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잠깐 쉴까? 그녀가 단추를 풀자 텐트가 나타났다

yellowday 2013. 7. 8. 06:24

 

입력 : 2013.07.08 03:04

['에스모드 서울' 학생들, 新개념 아웃도어를 제안하다]
베개·의자·침낭·앞치마…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옷, 신체 교정되는 티셔츠도
아웃도어 의류 전문가들 "학생 발표라 쉽게보면 오산… 오히려 우리가 배우고 간다"

열여덟 명의 심사위원은 "구장득주(求漿得酒)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식초를 구하려다 술을 얻었다, 한마디로 기대 이상이었다는 얘기다.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패션 전문 교육 기관 '에스모드 서울(Esmod Seoul)'에선 작은 워크숍이 열렸다. 학생 100여명이 작품을 내놓고, 현직 패션 회사 대표와 디자이너들이 이를 심사하는 자리였다. 주제는 'SNS'. 소셜네트워킹서비스가 아닌 '스포츠와 스타일(Sports and Style)'의 약자다. 새로운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를 학생들이 직접 론칭하고 제안한 것이다. 3시간 넘게 작품을 둘러보고 평가한 심사위원들은 "학생 작품 발표회라고 생각하고 봤다가 큰코다쳤다"며 웃었다. '화승'의 이미경 본부장은 "기발함과 재치가 번득인다. 도리어 우리가 많은 걸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망토로도 텐트로도 쓸 수 있는‘이 컴퍼스’의 옷. 곳곳에 숨겨놓은 끈을 당기거나 조이면 옷의 선(線)이 자유자재로 바뀐다
망토로도 텐트로도 쓸 수 있는‘이 컴퍼스’의 옷. 곳곳에 숨겨놓은 끈을 당기거나 조이면 옷의 선(線)이 자유자재로 바뀐다. /에스모드 서울 제공
망토는 텐트로, 가방은 앞치마로

대상을 받은 '이 컴퍼스(e.Compass)'의 작품은 재기 발랄함의 결집이다. 등산이나 캠핑할 때 입기 좋은 옷을 만들면서도 구석구석 반짝이는 디테일을 숨겨 놓았다. 옷깃은 바람을 넣으면 목 베개가 된다. 조끼는 접이식 의자가 되고, 망토는 나뭇가지에 걸면 1인용 그늘막 텐트가 된다. 옷 안엔 머리에 쓸 수 있는 후드와 가방이 숨겨져 있다. 가방의 똑딱단추를 풀면 앞치마가 변한다. 바지는 밑단 단추를 풀면 발목을 덮는 가벼운 침낭이 된다. 학생 한 명이 "한강에서 쉬어가고 싶은데 돗자리가 없다고요? 걱정 마세요! 단추만 풀어주면 됩니다!"라고 외치자 심사위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1인용 텐트로 변하는‘리
커매스’팀의 점퍼(사진 왼쪽)와 어깨·허리 교정 기능
이 있는‘리셋.2.0’팀의 운
동복(사진 오른쪽). /에스모드 서울 제공
1인용 텐트로 변하는‘리 커매스’팀의 점퍼(사진 왼쪽)와 어깨·허리 교정 기능 이 있는‘리셋.2.0’팀의 운 동복(사진 오른쪽). /에스모드 서울 제공
운동 시 입는다? 입으면 운동 된다

최우수상을 받은 '리셋.2.0(RESETT.2.0)'은 과도한 운동 탓에 통증을 느끼거나 각종 디스크로 고생하는 현대인을 위해 만든 신체 교정 브랜드다. 밴드와 압박 소재를 교차해 만든 웃옷을 입으면 굽었던 어깨도 자연스럽게 펴진다. 가공된 알루미늄판을 삽입해 굽은 허리도 지지해준다. 남성복 티셔츠는 일종의 '테이핑' 기능을 갖췄다. 운동할 때 일부러 몸에 테이프를 붙이고 근육 운동을 하는 남자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티셔츠를 입고 팔을 움직이면 평소보다 근육이 더 자극돼 운동 효과가 커진다.

자전거 출근族 위한 옷

우수상을 받은 '0428(OIVIIVIII)'과 '바이키(BY:ke)'는 모두 자전거 출근족(族)을 겨냥한 옷을 내놨다.


	바지 엉덩이 부분에 특수 소재를 덧붙인‘바이키’팀(사진 왼쪽)과 꽃이나 나뭇잎 프린트를 옷과 신발에 활용한‘라 돈나 벨라’팀(사진 오른쪽).
바지 엉덩이 부분에 특수 소재를 덧붙인‘바이키’팀(사진 왼쪽)과 꽃이나 나뭇잎 프린트를 옷과 신발에 활용한‘라 돈나 벨라’팀(사진 오른쪽). /에스모드 서울 제공
'0428'은 언뜻 보면 단정한 평상복 같지만, 뜯어보면 곳곳에 저지나 특수원단을 부착해 자전거를 타도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었다. 비 올 때도 가방을 메고 웃옷 자락만 내려주면 가방이 전혀 젖지 않는 식이다. '바이키' 팀은 남자들이 자전거 탈 때 가장 고민되는 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다. 자전거 전용 바지는 대개 입고 다니기 민망하다. 웃옷 밑단이 길게 내려오도록 디자인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평상복 바지처럼 보이지만, 힙과 종아리엔 스트레치 원단을 부착해 편하게 탈 수 있도록 한 옷도 있다. 군복 무늬와 영국식 정장에 많이 쓰는 체크무늬를 혼합해 프린트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