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망명 북한 펜센터

yellowday 2012. 9. 12. 05:50

입력 : 2012.09.11 23:16

1933년 독일 희곡 작가 브레히트는 나치 정권이 그를 정치범으로 체포하려 하자 가족을 이끌고 망명길에 올랐다. 그는 나치 추적을 피하느라 15년이나 체코·오스트리아·스위스·덴마크·핀란드·프랑스·소련·미국을 떠돌며 망명 작가로 살았다. 그는 “구두보다 더 자주 나라를 바꿔가며 도망 다녔다”고 했다. 그는 망명 중에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같은 대표작을 썼다. 히틀러가 화가 지망생이었던 것을 빗대 “칠장이 히틀러는 독일을 온통 잘못 칠해 더럽혔네”라는 풍자시도 썼다.

▶1960~70년대 망명 작가는 주로 남미와 소련에서 나왔다. 칠레 시인 네루다와 콜롬비아 소설가 마르케스는 유럽 망명 중에 쓴 작품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소련 작가 솔제니친은 1970년 노벨상을 받고 4년 뒤 강제수용소를 고발한 ‘수용소군도’를 냈다 추방당했다. 그는 소련이 무너지고 1994년에야 고향 땅을 밟았다. 중국 작가 가오싱젠(高行健)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 프랑스로 망명했다가 2000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114개국 143개 센터로 이뤄진 지구촌 문인 단체 국제펜(PEN)클럽엔 중국·쿠바·베트남·이란·티베트 망명 작가들이 만든 펜센터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엊그제 경주에서 시작한 제78회 국제펜대회는 14일 총회에서 ‘망명 북한 펜센터’의 회원 가입을 표결에 부친다. 조선중앙TV 방송 작가였던 장해성씨를 비롯해 탈북 문인 20여명이 올 초 망명 북한 펜센터를 결성하고 국제펜본부에 가입 신청서를 냈기 때문이다.

▶망명 북한 펜센터의 이사장은 장해성, 사무국장은 장진성씨다. 장진성씨는 북한 참상을 고발한 시집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를 낸 시인이다. 그는 평양 시장에서 어느 여인이 딸을 군인에게 100원에 파는 것을 목격했다. ‘딸을 판 백원으로/ 밀가루 빵 사들고 허둥지둥 달려와/ 이별하는 딸애의 입술에 넣어주며/ 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 장씨는 지난 6월 런던 시축제 ‘더 포이트리 파르나소스’에 북한 대표로 초대받아 북한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시를 낭송했다.

▶탈북 문인들은 “남북한의 문학과 문체가 너무 달라 남쪽 기준에 맞는 작품을 써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탈북 문학이 북한을 고발하는 수기에 치중하다 보니 한국 문단에 발을 들이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탈북 문인들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을 본격 창작으로 형상화하는 날도 곧 오리라 본다. 우리 사회를 망명자 시선으로 보는 문학도 필요하다. 망명 북한 펜센터를 디딤돌 삼아 ‘탈북자 문학’이 한국 문학을 더 풍요롭게 하는 새 물결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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