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77] 백제의 상아 바둑알

yellowday 2011. 4. 5. 21:59

일본 도다이지(東大寺)의 쇼소인(正倉院)은 8세기 중엽에 지은 일본 왕실의 보물창고로 756년, 쇼무(聖武)천황이 죽자 고묘(光明)황후가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49재에 맞추어 헌납한 유품 600점이 소장되어 있다. 고묘황후는 이후에도 세 차례에 걸쳐 기증하였고 이것이 헌물대장(獻物臺帳)에 기록되어 있다. 쇼소인은 1946년부터 해마다 가을이면 이 유물들의 일부를 공개해 와 올해도 10월 26일엔 국립나라박물관에서 제62회 특별전이 열린다.

1950년대 쇼소인 특별전에는 '신라장적(新羅帳籍)'이라 불리는 신라의 고문서가 전시되어 큰 화제로 된 바 있는데 1998년 특별전에는 백제의 의자왕이 보내준 상아바둑알〈사진〉과 자단목 바둑판, 그리고 은판을 무늬로 오려붙인 바둑알 통이 공개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하도 명품이어서 2008년 특별전에 또 한 번 전시되었다.

이 바둑알은 상아로 만든 바둑돌에 붉은색(紅)과 검푸른색(紺)을 칠하고 그 위에 꽃을 입에 물고 나는 새를 선으로 새긴 다음 흰색으로 메운 것이다. 이런 기법은 발루(撥鏤)라고 하여 일본에서는 홍감아발루기자(紅紺牙撥鏤�F子)라고 부른다. 꽃을 물고 나는 새를 새긴 기발한 발상의 디자인에는 백제 공예의 난숙함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다운 바둑판이라 할 이 자단목 바둑판에는 특이하게도 9개의 화점(花點)에 8개가 더 찍혀 있다. 바둑해설가 박치문씨는 17개 화점은 우리나라 고유의 순장바둑에만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백제인들이 바둑을 좋아했다는 것은 고구려 침공 때 개로왕이 바둑에 빠져 마침내는 포로로 끌려가 죽게 된 사실로도 알 수 있다.

백제는 중국, 일본과 활발히 교류한 문화적으로 대단히 개방적인 나라였다. 4세기 한성백제시절 유적에서 양(梁)나라 초기 청자가 출토될 정도였다. 내일(17일) 부여에서 '세계대백제전'이 개막된다. 축제 이름에 '세계' 자가 붙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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