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잠재워 다오 / 모윤숙
나는 걸어 간다.
빈 잔을 들고
이슬과 태양이 머무르는
저 나무들과 작은 언덕 아래로
내미는 달의 입술을
이 잔에 닿게 하기 위해
나는 걸어 간다.
저기 아무도 없는
희끄무레한 새벽을 향해
작은 숨결을 받들고
새 소리와 풀들이 지저귀는
남 모르는 골짜기에
흘러 오는 시냇물을 찾아
이화, 나의 마돈나여!
나를 잠 재워 다오
모두가 그림 같이 쉬는 밤
감은 나의 눈은
이다지 살랑거리는 꽃가지에 등을 켠다
아릿한 웃음이 담겨 있는
먼 샘물을 마시고 싶은
내 더운 가슴!
이화여! 밤이여! 나를 잠재워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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