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나의 님이시여
나의 님이시여
메마른 내 어린 가슴에
긴 날 비는 내리지 않고
수평선은 거의 맨살을 드러내 보입니다.
물기어린 구름의 그림자도 없고
어딘가 먼곳에
소나기 쏟아지는 기척도 없습니다.
또 만일 님의 뜻이 오면
죽음의 캄캄하고 성난 폭풍우 보내시고
번갯불 비추어 하늘 구석구석까지
온통 놀라게 하옵소서
그러 하오나
이 충만한 열기 되돌려 주소서
무서운 절망으로 이 가슴 태우는
침묵의 날카롭고 냉혹한 열기를
자비의 구름을 내려 주옵소서
아버지께서 노하시던 날
어머니는 눈물어린 눈으로 바라다 보셨듯이.
41. 내 그리는 님이시며
내 그리는 님이며
님은 지금
어느 그늘진 곳에 숨어 계십니까.
사람들은 님을 밀어제치고
먼지 쌓인 길을 모른체 지나칩니다.
님께 올린 제물을 받쳐들고
피곤이 오래 쌓인 동안에도
여기 님 오심을 기다립니다.
지나는 길손들이 내 꽃 하나씩을 따감에
내 꽃바구니는 끝내 텅 비고 맙니다.
아침이 지나고 대낮이 되고
다시 저녁의 그늘 속에서
내 두눈은 잠으로 가득합니다.
집으로 돌아갈 길 바쁜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으며
나는 부끄러워집니다.
나는 거지 아이처럼 앉아
옷자락을 걷어 올려 얼굴 가립니다.
그들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가 물으면
나는 눈 감고 대답치 않습니다.
오 내 기다림의 님이시여
언젠가 꼭 오신다는 님의 약속을
어찌 그들에게 말 할 수 있으리까
이 가난함이 바로 혼수 준비인 것을
부끄러워 어찌 말할 수 있으리까
아아. 이자랑스러움은
다만 내 가슴 속 비밀로 간직할 뿐
나는 풀밭에 앉아 하늘을 우러르며
'갑자기 님의 모습 보이실 때의 눈부신 광경을 꿈꿉니다.
온갖 광채로 빛을 뿜으며
님의 마차는 황금의 기를 펄럭입니다.
길가에 늘어선 사람들은
님께서 일어서 내려오시어
먼지 속의 나를 안아 일으키심에
삶들은 깜짝 놀라 엉거주춤합니다.
여름 바람에 나부끼는 덩굴처럼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에 떠는
이 누더기를 걸친 거지 아이는
님의 옆자리에 앉혀집니다.
시간은 지나가고 있으나
님의 수레바퀴 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고
수많은 행차가 수선스럽게
또 호사롭고 영광되게 지나칩니다.
님께서 다만 조용히
그들의 뒤 그늘에 숨어 계시옵니까.
나만이 헛된 바램속에
울며 가슴 조이며 기다려야 하옵니까.
42. 이른 아침에 속삭이는 소리
이른 아침에 속삭이는 소리 |
43. 그날은
그날은
님 맞을 준비가 없었습니다.
나의 왕이시여
님은 초대되지 않았어도
뭇 대중 속에 끼어들고
어느새 내 마음속에도 파고 들어
서둘러 지나가는 내 생애에
몇번인가 영원이란 도장을 찍고 가십니다.
오늘 뜻밖에 님의 서명을 보았습니다.
흙먼지 속에 산산히 흩어져
잊고 있던 내 하찮은 세월의
기쁨과 슬픔의 추억에 묶여 있었습니다.
흙먼지 투성이 되어 버린
나의 유치한 장난을 보시고도
님의 이름 경멸도 떠나시지도 않았습니다.
내 놀이방에서 들은 발자국 소리는
별에서 별로 메아리지는
그 발자국 소리와 같았습니다.
44. 길가에는 그림자가 빛의 뒤를 따르고
길가에는 그림자가 빛의 뒤를 따르고
여름이 가면 비가 내립니다
거기 선채로 기다리며 지켜봄은
나의 큰 즐거움입니다.
사자들의 미지의 천계에서 소식 전하며
내게 인사하고 길을 재촉합니다.
내마음은 기쁨에 여울지고
산들바람 불어
싱그럽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 까지
나는 문앞에 앉아 있습니다.
갑자기 행복의 순간이 찾아와
만날 수 있으리라 믿사옵니다.
그때까지는
홀로 미소지으며 노래 부를 겁니다.
그때까지는
약속의 향기가 하늘 가득할 겁니다.
45. 님의 조용한 발자국 소리 듣지 못했습니까
님의 조용한 발자국 소리 듣지 못했습니까 |
46. 님께선 그 옛날 언제부터 내게 오셨는지
님께선 그 옛날 언제부터 내게 오셨는지
나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님의 태양과 별은 언제까지나
내 눈으로 님 뵙는 것을 막지 못할 겁니다.
아름으로 저녁으로
님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 옵니다
님의 사자는 내 마음속 깊이 찾아와
조용히 나를 부릅니다
오늘, 내 생명 몹시 술렁이어
떨리는 기쁨이 내 마음속을 질주합니다.
이제는 모든 일을 마무리질 때
님의 향기 은은하게 풍겨 오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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