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길거리 '6·25 전시회'

yellowday 2012. 11. 7. 05:50

입력 : 2012.11.06 22:30

서울 청계광장에서 프레스센터에 이르는 태평로 큰길가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넘게 열리고 있는 사진 전시회가 있다.

6·25전쟁의 아픔을 알리는 140여장의 생생한 흑백사진이 오가는 이의 눈길을 끈다. 폭격에 부모를 잃고 길에서 우는 어린 소녀, 넝마 옷을 입은 채

미군 쌀 배급을 기다리는 사람들, 달구지와 지게에 아이와 노인, 솥단지를 싣고 눈길을 끝없이 가는 피란 행렬….

▶가을비가 심술궂게 내린 5일 오후 한 노신사가 한 장의 사진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1952년 포항제일교회 부설 고아원에서

미군 병사 두 명이 본토에서 미군 가족들이 보내온 옷가지를 전달하는 사진이다. 미군을 지켜보는 다섯 명의 고아들은 어른 옷을 줄인 듯

통 넓은 바지를 입었다. 신사는 그중 하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아이를 가리킨다. "이게 접니다." 그의 표정에 한없는 감회가 묻어났다.

▶예순아홉 살 송유진씨는 60년 전 포항의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후배로부터 "사진 속 아이가 형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광화문에 나왔다.

그는 전쟁 초 폭격으로 아버지를 잃고 할아버지에게 갔다가 이듬해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고아원에 맡겨졌다. "옷 한 벌로 사철 지내야 했고

반찬 하나 없는 맨밥이어도 하루 세 끼는 꿈도 못 꾸었지요. 웬 이가 그리 많은지 DDT도 자주 뿌렸습니다.

" 송씨는 종업원 16명을 둔 가전제품 제조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어려움을 딛고 오늘에 이른 저 자신과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사진전을 기획한 이는 사단법인 월드피스자유연합 대표인 재미교포 안재철씨다. 그는 10여년 전 뉴저지에서 열린 마리너스 수사(修士)의 장례식에 갔다.

알고 보니 고인(故人)은 흥남 철수 때 1만4000명을 피란시킨 미국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장 레너드 라루였다. 감명을 받은 안씨는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등을 뒤져 6·25가 할퀴고 간 상처, 미국과 우방의 따뜻한 도움을 증언하는 사진 2만여장을 찾아냈다.

▶안씨가 2005년부터 서울과 지방, 하와이를 옮겨다니며 6·25 사진전을 연 기간은 3000일이 넘는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는

시청 앞에 전시된 사진들을 시위대가 마구 불태웠다. 안씨는 "6·25의 진실을 알면 좌(左)고 우(右)고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세 권짜리 사진집을 만들었다. 전국 학교와 군부대가 이 사진집을 살아 있는 현대사 교과서로 삼도록 하는 게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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