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비 속에
새빨간 달이 뜨고
하이얀 꽃이 퓌고
먼바루 개가 짖는 밤은
어데서 물외 내음새 나는 밤이다캄캄한 비 속에
새빨간 달이 뜨고
하이얀 꽃이 퓌고
먼바루 개가 짖고
어데서 물외 내음새 나는 밤은나의 정다운 것들 가지 명태 노루 뫼추리 질동이 노랑나비 바구지꽃
메밀국수 남치마 자개짚세기
그리고 천희(天姬)라는 이름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밤이로구나
먼 바루 : 먼발치기.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는 곳.
물외 : 오이
자개짚세기 : 작고 예쁜 조개껍데기들을 주워 짚신에 그득히 담아 둔 것.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 오는 탓이다
잠풍 : 잔잔하게 부는 바람.
달재 : 달째. 달강어. 쑥지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몸길이 30Cm 가량으로
가늘고 길며, 머리가 모나고 가시가 많음.
진장 : 진간장. 오래 묵어서 진하게 된 간장.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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