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詩 사랑詩

101가지 사랑시 / 멀리 있는 사람이 가슴으로 더욱 그립다 - 이용채 41 부끄러운 사랑 - 이정하 42

yellowday 2012. 11. 23. 17:08

멀리 있는 사람이 가슴으로 더욱 그립다 - 이용채 41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멀리 두고 지켜보아야 하는
내 사랑하는 사람

그가 아름다운 건
나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그가 주었기 때문이요

그는 스스로 아름다움을
꽃으로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있어 가슴으로
더욱 가까운 사람

진실한 아름다움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그 사람

아름다운 마음으로 본 아름다움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것

그러기에 아직도
나는 그가 그립다.


 

부끄러운 사랑 - 이정하 42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닐 듯싶은데
난 그때마다 심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고 해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나에게는 머언 나라의 종소리처럼 느껴집니다
한때는 나에게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지요.
사랑한다
사랑한다
이야기할 수 없는

당신들의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실 때
분식집 구석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그런 여자였지요.
공무원도 해보고 사무실에도 있어 보았지만
그 돈으로는 동생들 학비조차 되지 않더라고
밤마다 흠뻑 술에 젖는
그런 여자 였지요.

그녀를 만나고서부터
내겐 막니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막니가 생겨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그녀에게서 느꼈을 때
그녀는 이미 먼 길 떠난 뒤였지요.

사랑이라는 말은
생각할수록 부끄럽습니다.
숲속 길을 둘이 걷고
조용한 찻집 한 귀퉁이에 마주 앉아
귀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것이
사랑의 전부가 아님을 믿습니다.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주어도
채울 수 없는 사랑의 깊이를
아직 난 잘 모르고 있으므로
내게 아픈 막니를 두고 떠나간 그 여자처럼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기댈 수 있게
한쪽 어깨를 비워 둘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