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는 왜 찍으며
분칠은 왜 할꼬.
홍치마 주름속에 감추어진 너의 요염
연하디 연한 수밀도 그 살결
화첩에 오를 때면 손 끝으로 희롱하고
그림 속 너를 보면 뭍 선비들이 칭송하지
림(님)이시여! 지조를 끝내 지키사
자비로 환생함이 이제염오(離諸染汚)를 위함이로다
은구슬을 꿰어 놓은 듯
행복이 주렁 주렁!
나쁜 생각들은 푸른 하늘에 날리우고
무엇 하나 꺼리낌 없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바늘에 실이 가듯 금슬로 꿰어 놓아
라전칠기 조각 조각 이어 붙인 오색 무늬
보물함 깊이 깊이 고이 간직하였다가
면류관 정수리에 알록달록 수를 놓아
서로 마주보며 살아온 날 더듬으며 머리 위에 얹어 줄까
날수 있을 때 맘껏 날으려므나
비가 온들 무슨 대수냐
잠이 오면 잠을 자고
자고 깨면 다시 날고,
리본 같은 날개로, 실바람을 가르며
와신상담 기다린 날, 물속 살이 얼마더냐
날수 있을 때 맘껏 날으려므나
비가 온들 무슨 대수냐. 님 찾아 가는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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