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것은/백석
밖은 봄철 날 따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 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다니고 싶은 밤이다그렇것만 나는 하이얀 자리 위에서 마른 팔뚝의
샛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든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든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려 다닐것과
내 손에는 신간서(新刊書) 하나도 없는것과
그리고 그 '아서라 세상사(世上事)'라도 들을
유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따디기 : 한낮의 뜨거운 햇빛 아래 흙이 풀려 푸석푸석한 저녁무렵.
누굿한 : 여유있는.
살틀하던 : 너무나 다정스러우며 허물없이 위해주고 보살펴 주던.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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