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약 2만 정도였던 폼페이는 특별히 중요한 도시는 아니었지만 로마 귀족들의 정원이 딸린 별장이나 부유층의 빌라들이 많은 곳이었다. 이 가옥들에는 아름다운 정원이나 풍경, 또는 도시를 벽화로 그려, 집안에서도 신선한 야외 광선과 대기를 접하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했다. 대부분의 고대회화들이 거의 다 없어져 버린 반면, 이 벽화들은 화산재 더미 밑에서 오히려 보존이 잘 되었고, 오늘날에도 로마시대 회화의 뛰어난 수준에 감탄하게 한다.
바쿠스 추종 신앙은 가장 비교(秘敎)적인 종교였는데, 포도경작이 주산업이었던 이곳에서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강렬한 빨간색을 배경으로 결혼을 앞둔 순결한 젊은 여성의 화장 장면, 의식의 하나인 매질 등, 술의 신일 뿐 아니라 쾌락과 다산(多産)의 신이기도 했던 바쿠스와의 신비스러운 결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이 벽화는 로마인들의 비밀스러운 종교의식을 엿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