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9.12 23:30 | 수정 : 2012.09.13 05:43
아는 변호사가 5~6년 전 경기도 군포의 10만㎡, 3만평짜리 땅 소송에서 원고 측 대리인을 맡았다. 평당 500만원씩 따져 1500억원은 되는 땅이었다. 의뢰인은 승소하면 땅의 20%, 600억원을 주겠다고 했다. 이길 확률이 높은 재판이었다. 변호사는 낮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면 밤에 차를 몰고 그 땅을 찾아가곤 했다. 땅을 바라만 봐도 엔도르핀이 돌면서 기분이 상쾌해지더라는 것이다. 재판은 결국 지고 말았다. 변호사는 "이겼으면 평생 공익 활동이나 하며 지낼 뻔했다"고 말하곤 한다.
▶재벌 총수 재판 때 유명 로펌 변호사들이 열 명, 스무 명 우르르 재판정에 앉아 있는 경우가 있다. 로펌 변호사 수임료는 시간당 보수로 따지곤 한다. 못해도 한 시간에 20만~30만원, 많으면 40만~50만원도 한다. 사무실과 재판정을 차로 오간 시간까지 일한 시간으로 계산한다. 만일 재판이 종일 끈다든지 하면 하루 변호사비로만 수천만원이 드는 것은 예사라고 한다. 그런 재판 날 로펌에서 "특별한 일 없는 분들 모여 같이 갑시다"라고 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도 있다.

▶변호사들이 다 그렇게 돈을 잘 버는 건 아니다. 서울변호사협회 산하 분쟁조정위원으로 가끔씩 일을 보는데 100만원, 200만원짜리 분쟁이 적지 않다. 변호사비를 냈다가 변호사가 해준 일이 별로 없으니 돈을 돌려받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연을 듣다 보면 의뢰인 쪽도 그렇지만 변호사도 딱하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오죽하면 억울하다는 의뢰인에게 많지도 않은 돈을 못 돌려줄까 싶다.
▶변호사를 '수임료 역(逆)경매' 방식으로 의뢰인과 연결해주겠다는 법률 정보 서비스 업체가 등장했다. 경매는 보통 수요자가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얼마에 사겠다'면서 입찰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수임료 역경매는 의뢰인이 기준 가격을 제시해놓고 변호사들로부터 '얼마 받고 사건을 맡겠다'는 입찰을 받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변호사 알선 행위를 금지한 변호사법 위반인지 아닌지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변호사를 선임할 때 자기가 아는 변호사를 찾아가거나 아니면 누구 소개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임료에 공정 가격이라는 것도 없다. 대충 변호사 경력, 의뢰인 재력, 사정이 급박한 정도를 따져 적당한 선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첫 상담 때 변호사와 의뢰인 간엔 눈치작전이 벌어진다. 그런 걸 감안하면 '수임료 경매'라는 방법도 있을 법은 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변호사 몸값이 얼마나 떨어졌으면 이런 아이디어까지 등장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