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1.11 23:19
할렘은 뉴욕 맨해튼의 동북부 대략 110가에서부터 155가 사이의 거주지역을 말한다. 20세기 초부터 뉴욕에는 수십만명의 흑인들이 여전히 편견이 남아 있는 남부를 떠나 할렘에 정착해 독특한 생활권을 이루었다. 1920년대에 이들은 자신들의 뿌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일련의 문학, 음악(주로 재즈), 연극 그리고 미술운동을 일으켰는데 이를 '할렘 르네상스'라고 한다. 화가 제이콥 로렌스(1917~2000)는 바로 할렘지역에서만 교육받고 활약했던 최초의 화가였다.
13세에 할렘으로 온 로렌스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인쇄소에서 일하면서 135번가에 있었던 할렘 아트 워크숍에서 미술을 배웠다. 그는 할렘 흑인들의 고된 삶을 그렸다. 화재 대피용 사다리가 층마다 다닥다닥하게 설치된 비좁은 아파트들, 막노동하는 흑인 노동자들, 소음이 가득한 도시 속의 흑인 가정과 교육 등이 그의 그림의 주제로 흔히 등장한다. 25세의 나이에 로렌스는 흑인의 역사에 남은 영웅들의 연작에 착수하기 시작했는데 31점에 달하는 '해리엇 터브만' 연작도 그 중 하나다.
해리엇 터브만은 노예로 태어나 수십명에 달하는 노예를 북부로 탈출시켜 '흑인들의 모세'로 불리던 여성이었다. 연작의 7번째 작품<사진>에는 '해리엇 터브만은 밭에 물을 주고, 밭을 갈고, 수레를 몰고, 목재를 날랐다'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그림에서 통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있는 해리엇의 신체와 팔은 나무와 같이 딱딱하지만 강한 힘과 생존력을 느끼게 한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던 로렌스는 나름대로 당시 새로운 미술 양식이었던 추상적 형태를 적용시키려 하고 있다. 템페라와 과슈만으로 작업하던 그의 색채는 밝고 유쾌하며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낙관적이면서 역동적이었던 당시 할렘의 삶을 엿보게 한다. 뉴욕 근대미술관에서 기획한 그의 '흑인의 이주' 연작이 1942년부터 2년 동안 미국 전역의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되면서 로렌스는 소위 주류 미술계에서도 인정받는 화가로서 자리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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