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 백석
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갓집은
초저녁이면 안팎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
보득지근한 복쪽재비들이 씨굴씨굴 모여서는
짱짱짱짱 쇳스럽게 울어대고
밤이면 무엇이 기와골에 무리돌을 던지고
뒤우란 배나무에 째듯하니 줄등을 헤여달고
부뚜막의 큰솥 적은솥을 모조리 뽑아놓고
재통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 눌러선
잿다리 아래로 처박고
그리고 새벽녘이면 고방 시렁에 채국채국 얹어둔
모랭이 목판 시루며 함지가 땅바닥에 넘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씨굴씨굴 : 수두룩하게 많이 들끓어 시끄럽고 수선스런 모양.
쇳스럽게 : 카랑카랑하게.
기와골 : 기와집 지붕 위의 숫기와와 숫기와 사이
무리돌 : 많은 돌. 길바닥에 널린 잔돌.
뒤우란 : 뒷마당 울타리 안쪽.
째듯하니 : 환하게.
재통 : 측간. 변소.
잿다리 : 재래식 변소에 걸쳐놓은 두 개의 나무.
시렁 : 물건을 얹어 두기 위하여 방이나 마루의 벽에 건너질러 놓은 두 개의 시렁 가래.
모랭이 : 함지 모양의 작은 목기.
넘너른히 : 이리저리 제각기 흩어서 널브려뜨려 놓은 모습.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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