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石의詩 모음

산골총각 / 백석

yellowday 2012. 11. 14. 00:25

산골총각 / 백석

어느 산골에 늙은 어미와 총각 아들 하나
가난하게 살았네.

집 뒤 높은 산엔 땅속도 깊이 고래 같은 기와집에
백년 묵은 오소리가 살고 있었네.

가난한 사람네 쌀을 빼앗고
힘 없는 사람네 옷을 빼앗아
오소리는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아 갔네.


하루는 아들 총각 밭으로 일 나가며
뜰악에 널은 오조 멍석 늙은 어미 보라 했네

(어머니, 어머니, 오조 멍석 잘 보세요,
뒷산 오소리가 내려 올지 몰라요.)

그러자 얼마 안 가 아니나 다를까
뒷산 오소리 앙금앙금 내려왔네.


오소리는 대바람에 조 멍석에 오더니
이 귀 차고 저 귀 차고
멍석을 두루루 말아 냉큼 들어
등에 지고 가려고 했네.

조 멍석을 지키던 늙은 그 어미
죽을 애를 다 써 소리지르며
오소리를 붙들고 멱씨름했네.

그러나 아뿔싸 늙은 어미 힘 없어
오소리의 뒷발에 채여서 쓰러졌네.

오소리는 좋아라고 오조 멍석 휘딱 지고
뒷산 제 집으로 재촉 재촉 돌아갔네.


해 저물어 일 끝내고 아들 총각 돌아왔네.
오조 멍석 간 곳 없고 늙은 어미 쓰러졌네.

오소리의 한 짓인 줄 아들 총각 알아채고
슬프고 분한 마음 선길로 달려갔네,
오소리네 집을 찾아 뒷산으로 달려갔네.


아들 총각 문밖에서 듣는 줄도 모르고
오소리는 집안에서 가들거려 하는 말―

(오조 한 섬 져 왔으니
저것으로 무엇할까?
밥을 질까 떡을 칠까
죽을 쑬까 범벅할까,

에라 궁금한데 떡이나 치자!)




오소리는 오조 한 말 푹푹 되어 지더니만
사랑 앞 독연자로 재촉재촉 나가누나.
이때 바로 아들 총각 오소리께 달려들어
덧거리도 힘껏 걸어 모으로 메쳐댔네.
오소리의 뒷발에 채여서 쓰러졌네.

오소리는 좋아라고 오조 멍석 휘딱 지고
뒷산 제 집으로 재촉 재촉 돌아갔네.


해 저물어 일 끝내고 아들 총각 돌아왔네.
오조 멍석 간 곳 없고 늙은 어미 쓰러졌네.

오소리의 한 짓인 줄 아들 총각 알아채고
슬프고 분한 마음 선길로 달려갔네,
오소리네 집을 찾아 뒷산으로 달려갔네.


아들 총각 문밖에서 듣는 줄도 모르고
오소리는 집안에서 가들거려 하는 말―

(오조 한 섬 져 왔으니
저것으로 무엇할까?
밥을 질까 떡을 칠까
죽을 쑬까 범벅할까,

에라 궁금한데 떡이나 치자!)


오소리는 오조 한 말 푹푹 되어 지더니만
사랑 앞 독연자로 재촉재촉 나가누나.
이때 바로 아들 총각 오소리께 달려들어
덧거리도 힘껏 걸어 모으로 메쳐댔네.


사랑 앞 독연자로 재촉재촉 나가누나.

애때 바로 아들 총각 오소리께 달려들어
바른배지개 들어 바로 메쳤네.

그러나 오소리는 넘어질 듯 일어나
대가리로 받아넘겨 아들 총각 쓰러졌네.


겨우겨우 제 집으로 돌아온 아들 총각

받긴 것도 날이 지나 거의 다 아물으자
산 넘어 서쪽 마을 장수바위 찾아가서
오소리를 이기는 법 물어보았네.

그랬더니 장수바위 대답하는 말―
(왼배지개 들어 외로 메쳐라.)

아들 총각 좋아라고 그길로 달려갔네,




오소리네 집이 있는 뒷산으로 달려갔네.

아들 총각 문밖에서 듣는 줄고 모르고
오소리는 집안에서 가들거려 하는 말―

(찰벼 한 섬 져 왔으니
저것으로 무엇할까?
밥을 질까 떡을 칠까
죽을 쑬까 전병 지질까

에라 시장한데 밥이나 짓자!)


오소리는 찰벼 한 말 푹푹 되어 지더니만
사랑 앞 독연자로 재촉재촉 나가누나.

이때 바로 아들 총각 오소리께 달려들어
왼배지개 들어 외로 메쳤네.

그러나 오소리는 넘어질 듯 일어나
이빨로 물고 닥채 아들 총각 쓰러졌네


겨우겨우 제 집으로 돌아온 아들 총각

물린 것도 날이 지나 거의 다 아물으자
산 넘어 남쪽 마을 늙은 영감 찾아가서
오소리를 이기는 법 물어보았네,

그랬더니 늙은 영감 대답하는 말―
(통 배지개 들어 거꾸로 메쳐라.)


아들 총각 좋아라고 그길로 달려갔네,
오소리네 집이 있는 뒷산으로 달려갔네.
아들 총각 문밖에서 듣는 줄고 모르고

오소리는 집안에서 가들거려 하는 말―

(수수 한 섬 져 왔으니
저것으로 무엇할까?
밥을 질까 떡을 칠까
죽을 쑬까 지짐 지질까,

에라 배도 부른 지짐이나 지지자!)


오소리는 수수 한 말 푹푹 되어 지더니만
사랑 앞 독연자로 재촉재촉 나가누나.

이때 바로 아들 총각  오소리께 달려들어
통 배지개 들어 거꾸로 메쳤네

그러자 오소리는콩하고 곤두박혀
네 다리 쭉 펴며 피두룩 죽고 말았네


가난한 사람네 쌀을 빼앗고
힘 없는 사람네 옷을 빼앗아
땅속에 고래 같은 기와집 짓고,

잘 입고 잘 먹던 백 년 묵은 오소리,
이렇게 하여 죽고 말았네.


그러자 아들 총각 이 산골 저 산골에
널리널리 소문놨네―

백년 묵은 오소리 둘러 메쳐 죽였으니
쌀 빼앗긴 사람 쌀 찾아가고,
옷 빼앗긴 사람 옷 찾아가라고.

그리고 땅속 깊이 고래 같은 기와집은
땅 위로 헐어내다 여러 채 집을 짓고
집 없는 사람들께 들어 살게 하였네.


이리하여 어느 산골 가난한 총각 하나,
오소리 성화 받던 이 산골, 저 산골을
평안히 마음놓고 잘들 살게 하였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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