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남자의 종말'

yellowday 2012. 11. 5. 21:11

입력 : 2012.11.04 22:46

아이슬란드 8선 의원인 일흔 살 요한나가 2009년 첫 여성 총리가 됐다.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밝혔던 요한나는 취임사에서 "남성호르몬 시대를 끝내겠다"고 했다. 요한나는 남자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지만 총리가 되고 얼마 안 가 동성결혼법이 발효되자 여덟 살 어린 여성 작가와 재혼했다. 취임 이듬해엔 스트립쇼 클럽 영업을 금지했다.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페미니스트 국가'로 꼽힌다.

▶1970년대 미국 생리학자 로널드 에릭슨은 남자아이를 만드는 Y염색체를 정액에서 따로 걸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의 정액 여과법은 태아 성별을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사람들은 사내만 무더기로 태어나는 '일그러진 사회'가 될까 걱정했다.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염색체 분리법으로 딸을 낳겠다는 신청자가 75%나 됐다. 이미 40년 전에 자식에게 여성의 삶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 부모가 훨씬 많았다.

▶미국 여성 언론인 해나 로진이 책 '남자의 종말'을 냈다. 로진은 4만년을 계속돼 온 가부장제 사회가 70년대 이후 불과 40년 만에 가모장제(家母長制)로 성(性) 권력 교체를 이뤘다고 했다. 그녀는 수백 가지 통계와 사례를 들었다. '3년 전부터 미국에서 일자리 절반은 여성 차지다. 프랑스는 젊은 의사 58%가 여성이고 스페인은 64%나 된다. 중국에선 여성이 기업 40%를 소유하고 있다…'.

▶신상옥 영화 '여성상위시대'가 나온 게 1969년이다. 여자도 남자 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남정임이 주연한 이 영화가 나오고 '여성 상위'라는 말이 오래 입에 오르내렸다. 90년대에 한 의사는 '남자는 죽었다'는 수필집을 냈다. 남자들이 어릴 땐 엄마에게, 결혼하면 아내에게, 늙으면 시집간 딸에게 기댄다며 '신삼종지도(新三從之道)'라고 했다. 로진도 책 여덟 장(章) 중에 하나를 통째로 들여 잘나가는 한국 여성들 얘기를 하고 '골드미스 분석'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지난봄 나온 책 '남성 퇴화 보고서'는 2000년 이후 세계 팔씨름대회에서 우승한 남자들이 4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여자보다 약하다고 했다. '남자의 종말'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남자의 덩치와 힘은 쓸모가 없어졌다고 선언한다. 열린 의사소통 능력을 가진 '유연한 여자들'이 이미 세상을 점령했는데도 '뻣뻣한 남자들'은 사태 파악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하긴 구두 뒷굽에 붙은 젖은 낙엽 신세인 남자들에게 "넌 끝났어" 하고 고함칠 필요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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