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는 화가 파울 클레(1879~1940)를 '파스칼-나폴레옹'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나폴레옹과 같은 작은 체구에 파스칼과 같은 지성을 갖춘 화가라는 의미였다. 대부분 소품인 클레의 작품은 이해하기 쉬운 것도 있으나 다양한 영역을 자유롭게 왕래하던 다면성 때문에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것도 많다. 이런 이유에서 그는 현대미술을 다 이해한 후에 연구해야 할 화가라고도 한다.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 식물학·광물학·해부학·인류학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과 심오한 지성을 갖춘 클레는 이미지들을 화폭에 자유자재로 창조해 내었다. 기본적으로 세계를 순수하게 보고자 했던 그는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 현대화와 더불어 발발한 1차세계대전, 그리고 나치의 파시즘을 겪으면서 예술가로서 이상론자와 회의론자의 양면적인 사고를 갖게 되었다. 그의 이미지와 주제는 유머와 재치를 보여주는 동시에 전쟁의 재난과 사회 부조리에 대한 경험과 악몽, 그리고 어리석고 약한 인간을 은유하기도 한다.
1922년에 펜과 수채화로 제작한 '지저귀는 기계'로 알려진 작품은 원래 제목이 '트위터하는 기계'였다. 이 작품에 그려진 기계는 가는 철사로 서투르게 만들어진 새의 머리가 아래에 연결된 대를 돌리면 지저귀게 되어 있다. 살아 있는 생명체인 새를 기계로 만든 이 작품은 기계 새들이 아무리 지저귀더라도 살아 있는 새보다 더 잘 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환기시킴으로써 기계 장치를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다. 바로 기계 시대에 대한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을 풍자한 것이다. 또 기계 새들의 지저귐에 끌려서 작품에 다가가면 그 아래에 설치된 네모난 덫에 걸려 죽음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요즈음 트위터가 인기다. 마치 새가 지저귀듯이 짧게 의견이나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라 한다. 20세기 전반에 기계시대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클레가 21세기 초 전자시대에 업그레이드된 트위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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