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약 40km 떨어진 작은 도시 파도바의 아레나 예배당에는 서양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유명한 벽화<사진>가 있다. 1300년경에 활약한 조토(Giotto di Bondone·1267~ 1337)의 그림이다. 파도바에서 가장 부유했던 엔리코 스크로베니가 위촉한 이 벽화에는 그리스도와 마리아의 생애의 장면들과,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를 애도하는 장면에는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 제자들과 천사들이 중세의 일률적이고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스크로베니의 아버지 레지나르도는 고리대금업자로 시인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에 떨어진 것으로 묘사된 인물이었다. 아마도 아들 스크로베니가 이 작품을 의뢰한 목적은 부와 권력을 자랑하는 한편, 속죄의 의미를 담은 것일 수도 있다. 그는 이 아레나 예배당의 '최후의 심판' 벽화에서 자신의 모습을 구원받은 자로 그리게 했다.
조토는 당대에도 명성이 드높아 미술가들을 경시하던 단테조차 그를 훌륭한 기술과 정신을 지닌 우수한 화가라고 칭찬했으며, 여러 도시에서 그림 주문이 쇄도했다. 조토에 대한 확실한 기록은 별로 없지만 여러 이야기가 전해온다. 16세기에 '미술가 열전'을 쓴 바자리에 의하면 조토는 원래 양을 치던 소년이었다고 한다. 조토가 바위에 그려놓은 양의 그림을 지나가다 본 당대의 유명한 화가 치마부에가 그의 뛰어난 재능에 탄복하여 자신의 제자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의 사후 크게 발전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은 사실상 조토의 예술적 성과 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