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10년 근속

yellowday 2012. 11. 6. 23:19

입력 : 2012.11.05 23:32

지난해 금 한 돈이 25만원이나 됐지만 현대건설은 10년 근속 사원에게 다섯 돈짜리 금메달을 선물했다. 기업마다 오래 근무한 직원에게 주는 황금 기념품도 다양하다. 황금 명함이나 열쇠, 금박 입힌 기념패, 근속상 받는 직원의 얼굴 캐리커처를 새긴 황금 동전도 준다. 롯데백화점은 10년 근속 사원에게 금 열 돈어치 상품권을 준다. 아무리 금값이 치솟아도 선물을 빠뜨리지 않는 것은 그만큼 장기 근속자가 귀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속 성장 시대에 샐러리맨들은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며 더 풍요로운 앞날을 꿈꾸는 재미에 살았다. 그러나 1997년 외환 위기가 터진 뒤로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바람이 잦아들 줄 모르면서 직장이 한평생 몸을 기댈 곳이라는 생각이 흔들렸다. 지금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여기는 사람이 1998년 24.8%였지만 2007년엔 9.3%로 크게 줄었다는 조사도 있다.

▶서점가엔 직장인이 알아야 할 자기 계발과 재테크 실용서가 쏟아져 나와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점령했다.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습관을 정복하라'처럼 직장에서 승자(勝者)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많았다. 신입사원을 겨냥해 직장 일보다 이재(理財)를 가르쳐주는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같은 책도 나왔다.

▶평생직장은커녕 10년 근속도 드문 세상이 됐다. 엊그제 국세청은 2010년 전체 퇴직자 300만명 중에 5년도 안 돼 그만둔 사람이 258만명으로 85%를 넘었다고 집계했다. 5년은 넘겼지만 10년이 안 돼 퇴직한 사람은 9.7%, 29만명에 이르러 100명 중 열 명, 20년 문턱에서 퇴사한 사람은 100명 중 네 명꼴이었다. 10년 근속이 희귀해진 것은 기업이 비정규직과 임시직을 더 많이 채용하고 구조조정도 자주 했을 뿐 아니라 직장인들이 더 좋은 자리를 찾아 떠나는 이직(離職)이 잦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달 전 어느 직장인 조사에선 89%가 이직을 꿈꾼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로 '지금 직장에선 전망이 안 보인다'는 점을 꼽았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 전장(戰場)'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왔다. 요즘 젊은이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들어가서도 일이 힘들면 서슴없이 사표를 낸다. 30대가 되면 가정을 더 중시하면서 여가시간이 많이 나는 직장으로 옮기기도 한다. 앞날이 밝지 않은 일자리를 부여잡고 날마다 경쟁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그나마 행운아일까, 아니면 미련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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