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입력 : 2012.06.19 22:53
'제국(帝國)의 몰락'은 19세기 유럽인들에게 우수(憂愁)를 자아내는 주제였다. 국가의 흥망성쇠야 당연한 역사의 이치지만,
그 주인공이 마치 찬란한 태양처럼 온 세상을 호령했던 영광된 제국이라면 허무한 감정이 더욱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영국이
자랑하는 풍경화가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1775~1851)의 '카르타고 제국의 몰락'은 바로 그런 낭만적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 터너 '카르타고 제국의 몰락' - 1817년, 캔버스에 유채, 170×239㎝, 런던 테이트 갤러리 소장.
멸망했다. 코끼리를 이끌고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를 기습했던 한니발 같은 명장(名將)의 활약은 전설로 남았을 뿐,
패망 이후 융성했던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노약자들만 살아남았다. 터너의 그림에도 무너진 계단 위로 어지럽게 흩어진
건물의 잔해와 비탄에 젖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나 지금 거대한 제국이 스러졌음을 가장 극적으로 암시하는 것은
건물이나 사람이 아니라 바다 물결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수평선 아래를 향해 가라앉고 있는 태양이다.
눈부시지만 곧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 존재, 그 허망하고 스산한 마지막 순간의 비극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터너는 영국과 지루한 전쟁을 계속하던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마침내 몰락한 다음에 이 그림을 완성했다.
터너는 영국과 지루한 전쟁을 계속하던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마침내 몰락한 다음에 이 그림을 완성했다.
한때 나폴레옹의 군대 또한 험준한 알프스를 넘어 승리를 이루고 마는 불패(不敗)의 신화를 낳았다.
그러나 반복되는 역사를 통해 영원한 제국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터너는 영국인이었지만 자기 조국의 운명 또한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임을 믿었던 냉철한 낭만주의자였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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