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은 그렇게 절약하며 사셨지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문틈으로 오는 바람 온 몸으로 막으시고
풍년 들어 곡식이 창고에 그득하면
지전으로 바꾸어 자식 학비 마련했었지
돌담 담쟁이
돌아서 오를 줄 알지요. 한갓 식물도 담이라고 다 타고 오르는 건 아니랍니다. 담아 온 사진에도 느끼시듯 쟁좌위가 보입니다. 좋은 자리 차지하려는 이미 뻗은 손길은 밀어 낼 수가 없지만, 최선 다음엔 차선도 있으니까요
돌처럼 단단한 아줌마 주먹 맛 함 보여줄까요
담장 밑에 쭈그리고 앉아 상감마나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담장을 뛰어 넘어 바라만 보는 능소화가 아니라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올라온 팔씨름 여왕처럼
이제부턴 정정당당하게 도전장을 내어 봅시다. 하하
창살문
살을 에는 바람은 문풍지로 막으셨지요
문에 얽힌 얘기로는 첫날밤 *상죽*하던 추억이
가을이 오면
가을 뜨락에서
그대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겠네
고추가 빨갛게 널려 있는 초가집 모퉁이에서
가만히 그대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겠네.
온통 눈 부신 햇살이 지붕 위 박 넝쿨을 영글게 하는
그 작은 지붕 처마 밑에서
오늘도 그대 발자국 소릴 기다리겠네
조그맣게 피어 오른 탱자나무꽃마냥
먼 산 바라보며 그대 발자국 소릴 기다리겠네
추석을 보낸 달
추녀 끝에 달린 손톱달이나
석등 위에 앉아 있는 보름달이나
을씨년스럽기는 도토리 키재기다
보름이 그믐 되고 그믐이 보름 되는 이치를
낸들 어찌 알겠는가? 차면 기우는 것을
달님에게나 물어 볼 밖에!
行詩_산.강 초가을 기차
산천에 물이 들어 강물에 비추이니
강물인지 산물인지 분간이 아니 가네
초조한 마음 싣고 달리고 또 달려
가을 마중 가는 너는 생각 없는 철부지다.
을(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그런 이치 알게 될꼬
기다리는 세월 앞에 더디 가면 어떻다고
차례라도 있다더냐 천천히 좀 가자꾸나.
行詩-초가을 기차 그림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가지 말라 나를 잡네
을왕리 바닷가에서
기약 없이 헤어진 님
차츰 기억에서 멀어져 가는데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던 이름 하나
림(님)을 다시 만났으니
자나깨나 붙어 다녀야지, 놓치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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