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참기름
"기름을 너무 먹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노년층에서는 지방 섭취가 너무 적은 수준이죠."
고려대학교 가정의학과 김선미 교수의 말이다. "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입니다. 인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지요.전체 하루 섭취 열량 중에서 탄수화물이 60%, 단백질 20%, 지방 20%라야 건강한 비율인데, 우리나라 노인들은 16~17%밖에 안 되는 분이 많아요."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되, 불포화 지방이 풍부한 건강한 식물성 기름을 먹으라는 것이 김 교수의 조언. 우리가 식탁에서 접할 수 있는 대표적 식물성 기름이 바로 참기름과 올리브오일이다.
올리브오일
올리브오일에는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몸에 좋은 HDL(고밀도지단백질) 수치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대신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저밀도지단백질) 수치를 낮춰 심장병·고혈압·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올리브오일은 올레산, 리놀레산 등 불포화지방산 함유량이 80%를 넘는다.
대개 식용유가 씨앗에서 추출되는 반면, 올리브오일은 올리브 열매를 압착해 만든다. 그러니까 올리브 '주스'라고 해도 무방한 셈이다. 올리브는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수확한다. 수확 초기 노르스름한 초록빛이다가 자주색을 거쳐 수확 말기에는 검은색으로 변한다. 수확 초기에 짠 올리브오일은 특유의 초록빛과 맵싸한 맛, 풀·과일 향이 강하다가, 갈수록 황금빛과 아몬드를 연상케 하는 고소한 감칠맛으로 변한다. 올리브오일의 색깔과 풍미는 언제 수확하느냐에 따라 다를 뿐, 품질의 차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올리브오일의 품질 또는 등급을 결정하는 건 산도(酸度·acidity)이다. 올리브오일은 크게 '버진(virgin)' 등급과 그렇지 않은 등급으로 나뉜다. 국제올리브오일협회(IOOC)는 버진 올리브오일을 "올리브 열매에서 기계적 혹은 다른 물리적 방법만을 이용해 추출한 기름, 세척·원심분리·여과 이외 다른 어떤 화학적 처리도 하지 않은 기름"으로 정의한다. 대개 산도가 2% 미만이다.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은 산도 1% 미만인 최고급 올리브오일을 의미한다. 업체에 따라 '퓨어(pure)' 또는 '엑스트라 라이트(extra light)'라고 라벨에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버진 올리브오일을 짜내고 남은 올리브에서 용매를 이용해 다시 기름을 추출해 해로운 지방산을 없애는 가열처리를 한 뒤 기존의 엑스트라 버진을 일정 비율 섞은 올리브오일이다.
올리브는 품종 또는 생산지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다르다. 와인이 고급일수록 품종과 생산지역이 좁혀지는 것처럼, 올리브오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CJ에서 최근 출시한 '백설 안달루시아산 올리브유'는 세계 최대 올리브 생산지인 스페인 안달루시아산 올리브 중에서도 오히블랑카(Hojiblanca) 품종만으로 만들어 첫맛은 고소하면서도 끝 맛은 톡 쏘는 듯 맵싸한 올리브오일 특유의 개성을 느낄 수 있다.
- 고급 올리브오일 풍미를 만끽하려면 샐러드에 뿌리거나 빵을 찍어 먹는 등 가열하지 않는 편이 좋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ho@chosun.com
어떤 식용유나 마찬가지지만, 올리브오일은 신선할수록 풍미가 뛰어날 뿐 아니라 몸에 좋다. 가능한 한 빨리 먹어치우란 소리다. CJ에서 올리브오일을 맡고 있는 채미승 대리는 "올리브오일의 유통기한은 대개 2년이지만 맛과 품질이 우수한 '상미기한'은 1년으로 본다"고 했다. 페트병 등 플라스틱 소재 용기는 오래 담아둘 경우 유해성분이 기름에 흡수될 수 있다. 유리병에 담긴 제품이 더 낫다. 특유의 초록빛을 내는 클로로필이 햇빛과 반응해 산화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어둡고 서늘한 곳에 둔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허옇게 변하지만,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 실온에 잠시 두면 다시 액체로 변한다.
올리브오일은 가열하면 맛과 향이 크게 줄어든다. 채미승 대리는 "국내 소비자의 40%가 올리브오일을 볶음요리에 사용한다"고 했다. 요리연구가 김영빈씨는 "비싼 고급 올리브오일일수록 가능한 가열하지 말하야 한다"고 했다. 샐러드에 뿌리거나, 빵을 찍어 먹을 때 사용하라는 말이다. 그는 "볶을 때는 다른 식용유를 사용하고, 맨 마지막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로 마무리하라"고 했다.
올리브오일 이용한 한식 만들기
요리연구가 김영빈씨는 "올리브오일이 의외로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걸 아는 분들이 드문 듯하다"고 했다. "부추, 달래, 깻잎, 파, 마늘 등 이른바 '한국 허브(herb)'와 특히 어울리죠. 쌉쌀한 봄나물과도 궁합이 괜찮고요. 겉절이 무칠 때도 맵싸하면서도 고소한 올리브오일이 맛을 잘 살려줍니다. 단 전은 부치지 마세요. 식으면 전이 뻣뻣해지면서 올리브오일 풋내가 올라와 전을 망쳐요." 김영빈씨에게 올리브오일과 어울리는 한식 3가지 만드는 법을 배웠다.
파래김자반볶음
파래김자반 2줌, 쪽파 2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6큰술, 통깨 1작은술
볶음 양념(설탕 2큰술, 조청 1큰술, 소금 약간)
1. 파래김자반은 잡티를 없앤 뒤 손으로 잘게 뜯는다. 쪽파는 송송 썬다.
2. 우묵한 프라이팬을 달구고 올리브오일을 두른다. 약한 불에서 파래김자반을 볶는다.
3. 파래김자반이 바삭하게 볶아지면 볶음 양념을 넣고 잘 섞은 뒤 불에서 내린다.
4. 쪽파와 통깨를 넣고 버무려 낸다.
●맛 포인트 "양념을 넣은 후 파래를 오래 볶으면 탄내가 나요. 양념을 넣기 전 파란색이 올라오도록 충분히 볶고, 양념을 넣고는 재빨리 버무려 마무리하세요. 식은 후에 통깨를 뿌리면 잘 붙지 않아요. 적당한 온기가 있을 때 통깨를 뿌리세요."
부추겉절이
부추 1줌, 깻잎 10장, 오이 1개, 풋고추 1개, 붉은 고추 1개
생채 양념(간장·식초 각 2큰술, 물·설탕·레몬즙·고춧가루 각 1큰술, 통깨 ½큰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3큰술)
1. 부추를 씻어 4~5㎝ 길이로 썬다. 깻잎과 오이는 채 썰어 물에 담갔다가 건지고, 고추는 4㎝ 길이로 채 썬다.
2. 분량의 재료를 잘 섞어 생채 양념을 만든다.
3. 1의 채소와 2의 생채 양념을 고루 버무려 낸다.
●맛 포인트 "부추는 조심해 손질하지 않으면 풋내가 나 먹기 곤란하기 쉬워요. 밑동을 물에 담가 흐르는 물에 살살 흔들어 씻은 다음 잘라야 잎이 상하지 않아 풋내가 나지 않아요".
깻잎채볶음
깻잎 4묶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1컵, 통깨 약간
볶음 양념(청주·간장·설탕 각 2큰술, 조청 1큰술)
1. 깻잎을 씻어 물기를 빼고 돌돌 말아 곱게 채 썬다.
2. 올리브오일을 섭씨 160도 정도로 가열한다. 1의 깻잎을 넣고 젓가락으로 뒤적여가며 파랗게 튀겨낸 뒤 기름을 뺀다.
3. 냄비에 튀긴 깻잎을 담고 분량의 볶음 양념을 넣고 센 불에서 재빨리 조린다. 통깨를 뿌려 낸다.
●맛 포인트 "깻잎을 충분히 튀기지 않으면 양념을 넣고 나서 눅눅해져요. 튀길 때는 한꺼번에 넣지 말고 조금씩 나눠 넣어야 파랗고 바삭하게 튀겨져요. 양념에 볶은 다음에는 체에 밭쳐서 남은 양념을 최대한 제거하세요. 그래야 보관할 때 눅눅해지거나 굳지 않아요."
참기름
참기름에는 불포화 지방산인 리놀레산과 올레산이 80% 이상 함유돼 있다. '리그난(lignan)'이라는 항산화 성분도 들어 있다. 간에 있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간 기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술 마시기 전 참기름을 먹으면 숙취가 훨씬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참기름은 참깨를 볶아 부수고 쪄서 압착해 만든다. 참깨를 볶으면 볶을수록 추출되는 참기름의 양이 늘어나는 데다 고소하고 구수한 풍미가 증가한다. 그래서 시골 장터 기름집 등에서 파는 참기름은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색이 짙고 탁하다.
하지만 참깨를 너무 높은 온도에서 너무 오래 볶으면 맛과 건강에 이롭지 않다. CJ 소재연구개발센터 조태호 연구원은 "참깨를 너무 볶으면 참기름에서 탄 맛과 쓴맛이 날뿐 아니라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생성될 수 있다"고 했다. 조태호 연구원은 "맑고 밝은 황금색 또는 황갈색을 띠는 참기름이 좋다"면서 "적정한 온도에서 균일하게 볶은 참깨로 뽑은 참기름이라는 증거"라고 했다.
- 참기름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참기름 고구마 맛탕’. / CJ 제공
참기름은 다른 식용유와 비교해 쉽게 산패(酸敗·유지류를 공기 속에 오래 내버려 뒀을 때 산성이 돼 불쾌한 냄새가 나고 맛과 빛깔이 변하는 것)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햇빛에는 약하다. 참기름을 신선하게 오래 보관하려면 섭씨 20도 내외 상온이면서 그늘진 곳이 좋다. 마개만 꼭 막아준다면 차갑고 햇빛으로부터 차단된 냉장고 안에 보관하는 것도 좋다. 참기름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동그란 알갱이가 생기지만 품질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상온에 두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우리 조상은 참기름을 소금 독 안에 보관했다. 조태호 연구원은 "소금이 수분을 흡수할 뿐 아니라 소금 독 내부는 온도와 습도가 일정한 상태로 유지된다"면서 "요즘의 과학적 관점으로 보아도 훌륭한 보관 방법"이라고 했다.
참기름은 유통기한이 2년이다. CJ '백설 황금참기름' 담당 박지원 대리는 "참기름의 상미기한은 1년"이라고 했다. 발연점(가열했을 때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은 약 160도로 다른 기름과 비교해 매우 낮다. 그래서 볶음이나 튀김용으로는 어울리지 않다. 게다가 가열했을 경우 고소한 풍미가 날아가 사라지니 굳이 비싼 참기름으로 요리할 필요는 없겠다. 음식을 완성하고 맨 마지막에 살짝 둘러 풍미를 더하는 정도가 적당하다.
참기름. 한식 밥상 여기저기 빠지지 않지만 정작 참기름 자체의 맛이 부각되는 요리는 드물다. 신선하고 맛 좋은 참기름 그 자체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샐러드와 고구마 맛탕 만드는 법을 푸드스타일리스트 메이 김씨에게 배웠다.
참기름드레싱을 뿌린 샐러드
라디키오 ½개, 양상추·죽순 조금, 아스파라거스 3~4개, 래디시 3개,드레싱(참기름 ¼컵, 레몬즙 2큰술, 간장 1큰술, 굵은 고춧가루 1작은술, 소금·후추 약간씩)
1. 라디키오와 양상추를 찬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빼 아삭하게 만든다. 아스파라거스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통조림 죽순은 물기를 빼고 먹기 좋게 자른다.
2. 드레싱 재료를 고루 섞는다.
3. 접시에 채소를 고루 담고 참기름 드레싱을 끼얹어 낸다.
참기름 고구마 맛탕
고구마 2개, 찹쌀가루 1컵, 물엿 1컵, 물 2큰술, 참기름 2큰술, 통깨 조금
1. 고구마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찹쌀가루를 고루 묻힌다.
2. 섭씨 170도로 달군 식용유에 1의 고구마를 바삭하게 튀긴다.
3. 프라이팬에 참기름과 물엿, 물을 넣고 파르르 끓인다.
4. 3에 2의 고구마를 넣고 잘 섞고 통깨를 뿌려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