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신성 모독 금지 협약

yellowday 2012. 9. 14. 06:57

입력 : 2012.09.13 23:01

히잡 쓴 네 살 여자아이에게 내레이터가 묻는다. "무슬림이니?" "네." "유대인과 친해?" "네." "왜?" "유대인은 원숭이·돼지니까요." "누가 그래?" "코란에 쓰여 있대요." 2008년 네덜란드 극우 정치인이 만든 영화 '피트나'의 한 대목이다. 물론 코란 가르침과는 다르다. 영화는 '쇼킹한 장면에 주의하라'는 경고와 함께 9·11테러 현장을 비추며 시작한다. 이슬람 무장단체가 저지른 테러 장면이 이어지고 코란이 폭력을 선동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중간 중간 인용된다.

▶아랍어로 '반란'을 뜻하는 영화 '피트나'는 법정에 섰다. 신성 모독을 꾸짖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감싸는 의견이 맞섰다. 암스테르담 법원은 "민주적 시스템에서 편파적 발언은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했다. 영화 상영이 중단됐고 그해 57개국 이슬람회의기구(OIC)는 신성 모독 금지 조약을 맺자는 운동을 벌였다. OIC는 "어떤 종교적 상징·인물·교리에 대한 비방도 그 종교를 따르는 신도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편지를 유엔에 냈다.

▶최근 유대계 미국인들이 만들었다는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 때문에 종교 간 신성 모독 시비가 불거져 세계가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이 두 시간짜리 영화는 동영상 사이트에 13분51초 예고편과 1분32초 압축 버전이 실려 있다.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아랫도리를 벗은 여인의 허벅지에 얼굴을 묻고 "악마가 보인다"고 외친다. 당나귀를 가리켜 "첫 이슬람 신자네?" 하고 말한다. 무함마드는 항상 술에 취해 있고 도둑질을 일삼는다.

▶11일 리비아 벵가지에서 이 영화에 항의하는 반미 시위대 수천 명이 미국 영사관을 에워쌌다. 해가 지자 무장한 수십 명이 휴대 로켓포와 기관총탄을 퍼부었다. 미국 대사를 비롯한 네 명이 숨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범인들이 반드시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對)테러 특수부대와 구축함을 리비아로 보냈다. 반미 시위는 이집트·튀니지 같은 이웃 나라로 번지고 있다.

▶중세까지 신성 모독은 많은 나라에서 사형 같은 중형으로 다스렸다. 그만큼 민감하게 여겼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오늘날에도 유엔은 '종교적 모독'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여러 번 통과시켰다. 이번 영화는 예고편 제작과 배포에 테러 단체가 개입해 일부러 반미 감정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명분으로든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테러는 용서받을 수 없다. 하지만 '무함마드는 어린이 성애자(性愛者)다'처럼 상식의 한계를 넘는 신성 모독도 단박에 국제 평화를 깨고 만다. 신성 모독 금지 협약이라도 나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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