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78] 청자사자뚜껑향로

yellowday 2011. 4. 5. 22:00

모처럼 우체국에 가서 책을 부치는데 1000원짜리 우표의 도안이 청자사자뚜껑향로(국보 60호)여서 퍽 반가웠다. 이 향로는 12세기 전성기 때의 비색(翡色) 청자로 빛깔이 매우 아름답다. 화로 모양의 몸체에는 구름무늬가 새겨져 있고 뚜껑은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서 입을 벌린 채 앞을 보고 있는 사자의 모습이 아주 생동감 있게 조각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산예라는 상상의 동물이지만 이미지는 사자로 통한다.

이 향로는 송나라 서긍(徐兢)이 '선화봉사 고려도경(宣和奉使 高麗圖經)'에서 말한 것과 비슷하여 각별히 주목받는 명품이다. 서긍은 인종 원년(1123)에 휘종황제 사신의 일원으로 고려에 와 한 달간 머무르고 귀국한 뒤 이 책을 저술하여 황제에게 바쳤다. 선화는 휘종의 연호다. 휘종은 크게 기뻐하며 높은 벼슬까지 주었다.

그는 300여 항목을 그림까지 곁들이면서 증언하였다. 아쉽게도 그림은 전하지 않는다. 그 중 그릇(器皿)이라는 항목을 보면 "도자기의 빛깔이 푸른 것을 고려인은 비색이라고 하는데, 근래에 들어와 제작 솜씨가 공교해졌고 빛깔도 더욱 아름다워졌다"면서 그가 본 사자뚜껑향로는 휘종 때 관요인 여주요(汝州窯) 청자와 비슷하다고 했다. 고려청자를 송나라 청자의 최고봉인 여주요와 어깨를 나란히 해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향로의 사자는 뚜껑의 가운데가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쳐 앉아 있다. 이건 실수가 아니라 분명 계산된 치우침인데 그 이유를 좀처럼 알 수 없다. 우표를 보는 순간 이 궁금증이 다시 일어났다. 유물은 오직 말을 걸어오는 사람에게만 대답해준다고 한다.

추석 연휴를 맞아 박물관에 가서 다시 한 번 이 향로를 살펴보니 문득 향 줄기가 새어나오는 사자의 입을 향로의 가운데에 맞추기 위한 기능적 배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이 나만의 생각인지, 자꾸 귀찮게 물어보니까 사자가 답을 내려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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