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53] 아메리칸 고딕

yellowday 2013. 1. 5. 07:26

20세기 초, 미국 미술은 유럽 미술을 추종하는 경향이 컸다. 미술학도들은 파리로 유학을 갔고, 최신 미술의 흐름인 추상미술을 받아들였다. 1913년에는 뉴욕의 렉싱턴 가에 있는 군(軍) 무기 창고에서 '아모리 쇼'라는 국제현대미술전람회가 열렸는데 유럽의 미술 작품 1600점을 전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중에는 피카소·마티스를 비롯한 그 당시의 가장 실험적인 미술가들의 작품이 포함되었다. 이 전시는 미국 미술이 국제적으로 뒤떨어져 있음을 깨닫게 하였지만, 그 난해함에 대한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외국인들의 음모라는 설도 제기되었다.

1920년대 말부터 불어닥친 경제공황은 유럽미술 추종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미국 사회의 관심은 국내로 돌아왔고 국수주의적인 경향도 나타났다. 미술계에서는 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미국적인 경험을 그리려는 '지역주의' 미술운동이 일어났다. 도시 인구가 처음으로 농촌 인구를 능가하게 된 이 시기에 토머스 하트 벤튼과 그랜트 우드 같은 미술가들은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테크놀로지는 비인간화를 촉진한다고 보았다. 이들이 미국 정신의 본고장으로 생각한 곳은 중서부의 시골과 소도시였다.

아이오와주에 살던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1930년)은 유럽의 난해한 추상미술에 싫증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중서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딕식 뾰족한 지붕의 농가를 배경으로 시골 사람들이 서 있는 이 그림은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이 아이오와의 남녀는 완고하게 보이지만, 단순하고 정직하며 근본적으로 착한 사람들로, 화가의 여동생과 치과의사였던 여동생의 남편이다. 처음에 이 그림은 시골사람들을 풍자한 그림으로 비난받았지만 지금은 중서부 미국인의 이미지를 가장 잘 대변하는, 인기 있는 그림으로 남아 있다. 제2차대전 이후 다시 추상미술이 도래하였고 지역주의 작품들은 편협하고 보수적인 것으로 여겨졌으나 아직도 미국적 미술의 본질은 사실주의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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