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古詩 漢詩

송강정철 한시전집2(101~200수)

yellowday 2011. 3. 27. 09:26

 

101.途中  도중에


逝水正如此     흐르는 물이 정히 이와 같거늘

徂年那可停     가는 세월을 어찌 멈추리.

天機自袞袞     天機는 스스로 돌고 도는데

客鬢更星星     나그네 귀밑머리는 고쳐 희뜩희뜩 하고나.

1. 星星: 머리털이 희뜩희뜩한 모양




102. 寄瀛洲使君   영주(제주) 사군에게 주다


已誤尋眞計     신선 찾을 계획일랑 이미 틀렸나니

誰傳度海書     누가 바다 건너 이 서신을 전할까.

相思一枕夢     베개밑 꿈속에 이 그리움

山雨杏花初     산 비에 살구꽃은 갓 피었는데...


 <속집>


103. 詠鶴贈宋仁垂英耈   학을 읊어 송인수(영구)에게 주다


水月諧心性     심성은 물에 뜬 달과 어울리고

風霜賴羽毛     풍상엔 깃과 털에 의지한다네.

須棲烟島裏     모름지기 연기 자욱한 섬 속에 깃드시고

莫坐露松梢     드러난 소나무 가지에랑 앉지 마시길.




104. 客夜惜別  二首   나그네 밤에 석별의 정   2수


不是耽杯酒     술이 탐나서가 아니라네

應緣愴別情     이별의 정이 슬퍼서지.

明朝送君後     내일 아침 그대 보낸 후엔

風雨滿孤城     풍우가 외론 성에 가득 하리라.



105.

孤燈落寒燼     외로운 등불 탄 재는 떨어지는데

缺月送淸光     이지러진 달은 맑은 빛을 보내네.

把酒復怊悵     술 지고 다시금 슬퍼하노니

論情誰短長     정을 논하면 어느것이 길고 짧을지.




106. 統軍亭口占癸巳   통군정에서 읊조림(계사년)


片雨明斜日     여우비에 해 비끼에 밝고

孤雲照海天     외론 구름은 海天에서 비추고야.

臨江一長嘯     강가에서 한번 긴 휘파람 부노니

起盡九龍眠     아홉 용이 모두 잠에서 깨나네.




107. 席上口號 三首    석상에서 읊다  3수


暮雲生睥睨     저녁 구름은 성곽에 솟고

江雨起蒼茫     강 비는 아득한 곳에서 내리네.   

萬事干戈裏     온갖 일 난리 속에

龍灣酒一觴     용만에서 한잔 술 마시이네.

1. 睥睨: 성 위에 쌓은 작은 담



108. 

舊國今恢復     조국이 회복된 지금에도

吾行正杳茫     내 걸음 정히 아득하고나.

四時九天上     어느 때 저 구천을 올라가서

吸盡紫霞觴     紫霞酒 진토록 마시일꼬.

1. 舊國: 故國      2. 紫霞酒: 신선이 마시는 술.  



109.

渚鷺雙雙白     물가에 백로는 쌍쌍이 희고

江雲片片靑     강가 구름은 조각조각 푸르고나.  

世間無別恨     세상에 이별의 恨이 없다면

吾亦一杯停     나 또한 한잔 술 멈추련만.




110. 途中    도중


行役豈非苦     길 다님이 어찌 괴롭지 않으리

別離良亦難     이별도 또한 진실로 어렵고야.

同心幸同伴     마음 맞아 짝하는 이 있어

聊以解愁顔     부족하나마 시름 얼굴 좀 풀리어라.

1. 聊: 마음에 부족하나마 그대로.



111. 奉贈君會舊契尹景禧 三首  옛 친구 윤군회(경희)에게 봉증하다


兒說雙溪洞     아이들 말이 쌍계동은

孤雲隱不還     최고운이 隱居하여 나오지 않은 곳이라 하네.

築居名偶似     집 지은 곳 이름 우연히 같으니

吾欲老玆山     나도 이 산에서 늙고지고.



112. 

爲問延城宰     연성 원님에게 묻노니

何時得再逢     어느 때에 다시 만나 보올꼬.

雙溪五更酒     쌍계에서 오경에 술 마시다

回首正春風     머리 돌리니 바로 봄바람...



113.

遠人長抱病     먼 데 사람 오래도록 병을 앓아

仙子杳難期     신선의 기약은 아득하고

遙夜石房靜     이슥토록 돌방은 고요하나니

幽懷淸磬知     그윽한 회포를 淸磬은 알리라.

1. 遙夜: 긴 밤.




114. 謝使相公見訪  三首   사상공이 찾아줌에 사하여  3수


望月月方吐     달 바라보니 달은 이제 솟으려는데

待人人獨立     사람은 기다려도 사람만 홀로 섰네.

疏簾不用鉤     성긴 발 아니 걷으니

夜久秋寒入     밤이 이슥하여 가을 기운 스며드네.



115. 

柴門幸有客     사립문 찾아든 객이 있으니

天上適來仙     천상에서 귀양온 신선이라.

市遠無兼味     시장은 멀어 맛은 더할 수 없고

敎兒煮玉涎     아이를 시켜 차를 다리게 하네.



116.

相思一村心     서로 그리는 한 조각 마음이야

付與東流去     동쪽 흐르는 물에 보냈지.

仙馭不須徐     님의 수레 아무쪼록 늦지 마시길

愁人正凝佇     시름겨운 이 바로 응시하고 섰나니.




117. 醉呈使節案下此詩有親筆半草粧留大帖   취하여 사절의 案下에 써 드리다(이 시는 반초로 쓴 친필이어서 장식되어 첩으로 남아 있다)


爲訪棠陰伯     팥배나무 그늘의 使節을 방문키 위해

炎程任驛塵     여름 길 역 먼지를 견디었네.

溪山迎晩賞     산과 계곡이 늦은 완상을 맞아주니

俱是意中人     이 모두 마음 속 사람이네.

1. 棠陰: 周나라 소공적이 甘棠나무 그늘에서 쉬어 간데서 나온 말.




118. 贈林子順悌號白湖   임자순에게 드리다(임제의 호는 백호)


客睡何曾着     나그네 언제쯤 잠이 드려는지

樓前有急灘     누 앞에 급한 여울있네.

思君一片夢     그대를 생각하는 한 조각 꿈은

應自海南還     응당 해남에서 돌아오나니.




119. 寄成仲深文濬    성중심(문준)에게 부치다


漠漠胡天雪     막막한 북방 하늘에 눈 나리니

蕭蕭楚客魂     쓸쓸한 초객의 혼인 듯.

殘年大狼狽     늙으막에 낭패가 크나니

悔不用君語     그대 말을 듣지 않음을 후회한다네.




120. 挽崔嘉運慶昌,以下隨得隨書無序次   최가운의 만사(名 경창. 이하는 얻는대로 써 내렸어 차서가 없다)


匹馬入雲山     필마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노니

東風何處嘶     동풍 어느 곳에서 우는가.

將軍臥細柳     장군이 세류에 누웠으니

不復上雲梯     다시는 구름 다리엔 못 오르리.

1. 細柳: 장군이 屯營을 두는 곳. 漢나라 주아부가 이곳에 둔영을 둔 것에서 비롯.




121. 滌襟軒雜詠  四首   척금헌 잡영  4수


 淸溪晩雨   맑은 시내에 늦은 비

東風吹雨來     동풍이 비 몰고 와서

濯此人間熱     인간사 더위를 씻어주네.

如從道士歸     道人 가심을 따라가서

臥聽淸溪咽     맑은 시내 소리침을 누워 들을까.


 122.

露梁烟樹    이슬 맞은 다리에 연기 낀 나무

漁舟下浦沙     고깃배는 개펄 모랫가로 내려가고

暝色生江樹     어두운 빛은 강 숲에 생겨나네.

待月欲鉤簾     발 걷고 달 기다리느니

淸光恐隔霧     맑은 빛이 안개에 가릴까 두려워라.


 123.

 銅雀風帆    동작의 풍범

今朝入海帆     오늘 아침 바다로 떠나간 배는

巨竹俱長綆     큰 간대에 긴 줄을 매었더니

東去杳無蹤     동으로 가서는 아득히 종적없고

滿船江月影     강가 달빛만 배에 가득하여이다.

1. 銅雀: 지명.   

 124.

瓦村返照    와촌의 저녁 볕

不耐送人時     사람을 보낼 때는 못 견디겠더니

還宜覓酒處     술집 찾는 데는 도리어 기쁘고나.

孤舟渡口橫     외로운 배가 나루를 비끼어 가니

我欲江南去     나도 저 강남으로 가고 싶구나.

1. 返照: 저녁때의 볕.




125. 棲霞堂雜詠金成遠號 四首    서하당잡영(김성원의 호. 4수)


月戶     달빛 비치는 집

野鶴招常至     들에 학은 부르면 늘 오건만

山精喚不應     산에 정기는 불러도 대답이 없네.

停杯一問月     술잔 멈추고 달에게 한번 묻노니

豈獨古人會     어찌 옛사람만이 회합 하오리.



 126.

蓮池   연못 

山中畏逢雨     산중에 비 맞을까 두렵고야.

淨友也能喧     淨友가 능히 떠들어

漏泄仙家景     선가의 풍경을 누설하느니

淸香滿洞門     맑은 향이 동구에 가득하고나.

 1. 淨友: 蓮의 다른 이름.

 127.

假山  가산

巧削神應助     교묘히 깍은 솜씨 신의 도움인듯

深藏海幾重     바다 겹겹이에 깊이 감추었구나.

侯門歌吹地     노래하고 피리부는 권세가의 땅이

爭似此山翁     어찌 이 산 늙은이와 같을리요.


 128.

石井   돌샘

天雲何處看     하늘갓 구름을 어디서 보냐면

活水方澄井     活水 솟는 모난 맑은 울물 속에서...

終日自無風     종일토록 절로 바람 없으니

一塵寧到鏡     차라리 먼지 한점 거울에 다았을꺼나.




129. 息影亭雜詠次韻 十首  식영정잡영(임억령시)에 차운하다 10수


 瑞石閒雲   상서로운 돌에 한가한 구름

初從低處生     처음엔 어느 곳에서 생겼다가

更向何方歛     다시 어느 곳으로 향하여 가는가.

去來本無心     가고 옴에 늘 마음 없기에

可怡不可厭     기뻐하여 싫지 않나니.

 130.

 碧梧凉月   벽오동에 서늘한 달

人懷五色羽     사람은 오색우를 품었는데

月掛一枝梧     달은 오동나무 가지 끝에 걸렸고나.

白髮滿秋鏡     백발이 가을거울 속에 가득하노니

衰容非壯夫     쇠잔한 얼굴은 이제 장부가 아니어라.

1. 五色羽: 봉황

 131.

 蒼松晴雪     푸른 소나무에 개인 눈

白玉峯巒矗     백옥의 산보우리 우뚝 솟았는데

蒼龍鬐鬣傾     푸른용(老松)은 갈기가 기우러졌네.

月中光不正     달 아래에 빛은 어스레한데

風外響堪驚     바람 밖에 울림은 더욱 놀랍네.

 1. 蒼龍: 푸른용, 늙은용 혹은 老松을 이르는 말.      2. 矗:우거질 촉. 우뚝솟을 촉.


 132.

 釣臺雙松    낚시터에 두 소나무

日哦二松下     낮엔 두 소나무 아래서 시 읊으며

潭底見遊鱗     못 밑에 노니는 고기를 보았네.

終夕不登釣     종일도록 고기는 아니 낚이는데

忘機惟主人     유독 주인은 세사를 잊었고나.

 1. 忘機: 귀찮은 세사를 잊음. 機는 마음의 꾸밈(機心)


 133.

鶴洞暮烟   학 마을의 저녁 연기

長天看獨鶴     긴 하늘에 외론 학을 바라보니

露頂更藏腰     정수리만 들어내곤 허리는 감추었네.

終日有烟氣     종일토록 연기 자오록하니

無心歸舊巢     옛 집으로 돌아갈 마음 잊은 듯.


 134.

 鸕鶿巖   노자암

偶因水中巖     우연히 물 속에 바위가 있어

目以鸕鶿處     바다가가우지 있음을 보네.

其意不須魚     물고기에게 뜻이 있는 건 아니지만

烟波自來去     烟波속에 그냥 왔다 갔다 하고나.


 135.

紫薇灘      백일홍 여울

花能住百日     꽃이 능히 백일을 지내니

所以水邊栽     이에 물가에 심었지요.

春後有如此     봄 이후에도 이와 같으니

東君無乃猜     東君이 시기를 아니 하까요.  

1. 紫薇: 백일홍의 이칭.     2. 東君: 태양의 신 혹은 봄을 맡은 동쪽의 신.


 136.

桃花逕   복사꽃 길

麗景三春暮     고운 빛 세 봄이 저물녘에

夭桃一色齊     어여쁜 복사꽃 한 색으로 가지런하니

古來花下路     옛부터 꽃 아래 길은

迢遞使人迷     길가는 이 혼미케 한다네..

1. 迢遞: 먼 모양.


 137.

 芳草洲    방초주                                                            

古峽深如海     오-랜 골짜긴 깊어서 바다 같고

芳洲草似綿     꽃 피는 섬의 풀은 솜결 같고나.

初宜雨後屐     처음엔 비 뒤에 나막신 신기에 좋겠더니

更合醉來眠     고쳐(생각하기를) 취한 후에 자기에 합당켔네.


 138.

芙蓉塘   부용당

龍若閟玆水     용이 이 물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면

如今應噬臍     이제 와선 응당 후회할 것을.

芙蓉爛紅白     연꽃이 붉고 희게 흐드러졌느니

車馬簇前溪     車馬가 시-내 앞에 모여드네.

1. 閟: 닫을비. 숨어서 나타나지 아니함.      2. 如今: 이제. 지금.     3. 噬臍: 배꼽을 물어뜯으려 해도 입이 닿지 아니 한다는 뜻으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뜻. 噬臍莫及



139. 遙寄霞堂主人   멀리 하당주인에게 보내다

                             

霞老平生友     霞堂 늙은이 그대는 평생의 벗이라

難忘夢寐間     꿈에서도 잊기가 어려워라.

吾方走塵世     나는 지금 속세에서 바쁘지만

君獨臥雲山     그대는 홀로 구름 산에 누웠겠지.




140. 贈金君瑛   김군 영에게 주다


皓首吾兄弟     흰 머리 우리 형제

秋風此離別     가을 바람 속에 이같은 이별이라니.

臨岐一杯酒     가림길에서 한 잔 술 드-오니

風雨助吟思     풍우가 시 읊을 생각을 돕누나.




141. 止酒謝客    술을 끊고 손님에게 사하다.


老杜新停日     늙은 두보가 새로 술 끊던 날

親朋載酒時     친한 벗이 술 싣고 찾아왔네.

懽情隨處減     기쁨의 정은 가는 곳마다 줄어들고

壯志逐年衰     장쾌한 뜻은 해를 쫓아 쇠하여만 가나니.




142. 寄呈玉谷老仙   옥곡 노선에게 부치다


懷哉玉谷老     그리워라 옥곡옹이여,

已矣松江人     끝났고나 송강인이야.

滯酒天南夕     하늘 남쪽 저녁 술마져 막히었고

迢迢愁白蘋     아슬히 하얀 마름만이 시름겹나니.

1. 已: 끝장이로다. 절망의 뜻을 영탄조로 이르는 말.  迢迢는 먼 모양.

143. 贈別門生     문생과 이별하며 주다


好在諸君子     좋이 계시게, 여러 군자들이여.

詩書貴及時     詩書는 때를 지킴이 좋으네.

芳年不長住     청춘은 오래 머물지 않나니

墜緖杳難期     실마릴 놓치면 훗날을 기약하기 어렵다네.




144. 驪江醉吟    여강에서 취하여 읊다


落日那能住     지는 해를 어찌 멈추이리

重陰不可開     어두어진 그늘이야 밝히지 못하네라.

驪江西達漢     여강은 서로 흘러 한강에 닿으리니

醉後一登臺     취한 후에 등대에나 오르리라.




145. 題沈公亭壁    심공의 정자 벽에 쓰다


不見休文丈      휴문장을 뵙지 못하니

空聞集勝亭      빼어난 정자에 모인단 말 헛소문일레.

中秋端正月      중추절의 단아한 보름달

携酒扣巖扃      술 지고서 바위 문이나 두들기리다.

1. 休文丈: 당나라 沈約의 字. 沈公의 정자에서 쓰기에 비유하여 이름.




146. 題山僧詩軸   산 속 스님의 시축에 쓰다


白髮秋逾長     백발은 가을이라 더욱 길지만

丹心死未休     丹心은 죽어서도 쉬지를 않나니

方從赤松子     이제부터 적송자를 따라가서

辟穀謝封留     음식도 아니먹고 벼슬도 사양하리.

 1. 赤松子: 고대의 신선. 漢나라 張良이 적송자를 따라가서 辟穀하겠다 했으나 留侯에 봉하자 만족하였다 한다.




147. 關東夜酌 二首   관동에서 밤에 술마시다


夜酌移西檻     자리 옮겨 서쪽 난간에서 술 마시는데

春心繞北辰     봄 마음은 북극성을 둘렀네.

明朝嶺東路     내일 아침 영동 길에는

嵐翠濕衣巾     비취빛 이내 의관을 적시이리.



148. 

卜夜開深酌     밤을 가려 술 깊이 취해

論懷對獨燈     외론 등불과 회포를 나누느니

江南一千里     강남이라 일천리의

消息杳難承     소식 듣기 어려워라.




149. 思菴訃至己丑七月 二首   사암의 부고가 오다  2수


我似失羣鴻     나는 무리 잃은 기러기 같은데

依依何處托     흐렁흐렁 어느 곳에나 의지할고.

參商蘆葦間     參商이 되어 갈대 사이에 있노니

影與寒雲落     그림자와 치운 구름 함께 떨어지네.

1. 思菴은 박순의 호.   依依: 확실하지 아니한 모양.    2. 參商: 두 별의 이름. 參은 동쪽에, 商은 서쪽에 있어 서로 반대편에 나타나 보지 못함. 그래서 서로 만나지 못함을 비유.



150. 

伯淳無福故     백순이 복 없는 까닭은

天下也無福     천하가 복이 없기 때문이지.

命矣奈如何     運命을 어찌하랴

西風一痛哭     서쪽 바람에 한껏 통곡하나니.

 1. 伯淳: 북송의 유학자 程顥의 자. 세상에서 明道先生이라 불렀음. 우주의 본성과 사람의 성이 본래 동일한 것이라 주장하였음. 동생 程頤와 程子라 칭한다.




151. 挽趙主簿堪字克己號玉川子 二首   조주부 감의 만사 (자는 극기, 호는 옥천자)  2수


白老溪翁故     백로와 계옹이 연고 있어

因之托契深     이로 인하여 (나도) 깊이 사귀었지요.

晩來情更厚     뒤늦게 정이 다시 두터워졌나니

吾過子能箴     나의 허물을 그대가 능히 깨우치었네.



152. 

聞說千年宅     이야기 들으니 천년의 幽宅이라

山重水復奇     산 첩첩에 물 더욱 기이하다고.

猶勝葬嬴博     오히려 영박에 장사함보다 나으리니

况與栗翁隨     하물며 율옹과 함께 함에랴...

1. 嬴博: 예기에 延陵季子가 齊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큰 아들이 죽어 嬴博의 사이에다 장사하였다고 한다.




153. 贈栗谷時與栗谷爭東西黨議未契有是作 二首  율곡에게 주다 (이때 율곡과 더불어 동서의 당론을 논의하다가, 뜻이 마무리 되지 않아 이 글을 지었다)


欲言言是垢     말하고자 하여 말하면 때가 되고

思黙黙爲塵     묵묵히 생각만 하면 이도 티끌이 되네.

語黙皆塵垢     말하건 말건 모두 티끌과 때과 되어서

臨書愧故人     글로 쓰려니 이 또한 벗에게 부끄럽고나.



154. 

君言有斟酌     그대 말이 짐작이 있는 건지

我意沒商量     나의 뜻이 요량이 없는 건지.

爛漫同歸日     爛漫히 함께 돌아가는 날엔

方知此味長     바야흐로 이 맛의 기이임을 알리니.

1. 商量: 헤아려 생각함. (헤아릴 상)




155. 餞席贈任士邵廷老  二首   전별하는 자리에서 임사소(정로)에게 주다 2수


餞席臨長道     먼 길에 임하여 전별하는 자리

征人倒急觴     가는 이 급히 술 비웠네.

猶嫌意未已     그래도 마음이 다 풀리지 않아서

更赴子眞庄     정자진(나)의 집으로 다시 왔나니.

 1. 嫌意: 만족 못하는 미진한 마음.   未已: 마치지 않다.   2. 鄭子眞: 정자진은 漢나라 사람으로 谷口에 집을 두고 수도 하였음. 후세에 鄭氏의 전용어로 쓰임. 



156. 

久病寧爲客     병 오래더니 어찌 나그네 되어

衰年重別人     늙은 나이에 다시 이별 하는가.

驛亭風雪日     역정에 눈 바람 섞어 치는 날에

携酒莫論巡     술 지고서 巡杯일랑 논하지 마시길...




157. 悅雲亭亭在伊川,時柳公祖訒爲縣宰 열운정(정자가 이천에 있는데. 유공 조인이 현재가 되었다)  


人皆登此亭     사람들이 모두들 이 정자에 올라서

悅雲不悅酒     구름은 즐기고 술은 아니 즐기네.

好惡萬不同     좋아하고 싫어함이 모두들 같지 않아서

悅酒吾與主     나와 주인만이 술을 즐긴다네.




158. 統軍亭   통군정


遲矣吾行也     더디구나 내 걸음이여

終南在眼前     종남산이 눈 앞에 있네.

將瞻華嶽月     장차 華嶽 위의 달을 보리니

醉後更移船     취한 후에 다시금 배을 옮기리.

 1. 華嶽: 오악의 하나(西嶽). 泰山(동악), 衡山(남악), 恒山(북악), 嵩山(중악).




159. 重陽前日偶吟    중양절 전날 우연히 읊다


爲問槽頭信     묻노니 술통의 첫소식

何如三峽泉     삼협의 샘은 어떠한가.

重陽只隔日     중양절은 단지 하루 사인데

凉冷對秋天     쓸쓸히 가을 하늘만 대하고나.




160. 題雙溪雪雲詩軸    쌍계사 설운의 시축에 쓰다


未到雙溪寺     쌍계사에 이르지도 않았는데

先逢七寶僧     칠보승을 먼저 만났네.

僧乎從我否     이보 스님 나를 다르려는가

春入白雲層     흰 구름 층층이에 봄이야 들었나니.




161. 贈李萬戶義南辛巳     이만호(의남)에게 주다  신사년


鳴弓睨南海     활시위 울리며 남해를 흘깃 보니

南海靜無塵     남해는 고요하야 먼지 하나 없구나.

萬里長城望     만리장성 같은 囑望이

從知屬此人     이 사람에게 속하였음을 알겠네.


162. 示李敬賓    이경빈에게 보이다


小屋圍金橘     조그만 집에 금귤을 두루고

名茶煮玉川     玉川이라 좋은 차를 다리네.

生涯此亦足     생애가 이것으로 족하나니

君是峽中仙     그대는 산골짝의 신선이라.

 1 .玉川: 당나라 사람 盧同의 호, 일찍이 茶歌를 지었음.




163. 秋思  가을 생각


秋風中夜起     가을 바람이 밤중에 이나니

客夢未能圓     나그네의 꿈이 원만치 못해라.

遙想蟾宮女     멀리 월궁의 항아를 생각하나니

凄凉亦不眠     처량하여 그 역시 잠 못 들었네.




164. 次玄成韻 三首   현성의 운에 차하다  3수


病後驚新節     병 앓은 후라 절기에 새삼 놀래고

天涯對故人     하늘 끝에서 벗과 마주했네.

隣家白酒熟     이웃 집에 탁주가 하마 익었고

墻角瑞香新     담장 모퉁이엔 서향이 새로워라.

1. 瑞香: 팥꽃나무과의 常綠灌木. 백색의 향기 있는 꽃이 피며, 보통 열매를 맺지 않음.



165. 

雨送浮雲黑     비는 떠도는 먹구름 보내고

風開谷日陰     바람은 골짝의 해 그늘을 열었네.

柴門幸無事     사립문 앞에 다행이 일 없으니

樽酒細論心     술잔 나누며 속마음 논하지.



166.

城市萍蹤倦     城市에 발걸음 게으르다

江湖草屋成     강호에 草屋을 이루었네.

功名大槐國     공명은 헛된 꿈이라

高枕笑浮生     高枕에 덧없는 생을 비웃는다.

1. 城市: 성으로 둘러쌓인 市街.    2. 萍蹤: 浮萍草의 떠다닌 자취. 각처로 유랑함을 이름.    3. 槐安國: 개미의 서울. 당나라 순우분이 자기 집 남쪽에 있는 늙은 회화나무 밑에서 술에 취하여 잠들었는데 꿈에 大槐安國(개미나라) 南柯郡을 다스리어 20년간이나 부귀를 누리다가 깨었다는 고사. 한때의 헛된 부귀와 꿈을 이름.    4. 高枕: 베개를 높이 베고 마음 편하게 잠. 전하여  안심함.




167. 偶吟   우연히 읊다


流水峽中出     흐르는 물은 골짜기에서 나와

迢迢何所之     아득히 어느 곳으로 가는고.

爾能達江漢     네가 능히 江漢에 이를 것이면

吾欲寄幽思     내 깊은 그리움 부치이련만.




168. 村居雜興    시골에 사는 여러 흥


舊計梅千樹     옛 계획은 매화 천 그루 였는데

新盟竹數竿     새로 맹세하기는 대나무 몇 그루.

若非耕釣路     만약 밭갈고 낚시하는 길 아니라면

常欲掩柴關     늘 사립문 빗장을 닫아 두고파.

1. 掩: 닫을 엄




169. 題平湖堂 二首     평호당에 쓰다  2수 


滿窓紅躑躅     창에는 붉은 철죽 가득하고

臨水碧玲瓏     물에는 푸른 빛이 영롱하고야.

萬事殘生裏     萬事는 殘生 속에 있고 

孤舟落照中     외-론 배는 落照 중에 있나니...



170. 

渺渺江聲遠     아득히 강물 소리는 멀고   

蒼蒼暝色生     어둑어둑 어둠은 생겼구나.

中宵有明月     밤중에 밝은 달이 있으니

不寐倚虛欞     빈 난간에 기대어 잠 못 들어 하노라.

1. 蒼蒼: 어둑어둑한 모양.    欞 격자창 령.  처마 령.




171.贈崔甥    생질 최준에게 주다


酷似牢之舅     우지와 외삼촌처럼 매우 비슷하다고

人言我曰無     사람들은 말하지만 나는 아니라 하네.

吾狂爾若學     내 광기를 네가 배운다면

州里可行乎     州里라도 가히 행할 수 있을까봐.

1. 牢之舅: 晉나라 하무기는 東晋의 명장으로 劉牢之의 外甥인데 그 용력이  舅氏과 매우 비슷 하였다고 한다.    2. 州里: 문명의 고장으로 도읍지를 이름. 논어에 ‘雖州里 行乎哉’라 하였음.




172. 金孺晦家對盆菊    김유회의 집에서 국화 화분을 대하며


孺晦籬邊菊     유회집 울타리 가에 국화는

涵翁盞底香     季涵翁의 술잔 밑에 향기고야.

那知竹窓雪     어찌 알았으리 대나무 창가 눈(菊)

別有一重陽     따로 하나의 중양이 있을 줄을.

 1. 季涵은 송강의 자.     2. 重陽: 음력 9일 9일의 명절. 국화로 떡을 해 먹으며 남녀가 단풍과 국화를 완상하고, 사대부는 높은 곳에 오라 시를 지었다.




173. 余多病㤼寒,山行衣累襲,飮至醉眞如酒瓮狀,山僧又以舁土竹籠,略作輿子,勸余入之,余笑而賦此     나는 병이 많은데다 추위를 겁내어 산행에는 옷을 여러 겹으로 입는데, 술에 취하면 참으로 술 항아리 모양이다. 산승이 또한 들것과 대바구니로 대충 가마를 만들어 나에게 들어가라 권하므로 나는 웃고서 이 시를 지었다.


酒瓮重重裏     술 항아리 겹겹이 싸서

盛之小竹籠     작은 대바구니에 담았지요.

人間有畢卓     인간에 필탁 있어

深入白雲中     흰 구름 속으로 깊이 들어가나니.

 1.畢卓: 晉나라 사람으로 젊어서 방탕하였다. 吏部郞으로 있으면서 노상 술을 마시다가, 벼슬에서 쫒겨났다. 한 번은 이웃집 술을 훔쳐 마시다가 들켜서 포박을 당하였는데 필탁인 것을 알고 풀어 주었다. 그래서 필탁은 그 주인을 불러다 술 항아리 옆에서 잔치를 벌려주고 떠났다 한다.    盛 담을 성.




174. 海雲亭口號  二首   해운정에서 읊다  2수 

吾方捲簾待     내 바야흐로 발 걷어 기다리느니

月欲到天明     달은 하늘에 다아 밝으려 하지요.

樽蟻須添綠     푸른 술에 綠蟻야 더할망정

江雲莫謾生     강구름일랑 머흘하지 말기를.

 1. 綠蟻: 푸른 술의 별칭. 혹은 약주(美酒)에 뜬 찹쌀 밥티.   2. 謾은 漫과 통용.



175. 

神仙不可遇     신선을 어느 곳에서 만날꼬,

岸上靑楓樹     언덕 위엔 푸른 단풍나무만 있네.

瀛海路茫茫     영해 길은 아득아득한데

碧雲何處住     푸른 구름은 어느 곳에 머물렀는고.

1. 瀛海: 瀛洲. 삼신산의 하나로 동쪽 바다의 신선이 사는 곳.



176. 對月獨酌    달 벗하며 홀로 술 마시다


夕月杯中倒     저녁 달은 술잔 속에 넘어지고

春風面上浮     봄바람은 내 얼굴에 떠오네.

乾坤一孤劒     하늘과 땅 사이 한 자루 외론 칼에

長嘯更登樓     긴 휘파람 불며 다시 樓에 올라라.




177. 贈別   이별하며 주다


惜別重携手     석별의 정에 거듭 손잡고

論懷更命樽     화포 나누며 다시 술을 드네.

一生頻聚散     일생에 자주 모였다 흐트졌다하니

萬事任乾坤     온갖 일은 하늘에다 맡기고야.




178. 次栗谷韻贈山僧    율곡의 시에 차운하여 산승에게 주다


流水幾時返     흐르는 물은 어느 때에 돌아오며   

故人何日來     사귀였던 벗은 어느 날에 다시 올꼬...

風塵六載淚     風塵에 여섯 해나 눈물 흘렸건만

白首眼難開     흰 머리에 눈도 뜨지 못할레라.




179. 雪城壁上見圭翁筆有感宋公麟壽號圭菴   설성 벽위에 규옹의 필적을 보고 느끼다(송인수의 호는 규암이다)


壁上圭翁筆     벽 위에 규옹의 필적

無從涕自揮     까닭없이 눈물이 절로 나네.

親朋滿天地     친한 벗이야 천지에 가득하지만

如子古猶稀     그대 같은 인 옛날에도 드물었고야.




180. 奉贈君會舊契  四首   옛 친구 군회에게 주다  4수


凌溪距蘆洞     凌溪가 蘆洞을 격해있지만(막았으나)

一棹便通津     노 하나면 쉽게 나루를 건너겠지.

欲以延民口     백성들이 오래도록 삶을 보전코자

明年更借恂     내년에도 또 구순(그대)를 부르겠네.

 1. 寇恂: 東漢의 穎川守로 임금을 따라 도적을 평정하니 백성이 길을 막으며 말하기를 ‘구순을 1년만 더 빌려주기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2. 距는 拒의 뜻.



181. 

人言蘆洞好     사람들이 蘆洞이 좋다하니

吾欲卜終焉     나는 터 잡아 일생을 마치고져.

多事漢陽令     일 많은 한양의 영이여

山醅內法傳     산술 빚는 내법을 전하여 줄께.

1. 令은 벼슬이름.   內法은 집안의 비법을 이름.


182.

我有多年脹     나에게 오래도록 脹症(배가 부른 병)이 있어

醫云二朮良     의원의 말이 이출이 좋다하네.

故人如惠我     그대가 나에게 은혜를 베푼다면

一服便身康     한 번 먹고 선뜻 나으리라.

 1. 二朮: 白朮과 蒼朮. 엉거시과의 다년초. 뿌리를 약재로 씀.


183.

七寶於楓岳     가을 금강산의 칠보는

仙眞伯仲間     선계와 백중간이라.

吾將高處住     나는 가장 높은 곳에 살려니

不許俗人攀     속인이 오는 건 허락치 않으리라.




184. 關東有贈妓     관동에서 기녀에게 주다


十五年前約     십오년 전에 언약이

監司察訪間     감사나 찰방이 된다 하였지.

吾言雖或中     내 말이 비록 적중했다지만

俱是鬢毛斑     그대와 함께 귀밑머리 반이나 새었네.

1. 監司나 察訪은 모두 각 지방에 이를 수 있는 벼슬이다. 하여 관동지방의 기생과 헤어지면서 감사나 찰방이 되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던 것이다.




185. 與白玉峯光勳遊邊山    옥봉 백광훈과 변산에서 놀다


水淺窺龍窟     물은 앝아 용의 굴이 엿보이고   

松疎露鶴巢     솔은 성글어 학의 집이 드러나네.

欲知仙在處     신선 있는 곳 알고 싶다면

須入白雲高     모름지기 흰 구름 높은 곳으로 들어가야지.




186. 石隅草堂留宿    석우초당에서 유숙하다


曙色依微至     새벽빛 희미하게 이르더니

星躔次第橫     별 자리 차츰 비끼어가네.

酒闌人欲去     술자리 늦으막히 사람들 가려 하는데

茅屋小燈明     띳집에 작은 등이 홀로 밝고나.

 1. 依微: 흐릿함




187. 尹時晦見訪   윤시회 흔이 찾아오다


二燭從公至     두 개의 촛불이 공을 따라와서

三更伴夜明     三更에도 밤 짝하여 밝나니

寸心言不盡     마음속의 말 다하기도 전에

惟畏綠樽傾     오직 술이 빌까봐 걱정이리.

1. 綠樽: 빛이 푸른 술. 곧 좋은 술을 담은 술그릇.

188. 贈宋德求象賢    송덕구(상현)에게 주다


在官常告病     官에 있을 때 늘 병 탓했으니

臨別必微杯     이별에 임해서도 약간만 취하리라.  

不有壼山宋     곤산  송씨가 아니 있으면

幽懷何處開     깊은 마음일랑 어디에서 열을까.




189. 與柳西坰同朝天之行  二首  유서경(근)과 함께 중국에 들어가다  2수


關樹早蟬集     관문 나무에 이른 매미가 모였고

江天秋雨飛     강 하늘에 가을비 나려오네.

思君數行淚     님 그리는 몇 줄기 눈물을

寄與判書歸     判書 가는 길에 함께 부치옵나니.



190. 

江草靑相合     강풀은 푸르게 서로 엉기고

江雲濕不飛     강 구름은 젖어서 날지를 못하네.

沙風過岸上     모랫가 바람 언덕 위를 지나고

落日放船歸     지는 해에 배 띄워 돌아오나니.




191. 附西坰詩   서경에 부치는 시


斷雨山雲合     비 그치자 산 구름 어울리고  

輕風海鷰飛     실바람에 바다 제비 날아오네.

浮生元是客     浮生은 본시 나그네여서

西去又東歸     서로 갔다 또 동으로 오네.




192. 山寺夜吟   산사에서 밤에 읊다


蕭蕭落木聲     부슬부슬 떨어지는 낙엽 소리를

錯認爲疎雨     성근 비 소리로 잘못 알고서

呼僧出門看     스님 불러 나가 보랬더니

月掛溪南樹     시냇가 남쪽 나무에 달만 걸려있다네.




193. 贈朱敎官庚辰江原監司時巡到蔚珍   주교관에게 주다(경진년 강원 감사때 울진을 순도하며)

海曲此人老     바다 한 모퉁이에 이 사람은 늙어가는데

明時吾輩登     밝은 때라 우리 같은 이만 登用되었네.

狂歌驚末俗     광기의 노래는 속된 풍속을 놀라게 하고

大醉撫南朋     크게 취하면 南朋을 어루만지니.




194. 贈洪君叙   홍군서(석)에게 주다


燕客東菴裏     제비는 東菴(봄 암자)에 깃드는데

飡霞今幾年     손하는 지금껏 몇 년인고.

白髮仍復病     백발이라 다시 병 앓으니

靑壁老難緣     靑壁은 이제 인연하기 어려워라.

 1. 飡霞: 노을을 먹음. 전하여 신선이 되려고 도를 닦음.     2. 靑壁: 신선이 사는 곳. 두보의 시에 '靑壁無路 難因緣‘이 있음.




195. 絶句 九首   절구 9수 


雨意猶含暝     비 올려고  어둠은 깔리는데

杯心只願傾     술 생각에 단지 잔 기우리기 소원이네.

莫言明日別     내일 날에 이별일랑 말하지 마오려

吾欲暫時醒     내 지금 잠시나마 깨어있고 싶나니.



196. 

先逢五色羽     五色羽(봉황) 먼저 만나고

且至雪城人     또 雪城 사람이 이르렀네.

行裏携何物     행장 속엔 무엇이 들어나,

烏程若下春     오정과 약하춘이지.

 1. 烏程과 若下春: 유명한 술이름. 오정은 중국 오정고을에서 나는 술이고, 약하춘은 장흥현의 若溪水로 만든 술.



197.

末路收高躅     末年이라 높은 자취 거두었더니

松林掩小軒     솔숲이 작은 집은 가렸네.

臨岐一杯酒     가림길에서 한 잔 술 드노니

萬事欲無言     만사는 말조차 하기 싫어라.

 1. 末路: 사람의 살아가는 끝장. 末年, 老後.



198. 

曾看壁上筆     일찍이 벽 위의 필적을 보면서

共倚水邊亭     물가 정자에 함께 기대었더라.

栗老聞相識     율곡도 들어서 서로 아니니

存亡一涕零     存亡에 한껏 눈물 흘리네.



199.

鵲矣無風韻     까치는 운치 없는 새인데

何如着此翁     어찌하여 이 늙은이에게 붙었을꼬.

玄成聞妙手     玄成이 妙手라고 하지만(들었지만)

於此畵難工     이 모습 그리긴 어렵겠지.

1. 風韻: 風度와 韻致.



200.

臨岐別數子     갈림길에서 그대들과 이별하노니

握手更何言     손 지고서 다시 무슨 말을 하리요.

典學誠身外     늘 배우며 몸가짐 성실히 하여

休令此志昏     이 뜻을 혼미하게 하지 마르시기를...

1. 典學: 항상 학문에 종사함. 典은 常의 뜻.         2. 休: 말 휴.    



 

101.途中  도중에


逝水正如此     흐르는 물이 정히 이와 같거늘

徂年那可停     가는 세월을 어찌 멈추리.

天機自袞袞     天機는 스스로 돌고 도는데

客鬢更星星     나그네 귀밑머리는 고쳐 희뜩희뜩 하고나.

1. 星星: 머리털이 희뜩희뜩한 모양




102. 寄瀛洲使君   영주(제주) 사군에게 주다


已誤尋眞計     신선 찾을 계획일랑 이미 틀렸나니

誰傳度海書     누가 바다 건너 이 서신을 전할까.

相思一枕夢     베개밑 꿈속에 이 그리움

山雨杏花初     산 비에 살구꽃은 갓 피었는데...


 <속집>


103. 詠鶴贈宋仁垂英耈   학을 읊어 송인수(영구)에게 주다


水月諧心性     심성은 물에 뜬 달과 어울리고

風霜賴羽毛     풍상엔 깃과 털에 의지한다네.

須棲烟島裏     모름지기 연기 자욱한 섬 속에 깃드시고

莫坐露松梢     드러난 소나무 가지에랑 앉지 마시길.




104. 客夜惜別  二首   나그네 밤에 석별의 정   2수


不是耽杯酒     술이 탐나서가 아니라네

應緣愴別情     이별의 정이 슬퍼서지.

明朝送君後     내일 아침 그대 보낸 후엔

風雨滿孤城     풍우가 외론 성에 가득 하리라.



105.

孤燈落寒燼     외로운 등불 탄 재는 떨어지는데

缺月送淸光     이지러진 달은 맑은 빛을 보내네.

把酒復怊悵     술 지고 다시금 슬퍼하노니

論情誰短長     정을 논하면 어느것이 길고 짧을지.




106. 統軍亭口占癸巳   통군정에서 읊조림(계사년)


片雨明斜日     여우비에 해 비끼에 밝고

孤雲照海天     외론 구름은 海天에서 비추고야.

臨江一長嘯     강가에서 한번 긴 휘파람 부노니

起盡九龍眠     아홉 용이 모두 잠에서 깨나네.




107. 席上口號 三首    석상에서 읊다  3수


暮雲生睥睨     저녁 구름은 성곽에 솟고

江雨起蒼茫     강 비는 아득한 곳에서 내리네.   

萬事干戈裏     온갖 일 난리 속에

龍灣酒一觴     용만에서 한잔 술 마시이네.

1. 睥睨: 성 위에 쌓은 작은 담



108. 

舊國今恢復     조국이 회복된 지금에도

吾行正杳茫     내 걸음 정히 아득하고나.

四時九天上     어느 때 저 구천을 올라가서

吸盡紫霞觴     紫霞酒 진토록 마시일꼬.

1. 舊國: 故國      2. 紫霞酒: 신선이 마시는 술.  



109.

渚鷺雙雙白     물가에 백로는 쌍쌍이 희고

江雲片片靑     강가 구름은 조각조각 푸르고나.  

世間無別恨     세상에 이별의 恨이 없다면

吾亦一杯停     나 또한 한잔 술 멈추련만.




110. 途中    도중


行役豈非苦     길 다님이 어찌 괴롭지 않으리

別離良亦難     이별도 또한 진실로 어렵고야.

同心幸同伴     마음 맞아 짝하는 이 있어

聊以解愁顔     부족하나마 시름 얼굴 좀 풀리어라.

1. 聊: 마음에 부족하나마 그대로.



111. 奉贈君會舊契尹景禧 三首  옛 친구 윤군회(경희)에게 봉증하다


兒說雙溪洞     아이들 말이 쌍계동은

孤雲隱不還     최고운이 隱居하여 나오지 않은 곳이라 하네.

築居名偶似     집 지은 곳 이름 우연히 같으니

吾欲老玆山     나도 이 산에서 늙고지고.



112. 

爲問延城宰     연성 원님에게 묻노니

何時得再逢     어느 때에 다시 만나 보올꼬.

雙溪五更酒     쌍계에서 오경에 술 마시다

回首正春風     머리 돌리니 바로 봄바람...



113.

遠人長抱病     먼 데 사람 오래도록 병을 앓아

仙子杳難期     신선의 기약은 아득하고

遙夜石房靜     이슥토록 돌방은 고요하나니

幽懷淸磬知     그윽한 회포를 淸磬은 알리라.

1. 遙夜: 긴 밤.




114. 謝使相公見訪  三首   사상공이 찾아줌에 사하여  3수


望月月方吐     달 바라보니 달은 이제 솟으려는데

待人人獨立     사람은 기다려도 사람만 홀로 섰네.

疏簾不用鉤     성긴 발 아니 걷으니

夜久秋寒入     밤이 이슥하여 가을 기운 스며드네.



115. 

柴門幸有客     사립문 찾아든 객이 있으니

天上適來仙     천상에서 귀양온 신선이라.

市遠無兼味     시장은 멀어 맛은 더할 수 없고

敎兒煮玉涎     아이를 시켜 차를 다리게 하네.



116.

相思一村心     서로 그리는 한 조각 마음이야

付與東流去     동쪽 흐르는 물에 보냈지.

仙馭不須徐     님의 수레 아무쪼록 늦지 마시길

愁人正凝佇     시름겨운 이 바로 응시하고 섰나니.




117. 醉呈使節案下此詩有親筆半草粧留大帖   취하여 사절의 案下에 써 드리다(이 시는 반초로 쓴 친필이어서 장식되어 첩으로 남아 있다)


爲訪棠陰伯     팥배나무 그늘의 使節을 방문키 위해

炎程任驛塵     여름 길 역 먼지를 견디었네.

溪山迎晩賞     산과 계곡이 늦은 완상을 맞아주니

俱是意中人     이 모두 마음 속 사람이네.

1. 棠陰: 周나라 소공적이 甘棠나무 그늘에서 쉬어 간데서 나온 말.




118. 贈林子順悌號白湖   임자순에게 드리다(임제의 호는 백호)


客睡何曾着     나그네 언제쯤 잠이 드려는지

樓前有急灘     누 앞에 급한 여울있네.

思君一片夢     그대를 생각하는 한 조각 꿈은

應自海南還     응당 해남에서 돌아오나니.




119. 寄成仲深文濬    성중심(문준)에게 부치다


漠漠胡天雪     막막한 북방 하늘에 눈 나리니

蕭蕭楚客魂     쓸쓸한 초객의 혼인 듯.

殘年大狼狽     늙으막에 낭패가 크나니

悔不用君語     그대 말을 듣지 않음을 후회한다네.




120. 挽崔嘉運慶昌,以下隨得隨書無序次   최가운의 만사(名 경창. 이하는 얻는대로 써 내렸어 차서가 없다)


匹馬入雲山     필마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노니

東風何處嘶     동풍 어느 곳에서 우는가.

將軍臥細柳     장군이 세류에 누웠으니

不復上雲梯     다시는 구름 다리엔 못 오르리.

1. 細柳: 장군이 屯營을 두는 곳. 漢나라 주아부가 이곳에 둔영을 둔 것에서 비롯.




121. 滌襟軒雜詠  四首   척금헌 잡영  4수


 淸溪晩雨   맑은 시내에 늦은 비

東風吹雨來     동풍이 비 몰고 와서

濯此人間熱     인간사 더위를 씻어주네.

如從道士歸     道人 가심을 따라가서

臥聽淸溪咽     맑은 시내 소리침을 누워 들을까.


 122.

露梁烟樹    이슬 맞은 다리에 연기 낀 나무

漁舟下浦沙     고깃배는 개펄 모랫가로 내려가고

暝色生江樹     어두운 빛은 강 숲에 생겨나네.

待月欲鉤簾     발 걷고 달 기다리느니

淸光恐隔霧     맑은 빛이 안개에 가릴까 두려워라.


 123.

 銅雀風帆    동작의 풍범

今朝入海帆     오늘 아침 바다로 떠나간 배는

巨竹俱長綆     큰 간대에 긴 줄을 매었더니

東去杳無蹤     동으로 가서는 아득히 종적없고

滿船江月影     강가 달빛만 배에 가득하여이다.

1. 銅雀: 지명.   

 124.

瓦村返照    와촌의 저녁 볕

不耐送人時     사람을 보낼 때는 못 견디겠더니

還宜覓酒處     술집 찾는 데는 도리어 기쁘고나.

孤舟渡口橫     외로운 배가 나루를 비끼어 가니

我欲江南去     나도 저 강남으로 가고 싶구나.

1. 返照: 저녁때의 볕.




125. 棲霞堂雜詠金成遠號 四首    서하당잡영(김성원의 호. 4수)


月戶     달빛 비치는 집

野鶴招常至     들에 학은 부르면 늘 오건만

山精喚不應     산에 정기는 불러도 대답이 없네.

停杯一問月     술잔 멈추고 달에게 한번 묻노니

豈獨古人會     어찌 옛사람만이 회합 하오리.



 126.

蓮池   연못 

山中畏逢雨     산중에 비 맞을까 두렵고야.

淨友也能喧     淨友가 능히 떠들어

漏泄仙家景     선가의 풍경을 누설하느니

淸香滿洞門     맑은 향이 동구에 가득하고나.

 1. 淨友: 蓮의 다른 이름.

 127.

假山  가산

巧削神應助     교묘히 깍은 솜씨 신의 도움인듯

深藏海幾重     바다 겹겹이에 깊이 감추었구나.

侯門歌吹地     노래하고 피리부는 권세가의 땅이

爭似此山翁     어찌 이 산 늙은이와 같을리요.


 128.

石井   돌샘

天雲何處看     하늘갓 구름을 어디서 보냐면

活水方澄井     活水 솟는 모난 맑은 울물 속에서...

終日自無風     종일토록 절로 바람 없으니

一塵寧到鏡     차라리 먼지 한점 거울에 다았을꺼나.




129. 息影亭雜詠次韻 十首  식영정잡영(임억령시)에 차운하다 10수


 瑞石閒雲   상서로운 돌에 한가한 구름

初從低處生     처음엔 어느 곳에서 생겼다가

更向何方歛     다시 어느 곳으로 향하여 가는가.

去來本無心     가고 옴에 늘 마음 없기에

可怡不可厭     기뻐하여 싫지 않나니.

 130.

 碧梧凉月   벽오동에 서늘한 달

人懷五色羽     사람은 오색우를 품었는데

月掛一枝梧     달은 오동나무 가지 끝에 걸렸고나.

白髮滿秋鏡     백발이 가을거울 속에 가득하노니

衰容非壯夫     쇠잔한 얼굴은 이제 장부가 아니어라.

1. 五色羽: 봉황

 131.

 蒼松晴雪     푸른 소나무에 개인 눈

白玉峯巒矗     백옥의 산보우리 우뚝 솟았는데

蒼龍鬐鬣傾     푸른용(老松)은 갈기가 기우러졌네.

月中光不正     달 아래에 빛은 어스레한데

風外響堪驚     바람 밖에 울림은 더욱 놀랍네.

 1. 蒼龍: 푸른용, 늙은용 혹은 老松을 이르는 말.      2. 矗:우거질 촉. 우뚝솟을 촉.


 132.

 釣臺雙松    낚시터에 두 소나무

日哦二松下     낮엔 두 소나무 아래서 시 읊으며

潭底見遊鱗     못 밑에 노니는 고기를 보았네.

終夕不登釣     종일도록 고기는 아니 낚이는데

忘機惟主人     유독 주인은 세사를 잊었고나.

 1. 忘機: 귀찮은 세사를 잊음. 機는 마음의 꾸밈(機心)


 133.

鶴洞暮烟   학 마을의 저녁 연기

長天看獨鶴     긴 하늘에 외론 학을 바라보니

露頂更藏腰     정수리만 들어내곤 허리는 감추었네.

終日有烟氣     종일토록 연기 자오록하니

無心歸舊巢     옛 집으로 돌아갈 마음 잊은 듯.


 134.

 鸕鶿巖   노자암

偶因水中巖     우연히 물 속에 바위가 있어

目以鸕鶿處     바다가가우지 있음을 보네.

其意不須魚     물고기에게 뜻이 있는 건 아니지만

烟波自來去     烟波속에 그냥 왔다 갔다 하고나.


 135.

紫薇灘      백일홍 여울

花能住百日     꽃이 능히 백일을 지내니

所以水邊栽     이에 물가에 심었지요.

春後有如此     봄 이후에도 이와 같으니

東君無乃猜     東君이 시기를 아니 하까요.  

1. 紫薇: 백일홍의 이칭.     2. 東君: 태양의 신 혹은 봄을 맡은 동쪽의 신.


 136.

桃花逕   복사꽃 길

麗景三春暮     고운 빛 세 봄이 저물녘에

夭桃一色齊     어여쁜 복사꽃 한 색으로 가지런하니

古來花下路     옛부터 꽃 아래 길은

迢遞使人迷     길가는 이 혼미케 한다네..

1. 迢遞: 먼 모양.


 137.

 芳草洲    방초주                                                            

古峽深如海     오-랜 골짜긴 깊어서 바다 같고

芳洲草似綿     꽃 피는 섬의 풀은 솜결 같고나.

初宜雨後屐     처음엔 비 뒤에 나막신 신기에 좋겠더니

更合醉來眠     고쳐(생각하기를) 취한 후에 자기에 합당켔네.


 138.

芙蓉塘   부용당

龍若閟玆水     용이 이 물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면

如今應噬臍     이제 와선 응당 후회할 것을.

芙蓉爛紅白     연꽃이 붉고 희게 흐드러졌느니

車馬簇前溪     車馬가 시-내 앞에 모여드네.

1. 閟: 닫을비. 숨어서 나타나지 아니함.      2. 如今: 이제. 지금.     3. 噬臍: 배꼽을 물어뜯으려 해도 입이 닿지 아니 한다는 뜻으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뜻. 噬臍莫及



139. 遙寄霞堂主人   멀리 하당주인에게 보내다

                             

霞老平生友     霞堂 늙은이 그대는 평생의 벗이라

難忘夢寐間     꿈에서도 잊기가 어려워라.

吾方走塵世     나는 지금 속세에서 바쁘지만

君獨臥雲山     그대는 홀로 구름 산에 누웠겠지.




140. 贈金君瑛   김군 영에게 주다


皓首吾兄弟     흰 머리 우리 형제

秋風此離別     가을 바람 속에 이같은 이별이라니.

臨岐一杯酒     가림길에서 한 잔 술 드-오니

風雨助吟思     풍우가 시 읊을 생각을 돕누나.




141. 止酒謝客    술을 끊고 손님에게 사하다.


老杜新停日     늙은 두보가 새로 술 끊던 날

親朋載酒時     친한 벗이 술 싣고 찾아왔네.

懽情隨處減     기쁨의 정은 가는 곳마다 줄어들고

壯志逐年衰     장쾌한 뜻은 해를 쫓아 쇠하여만 가나니.




142. 寄呈玉谷老仙   옥곡 노선에게 부치다


懷哉玉谷老     그리워라 옥곡옹이여,

已矣松江人     끝났고나 송강인이야.

滯酒天南夕     하늘 남쪽 저녁 술마져 막히었고

迢迢愁白蘋     아슬히 하얀 마름만이 시름겹나니.

1. 已: 끝장이로다. 절망의 뜻을 영탄조로 이르는 말.  迢迢는 먼 모양.

143. 贈別門生     문생과 이별하며 주다


好在諸君子     좋이 계시게, 여러 군자들이여.

詩書貴及時     詩書는 때를 지킴이 좋으네.

芳年不長住     청춘은 오래 머물지 않나니

墜緖杳難期     실마릴 놓치면 훗날을 기약하기 어렵다네.




144. 驪江醉吟    여강에서 취하여 읊다


落日那能住     지는 해를 어찌 멈추이리

重陰不可開     어두어진 그늘이야 밝히지 못하네라.

驪江西達漢     여강은 서로 흘러 한강에 닿으리니

醉後一登臺     취한 후에 등대에나 오르리라.




145. 題沈公亭壁    심공의 정자 벽에 쓰다


不見休文丈      휴문장을 뵙지 못하니

空聞集勝亭      빼어난 정자에 모인단 말 헛소문일레.

中秋端正月      중추절의 단아한 보름달

携酒扣巖扃      술 지고서 바위 문이나 두들기리다.

1. 休文丈: 당나라 沈約의 字. 沈公의 정자에서 쓰기에 비유하여 이름.




146. 題山僧詩軸   산 속 스님의 시축에 쓰다


白髮秋逾長     백발은 가을이라 더욱 길지만

丹心死未休     丹心은 죽어서도 쉬지를 않나니

方從赤松子     이제부터 적송자를 따라가서

辟穀謝封留     음식도 아니먹고 벼슬도 사양하리.

 1. 赤松子: 고대의 신선. 漢나라 張良이 적송자를 따라가서 辟穀하겠다 했으나 留侯에 봉하자 만족하였다 한다.




147. 關東夜酌 二首   관동에서 밤에 술마시다


夜酌移西檻     자리 옮겨 서쪽 난간에서 술 마시는데

春心繞北辰     봄 마음은 북극성을 둘렀네.

明朝嶺東路     내일 아침 영동 길에는

嵐翠濕衣巾     비취빛 이내 의관을 적시이리.



148. 

卜夜開深酌     밤을 가려 술 깊이 취해

論懷對獨燈     외론 등불과 회포를 나누느니

江南一千里     강남이라 일천리의

消息杳難承     소식 듣기 어려워라.




149. 思菴訃至己丑七月 二首   사암의 부고가 오다  2수


我似失羣鴻     나는 무리 잃은 기러기 같은데

依依何處托     흐렁흐렁 어느 곳에나 의지할고.

參商蘆葦間     參商이 되어 갈대 사이에 있노니

影與寒雲落     그림자와 치운 구름 함께 떨어지네.

1. 思菴은 박순의 호.   依依: 확실하지 아니한 모양.    2. 參商: 두 별의 이름. 參은 동쪽에, 商은 서쪽에 있어 서로 반대편에 나타나 보지 못함. 그래서 서로 만나지 못함을 비유.



150. 

伯淳無福故     백순이 복 없는 까닭은

天下也無福     천하가 복이 없기 때문이지.

命矣奈如何     運命을 어찌하랴

西風一痛哭     서쪽 바람에 한껏 통곡하나니.

 1. 伯淳: 북송의 유학자 程顥의 자. 세상에서 明道先生이라 불렀음. 우주의 본성과 사람의 성이 본래 동일한 것이라 주장하였음. 동생 程頤와 程子라 칭한다.




151. 挽趙主簿堪字克己號玉川子 二首   조주부 감의 만사 (자는 극기, 호는 옥천자)  2수


白老溪翁故     백로와 계옹이 연고 있어

因之托契深     이로 인하여 (나도) 깊이 사귀었지요.

晩來情更厚     뒤늦게 정이 다시 두터워졌나니

吾過子能箴     나의 허물을 그대가 능히 깨우치었네.



152. 

聞說千年宅     이야기 들으니 천년의 幽宅이라

山重水復奇     산 첩첩에 물 더욱 기이하다고.

猶勝葬嬴博     오히려 영박에 장사함보다 나으리니

况與栗翁隨     하물며 율옹과 함께 함에랴...

1. 嬴博: 예기에 延陵季子가 齊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큰 아들이 죽어 嬴博의 사이에다 장사하였다고 한다.




153. 贈栗谷時與栗谷爭東西黨議未契有是作 二首  율곡에게 주다 (이때 율곡과 더불어 동서의 당론을 논의하다가, 뜻이 마무리 되지 않아 이 글을 지었다)


欲言言是垢     말하고자 하여 말하면 때가 되고

思黙黙爲塵     묵묵히 생각만 하면 이도 티끌이 되네.

語黙皆塵垢     말하건 말건 모두 티끌과 때과 되어서

臨書愧故人     글로 쓰려니 이 또한 벗에게 부끄럽고나.



154. 

君言有斟酌     그대 말이 짐작이 있는 건지

我意沒商量     나의 뜻이 요량이 없는 건지.

爛漫同歸日     爛漫히 함께 돌아가는 날엔

方知此味長     바야흐로 이 맛의 기이임을 알리니.

1. 商量: 헤아려 생각함. (헤아릴 상)




155. 餞席贈任士邵廷老  二首   전별하는 자리에서 임사소(정로)에게 주다 2수


餞席臨長道     먼 길에 임하여 전별하는 자리

征人倒急觴     가는 이 급히 술 비웠네.

猶嫌意未已     그래도 마음이 다 풀리지 않아서

更赴子眞庄     정자진(나)의 집으로 다시 왔나니.

 1. 嫌意: 만족 못하는 미진한 마음.   未已: 마치지 않다.   2. 鄭子眞: 정자진은 漢나라 사람으로 谷口에 집을 두고 수도 하였음. 후세에 鄭氏의 전용어로 쓰임. 



156. 

久病寧爲客     병 오래더니 어찌 나그네 되어

衰年重別人     늙은 나이에 다시 이별 하는가.

驛亭風雪日     역정에 눈 바람 섞어 치는 날에

携酒莫論巡     술 지고서 巡杯일랑 논하지 마시길...




157. 悅雲亭亭在伊川,時柳公祖訒爲縣宰 열운정(정자가 이천에 있는데. 유공 조인이 현재가 되었다)  


人皆登此亭     사람들이 모두들 이 정자에 올라서

悅雲不悅酒     구름은 즐기고 술은 아니 즐기네.

好惡萬不同     좋아하고 싫어함이 모두들 같지 않아서

悅酒吾與主     나와 주인만이 술을 즐긴다네.




158. 統軍亭   통군정


遲矣吾行也     더디구나 내 걸음이여

終南在眼前     종남산이 눈 앞에 있네.

將瞻華嶽月     장차 華嶽 위의 달을 보리니

醉後更移船     취한 후에 다시금 배을 옮기리.

 1. 華嶽: 오악의 하나(西嶽). 泰山(동악), 衡山(남악), 恒山(북악), 嵩山(중악).




159. 重陽前日偶吟    중양절 전날 우연히 읊다


爲問槽頭信     묻노니 술통의 첫소식

何如三峽泉     삼협의 샘은 어떠한가.

重陽只隔日     중양절은 단지 하루 사인데

凉冷對秋天     쓸쓸히 가을 하늘만 대하고나.




160. 題雙溪雪雲詩軸    쌍계사 설운의 시축에 쓰다


未到雙溪寺     쌍계사에 이르지도 않았는데

先逢七寶僧     칠보승을 먼저 만났네.

僧乎從我否     이보 스님 나를 다르려는가

春入白雲層     흰 구름 층층이에 봄이야 들었나니.




161. 贈李萬戶義南辛巳     이만호(의남)에게 주다  신사년


鳴弓睨南海     활시위 울리며 남해를 흘깃 보니

南海靜無塵     남해는 고요하야 먼지 하나 없구나.

萬里長城望     만리장성 같은 囑望이

從知屬此人     이 사람에게 속하였음을 알겠네.


162. 示李敬賓    이경빈에게 보이다


小屋圍金橘     조그만 집에 금귤을 두루고

名茶煮玉川     玉川이라 좋은 차를 다리네.

生涯此亦足     생애가 이것으로 족하나니

君是峽中仙     그대는 산골짝의 신선이라.

 1 .玉川: 당나라 사람 盧同의 호, 일찍이 茶歌를 지었음.




163. 秋思  가을 생각


秋風中夜起     가을 바람이 밤중에 이나니

客夢未能圓     나그네의 꿈이 원만치 못해라.

遙想蟾宮女     멀리 월궁의 항아를 생각하나니

凄凉亦不眠     처량하여 그 역시 잠 못 들었네.




164. 次玄成韻 三首   현성의 운에 차하다  3수


病後驚新節     병 앓은 후라 절기에 새삼 놀래고

天涯對故人     하늘 끝에서 벗과 마주했네.

隣家白酒熟     이웃 집에 탁주가 하마 익었고

墻角瑞香新     담장 모퉁이엔 서향이 새로워라.

1. 瑞香: 팥꽃나무과의 常綠灌木. 백색의 향기 있는 꽃이 피며, 보통 열매를 맺지 않음.



165. 

雨送浮雲黑     비는 떠도는 먹구름 보내고

風開谷日陰     바람은 골짝의 해 그늘을 열었네.

柴門幸無事     사립문 앞에 다행이 일 없으니

樽酒細論心     술잔 나누며 속마음 논하지.



166.

城市萍蹤倦     城市에 발걸음 게으르다

江湖草屋成     강호에 草屋을 이루었네.

功名大槐國     공명은 헛된 꿈이라

高枕笑浮生     高枕에 덧없는 생을 비웃는다.

1. 城市: 성으로 둘러쌓인 市街.    2. 萍蹤: 浮萍草의 떠다닌 자취. 각처로 유랑함을 이름.    3. 槐安國: 개미의 서울. 당나라 순우분이 자기 집 남쪽에 있는 늙은 회화나무 밑에서 술에 취하여 잠들었는데 꿈에 大槐安國(개미나라) 南柯郡을 다스리어 20년간이나 부귀를 누리다가 깨었다는 고사. 한때의 헛된 부귀와 꿈을 이름.    4. 高枕: 베개를 높이 베고 마음 편하게 잠. 전하여  안심함.




167. 偶吟   우연히 읊다


流水峽中出     흐르는 물은 골짜기에서 나와

迢迢何所之     아득히 어느 곳으로 가는고.

爾能達江漢     네가 능히 江漢에 이를 것이면

吾欲寄幽思     내 깊은 그리움 부치이련만.




168. 村居雜興    시골에 사는 여러 흥


舊計梅千樹     옛 계획은 매화 천 그루 였는데

新盟竹數竿     새로 맹세하기는 대나무 몇 그루.

若非耕釣路     만약 밭갈고 낚시하는 길 아니라면

常欲掩柴關     늘 사립문 빗장을 닫아 두고파.

1. 掩: 닫을 엄




169. 題平湖堂 二首     평호당에 쓰다  2수 


滿窓紅躑躅     창에는 붉은 철죽 가득하고

臨水碧玲瓏     물에는 푸른 빛이 영롱하고야.

萬事殘生裏     萬事는 殘生 속에 있고 

孤舟落照中     외-론 배는 落照 중에 있나니...



170. 

渺渺江聲遠     아득히 강물 소리는 멀고   

蒼蒼暝色生     어둑어둑 어둠은 생겼구나.

中宵有明月     밤중에 밝은 달이 있으니

不寐倚虛欞     빈 난간에 기대어 잠 못 들어 하노라.

1. 蒼蒼: 어둑어둑한 모양.    欞 격자창 령.  처마 령.




171.贈崔甥    생질 최준에게 주다


酷似牢之舅     우지와 외삼촌처럼 매우 비슷하다고

人言我曰無     사람들은 말하지만 나는 아니라 하네.

吾狂爾若學     내 광기를 네가 배운다면

州里可行乎     州里라도 가히 행할 수 있을까봐.

1. 牢之舅: 晉나라 하무기는 東晋의 명장으로 劉牢之의 外甥인데 그 용력이  舅氏과 매우 비슷 하였다고 한다.    2. 州里: 문명의 고장으로 도읍지를 이름. 논어에 ‘雖州里 行乎哉’라 하였음.




172. 金孺晦家對盆菊    김유회의 집에서 국화 화분을 대하며


孺晦籬邊菊     유회집 울타리 가에 국화는

涵翁盞底香     季涵翁의 술잔 밑에 향기고야.

那知竹窓雪     어찌 알았으리 대나무 창가 눈(菊)

別有一重陽     따로 하나의 중양이 있을 줄을.

 1. 季涵은 송강의 자.     2. 重陽: 음력 9일 9일의 명절. 국화로 떡을 해 먹으며 남녀가 단풍과 국화를 완상하고, 사대부는 높은 곳에 오라 시를 지었다.




173. 余多病㤼寒,山行衣累襲,飮至醉眞如酒瓮狀,山僧又以舁土竹籠,略作輿子,勸余入之,余笑而賦此     나는 병이 많은데다 추위를 겁내어 산행에는 옷을 여러 겹으로 입는데, 술에 취하면 참으로 술 항아리 모양이다. 산승이 또한 들것과 대바구니로 대충 가마를 만들어 나에게 들어가라 권하므로 나는 웃고서 이 시를 지었다.


酒瓮重重裏     술 항아리 겹겹이 싸서

盛之小竹籠     작은 대바구니에 담았지요.

人間有畢卓     인간에 필탁 있어

深入白雲中     흰 구름 속으로 깊이 들어가나니.

 1.畢卓: 晉나라 사람으로 젊어서 방탕하였다. 吏部郞으로 있으면서 노상 술을 마시다가, 벼슬에서 쫒겨났다. 한 번은 이웃집 술을 훔쳐 마시다가 들켜서 포박을 당하였는데 필탁인 것을 알고 풀어 주었다. 그래서 필탁은 그 주인을 불러다 술 항아리 옆에서 잔치를 벌려주고 떠났다 한다.    盛 담을 성.




174. 海雲亭口號  二首   해운정에서 읊다  2수 

吾方捲簾待     내 바야흐로 발 걷어 기다리느니

月欲到天明     달은 하늘에 다아 밝으려 하지요.

樽蟻須添綠     푸른 술에 綠蟻야 더할망정

江雲莫謾生     강구름일랑 머흘하지 말기를.

 1. 綠蟻: 푸른 술의 별칭. 혹은 약주(美酒)에 뜬 찹쌀 밥티.   2. 謾은 漫과 통용.



175. 

神仙不可遇     신선을 어느 곳에서 만날꼬,

岸上靑楓樹     언덕 위엔 푸른 단풍나무만 있네.

瀛海路茫茫     영해 길은 아득아득한데

碧雲何處住     푸른 구름은 어느 곳에 머물렀는고.

1. 瀛海: 瀛洲. 삼신산의 하나로 동쪽 바다의 신선이 사는 곳.



176. 對月獨酌    달 벗하며 홀로 술 마시다


夕月杯中倒     저녁 달은 술잔 속에 넘어지고

春風面上浮     봄바람은 내 얼굴에 떠오네.

乾坤一孤劒     하늘과 땅 사이 한 자루 외론 칼에

長嘯更登樓     긴 휘파람 불며 다시 樓에 올라라.




177. 贈別   이별하며 주다


惜別重携手     석별의 정에 거듭 손잡고

論懷更命樽     화포 나누며 다시 술을 드네.

一生頻聚散     일생에 자주 모였다 흐트졌다하니

萬事任乾坤     온갖 일은 하늘에다 맡기고야.




178. 次栗谷韻贈山僧    율곡의 시에 차운하여 산승에게 주다


流水幾時返     흐르는 물은 어느 때에 돌아오며   

故人何日來     사귀였던 벗은 어느 날에 다시 올꼬...

風塵六載淚     風塵에 여섯 해나 눈물 흘렸건만

白首眼難開     흰 머리에 눈도 뜨지 못할레라.




179. 雪城壁上見圭翁筆有感宋公麟壽號圭菴   설성 벽위에 규옹의 필적을 보고 느끼다(송인수의 호는 규암이다)


壁上圭翁筆     벽 위에 규옹의 필적

無從涕自揮     까닭없이 눈물이 절로 나네.

親朋滿天地     친한 벗이야 천지에 가득하지만

如子古猶稀     그대 같은 인 옛날에도 드물었고야.




180. 奉贈君會舊契  四首   옛 친구 군회에게 주다  4수


凌溪距蘆洞     凌溪가 蘆洞을 격해있지만(막았으나)

一棹便通津     노 하나면 쉽게 나루를 건너겠지.

欲以延民口     백성들이 오래도록 삶을 보전코자

明年更借恂     내년에도 또 구순(그대)를 부르겠네.

 1. 寇恂: 東漢의 穎川守로 임금을 따라 도적을 평정하니 백성이 길을 막으며 말하기를 ‘구순을 1년만 더 빌려주기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2. 距는 拒의 뜻.



181. 

人言蘆洞好     사람들이 蘆洞이 좋다하니

吾欲卜終焉     나는 터 잡아 일생을 마치고져.

多事漢陽令     일 많은 한양의 영이여

山醅內法傳     산술 빚는 내법을 전하여 줄께.

1. 令은 벼슬이름.   內法은 집안의 비법을 이름.


182.

我有多年脹     나에게 오래도록 脹症(배가 부른 병)이 있어

醫云二朮良     의원의 말이 이출이 좋다하네.

故人如惠我     그대가 나에게 은혜를 베푼다면

一服便身康     한 번 먹고 선뜻 나으리라.

 1. 二朮: 白朮과 蒼朮. 엉거시과의 다년초. 뿌리를 약재로 씀.


183.

七寶於楓岳     가을 금강산의 칠보는

仙眞伯仲間     선계와 백중간이라.

吾將高處住     나는 가장 높은 곳에 살려니

不許俗人攀     속인이 오는 건 허락치 않으리라.




184. 關東有贈妓     관동에서 기녀에게 주다


十五年前約     십오년 전에 언약이

監司察訪間     감사나 찰방이 된다 하였지.

吾言雖或中     내 말이 비록 적중했다지만

俱是鬢毛斑     그대와 함께 귀밑머리 반이나 새었네.

1. 監司나 察訪은 모두 각 지방에 이를 수 있는 벼슬이다. 하여 관동지방의 기생과 헤어지면서 감사나 찰방이 되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던 것이다.




185. 與白玉峯光勳遊邊山    옥봉 백광훈과 변산에서 놀다


水淺窺龍窟     물은 앝아 용의 굴이 엿보이고   

松疎露鶴巢     솔은 성글어 학의 집이 드러나네.

欲知仙在處     신선 있는 곳 알고 싶다면

須入白雲高     모름지기 흰 구름 높은 곳으로 들어가야지.




186. 石隅草堂留宿    석우초당에서 유숙하다


曙色依微至     새벽빛 희미하게 이르더니

星躔次第橫     별 자리 차츰 비끼어가네.

酒闌人欲去     술자리 늦으막히 사람들 가려 하는데

茅屋小燈明     띳집에 작은 등이 홀로 밝고나.

 1. 依微: 흐릿함




187. 尹時晦見訪   윤시회 흔이 찾아오다


二燭從公至     두 개의 촛불이 공을 따라와서

三更伴夜明     三更에도 밤 짝하여 밝나니

寸心言不盡     마음속의 말 다하기도 전에

惟畏綠樽傾     오직 술이 빌까봐 걱정이리.

1. 綠樽: 빛이 푸른 술. 곧 좋은 술을 담은 술그릇.

188. 贈宋德求象賢    송덕구(상현)에게 주다


在官常告病     官에 있을 때 늘 병 탓했으니

臨別必微杯     이별에 임해서도 약간만 취하리라.  

不有壼山宋     곤산  송씨가 아니 있으면

幽懷何處開     깊은 마음일랑 어디에서 열을까.




189. 與柳西坰同朝天之行  二首  유서경(근)과 함께 중국에 들어가다  2수


關樹早蟬集     관문 나무에 이른 매미가 모였고

江天秋雨飛     강 하늘에 가을비 나려오네.

思君數行淚     님 그리는 몇 줄기 눈물을

寄與判書歸     判書 가는 길에 함께 부치옵나니.



190. 

江草靑相合     강풀은 푸르게 서로 엉기고

江雲濕不飛     강 구름은 젖어서 날지를 못하네.

沙風過岸上     모랫가 바람 언덕 위를 지나고

落日放船歸     지는 해에 배 띄워 돌아오나니.




191. 附西坰詩   서경에 부치는 시


斷雨山雲合     비 그치자 산 구름 어울리고  

輕風海鷰飛     실바람에 바다 제비 날아오네.

浮生元是客     浮生은 본시 나그네여서

西去又東歸     서로 갔다 또 동으로 오네.




192. 山寺夜吟   산사에서 밤에 읊다


蕭蕭落木聲     부슬부슬 떨어지는 낙엽 소리를

錯認爲疎雨     성근 비 소리로 잘못 알고서

呼僧出門看     스님 불러 나가 보랬더니

月掛溪南樹     시냇가 남쪽 나무에 달만 걸려있다네.




193. 贈朱敎官庚辰江原監司時巡到蔚珍   주교관에게 주다(경진년 강원 감사때 울진을 순도하며)

海曲此人老     바다 한 모퉁이에 이 사람은 늙어가는데

明時吾輩登     밝은 때라 우리 같은 이만 登用되었네.

狂歌驚末俗     광기의 노래는 속된 풍속을 놀라게 하고

大醉撫南朋     크게 취하면 南朋을 어루만지니.




194. 贈洪君叙   홍군서(석)에게 주다


燕客東菴裏     제비는 東菴(봄 암자)에 깃드는데

飡霞今幾年     손하는 지금껏 몇 년인고.

白髮仍復病     백발이라 다시 병 앓으니

靑壁老難緣     靑壁은 이제 인연하기 어려워라.

 1. 飡霞: 노을을 먹음. 전하여 신선이 되려고 도를 닦음.     2. 靑壁: 신선이 사는 곳. 두보의 시에 '靑壁無路 難因緣‘이 있음.




195. 絶句 九首   절구 9수 


雨意猶含暝     비 올려고  어둠은 깔리는데

杯心只願傾     술 생각에 단지 잔 기우리기 소원이네.

莫言明日別     내일 날에 이별일랑 말하지 마오려

吾欲暫時醒     내 지금 잠시나마 깨어있고 싶나니.



196. 

先逢五色羽     五色羽(봉황) 먼저 만나고

且至雪城人     또 雪城 사람이 이르렀네.

行裏携何物     행장 속엔 무엇이 들어나,

烏程若下春     오정과 약하춘이지.

 1. 烏程과 若下春: 유명한 술이름. 오정은 중국 오정고을에서 나는 술이고, 약하춘은 장흥현의 若溪水로 만든 술.



197.

末路收高躅     末年이라 높은 자취 거두었더니

松林掩小軒     솔숲이 작은 집은 가렸네.

臨岐一杯酒     가림길에서 한 잔 술 드노니

萬事欲無言     만사는 말조차 하기 싫어라.

 1. 末路: 사람의 살아가는 끝장. 末年, 老後.



198. 

曾看壁上筆     일찍이 벽 위의 필적을 보면서

共倚水邊亭     물가 정자에 함께 기대었더라.

栗老聞相識     율곡도 들어서 서로 아니니

存亡一涕零     存亡에 한껏 눈물 흘리네.



199.

鵲矣無風韻     까치는 운치 없는 새인데

何如着此翁     어찌하여 이 늙은이에게 붙었을꼬.

玄成聞妙手     玄成이 妙手라고 하지만(들었지만)

於此畵難工     이 모습 그리긴 어렵겠지.

1. 風韻: 風度와 韻致.



200.

臨岐別數子     갈림길에서 그대들과 이별하노니

握手更何言     손 지고서 다시 무슨 말을 하리요.

典學誠身外     늘 배우며 몸가짐 성실히 하여

休令此志昏     이 뜻을 혼미하게 하지 마르시기를...

1. 典學: 항상 학문에 종사함. 典은 常의 뜻.         2. 休: 말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