뿌리에 차이고 나뭇가지에 걸리며 내려 오다 보니
희미하던 랜턴마져 우리를 배신한다.
이제 어쩔거나!
배낭속에 들어 있던 간식꺼리며 물, 이 모든게 동이 났다.
먹을것도 마실것도 없으니 그때 부턴 입술이 부어 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은 이미 새벽을 달리고 있었다.
장갑은 구멍이 나고 신발은 흙투성이가 되고~~~~~
이 무슨 피난민 같은 행색이란 말인가
온통 땀에 범벅이 된 지친 몸을, 마치 눈 썰매를 타듯, 길을 엉덩이로 더듬으며,
길인지도 모르고 밤을 새워 걷고 있는 것이다.
아니 기고 있는것이다.
이제 인적이라고는 끊겨지고. 이따금 바람소리만 스산히 나뭇가지를 흔든다.
목이 말라도 물 한방울을 먹을 수 없었으며, 배가 고파도 허기를 채울게 없었다.
캄캄한 그믐 밤을 우린 허우적 대며 장님 뭐 더듬듯 그렇게 기어 내려 오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설악산 단풍은 아예 보지도 못하고,
그 아름답다는 천불동 계곡을 그렇게,
걷는다기 보다 냅다 굴러서 또 굴러서 내려왔다.
드디어 비선대가 가까워 옴을 감지 하면서~~~
어느새 길이 차츰 평탄해짐을 느꼈다.
경험으로 보아 거의 다 내려 온것 같았다.
너무나 힘들어 비선대 산장에 들어가 눈을 좀 붙일려고 했더니
이미 콩나물 시루가 되어 있었다.
와중에도 산울 좋아 하는 객들이기에 동지애를 발휘하여 자리를 조금씩 내어 준다.
배낭을 안은채 쭈그리고 앉아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설악동엘 갈려면 아직도 많이 걸어야 한다.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는 아침 7:00시에 출발이다.
1시간가량을 더 걸어,겨우 도착하자마자, 세수할 새도 없이
버스는 강원도 고성에 있는 통일 전망대를 향하여 북으로 달렸다.
창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통일 전망대고 뭐고 일행들은 모두가 초주검이 되어 버렸다.
다음에 꼭 다시 와 봐야지 다짐하며~~~
그 후에 다시 기회를 얻어 천불동, 백담사, 봉정암. 오세암, 한계령, 미시령등
설악의 숨겨진 비경을 샅샅이 뒤져 보았다.
그 날의 설악산 산행은 꿈에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결국 25시간의 긴 등반(?)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실제 설악산 종주 하는데(우리가 걸은 코스) 소요되는 시간은 11-12시간이다.)
참고: 설악산의 유래
1. "한가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이듬해 여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없어지기 때문에" 늘
눈에 덮혀 있다는 뜻으로 雪岳山으로 불린다고 한다.
2."봉우리마다 바위가 줄을 지어 섰는데 그 빛깔이 눈같이 희기 때문에 설악산으로 불린다고도 한다.
3. 우리나라의 옛말이 '살'은 신성함, 숭고함, 순결함 또는
생명을 뜻했는데 그 말이 산이라는뜻의 뫼와 붙어서 살뫼가 되었다가 한자로 적을적에
그 소리나 뜻을 쫓아서 '설악산'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10'5/25 yellow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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