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03 18:29 | 수정 : 2013.07.03 18:32
- 신라 금관총 환두대도에 새겨진 이사지왕(爾斯智王) 글자/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이 3일 밝혔다. 신라무덤에서 왕명(王名)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날 “‘이사지왕’은 신라 금석문(金石文·쇠로 만든 종이나 돌비석) 등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신라식 표기”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이 명문은 금관총의 주인이 누군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이 명문을 “조선총독부 박물관 자료 공개 사업 일환으로 고리자루큰칼을 보존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발견된 ‘이사지왕’ 명문은 칼집 금속부에 새겨져있다. 하단 앞뒷면에 ‘爾斯智王(이사지왕)’ ‘十(십)’이, 칼집 상단에 ‘爾(이)’가 쓰여있다.
박물관은 그러나 “‘이사지왕’이란 명문은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三國遺事)’, 금석문에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는 어떤 왕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금관총의 주인공으로 당시 신라 최고 지배자였던 마립간(麻立干·내물왕~지증왕) 중 한 명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현재 자료로선 한계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사지왕’이란 명문이 당시 ‘왕’으로 불렸던 고위귀족 중 한 사람이라는 의견도 있다. 포항 냉수리 신라비(503년 건립)에서 발견된 글자
‘차칠왕등(此七王等)’에서 보듯, 신라에서 마립간(왕)이 아닌 고위귀족도 ‘왕’으로 불렀다는 해석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이사지왕’이 신라시대 6세기 전반까지 마립간(왕)을 비롯해 마립간 아래 갈문왕, 간지(干支)를 가진 고위귀족도 ‘왕’으로
불렸다는 일부 학계의 연구를 지지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국립중앙박물관은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금관총·천마총 등 지금까지 금관(金冠)이 출토됐던 신라무덤을 마립간(왕)의 무덤으로 규정한 기존 수많은 국내외 연구가 재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금관은 왕과 고위귀족이 함께 사용했으며 왕만의 상징물은 아니었다’는 일부 학설도 뒷받침해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박물관은 “현재 진행 중인 미공개 자료 조사 사업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하고, 소장품에 대한 보존처리와 관리 방안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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