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키테라섬의 순례'.
와토의 그림은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야외에서 남녀가 춤을 추거나 음악을 즐기고, 사랑을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유행했는데, 이런 그림들을 '페트 갈랑트'(우아한 연회)라고 불렀다. '페트 갈랑트' 그림은 태양왕으로 일컬었던 루이 14세가 죽고 왕권이 약화되면서, 귀족들이 베르사유 궁의 엄격했던 예절과 장엄한 형식에서 벗어나 파리에 화려한 저택을 마련하고 파티를 즐기던 당시의 새로운 취향과 부합되었다. 곡선으로 장식된 우아하고 세련된 가구와 파스텔색이나 은색, 분홍색 등의 밝고 경쾌하게 치장된 로코코 양식의 실내에는 진지하거나 무거운 주제보다 남녀의 사랑을 다루거나 가볍고 감각적인 작품들이 더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테라섬의 순례'에서는 건강하고 견고한 느낌보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져버릴 듯한 가벼움과 멜랑콜리가 느껴진다. 특히 뒤를 돌아보는 여인에게서는 모든 즐거움이 끝난다는 데에 대한 무상함이 표현되어 있다. 아마도 이것은 병약한 체질로 생전에 여성을 사귀어본 적이 없었고 서른일곱 살의 나이로 요절한 와토의 냉소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 작품은 사랑의 유희에 동참할 수 없었던 화가의 사적인 작품으로, 표면에 겉도는 화려함 속에는 쾌락의 허무함에 대한 느낌이 짙게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