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64] 천장 좀 올려다 보세요 천사들이 우릴 훔쳐봐요!

yellowday 2012. 5. 23. 07:09

 

입력 : 2012.05.22 22:45


천장 좀 올려다 보세요 천사들이 우릴 훔쳐봐요!


침실의 천장 한가운데에 동그란 창이 뚫려 있다고 상상해 보자. 낮에는 푸른 하늘에 한가롭게 떠다니는 흰구름이 
보일 것이고,밤이면 수많은 별이 얼굴 위로 쏟아질 듯이 반짝일 것이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그 창의 주위에 둘러서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침실을 내려다보고 있다면 어떨까? 이처럼 시적(詩的)이면서도 야릇한 상상을 그려낸 이가 바로 
15세기 중반, 이탈리아의 만토바에서 궁정화가로 활약한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였다. 
그는 만토바의 영주였던 루도비코 곤차가의 주문을 받아 '신혼의 방'이라고 불리는 궁전 침실을 그림으로 장식했다.


만테냐 '신혼의 방 천장화' - 1474년경, 이탈리아 만토바의 공작 궁전.
원근법과 명암법을 완벽하게 구사한 만테냐는 천장에 창을 그리고 그 주위를 풍성한 과일 묶음과 동그란 구멍이 뚫린 
난간으로 둘러쌌다. 진짜처럼 보이지만 전부 그림이다. 난간 위에는 공작새 한 마리가 앉아 있고, 수풀이 무성한 화분을
 나무 막대 하나로 위태롭게 받쳐 놓아서 누군가 건드리면 아래 누운 이의 얼굴로 떨어질 것 같다. 
그 옆에서는 웃음을 띤 동네 여인들과 날개를 단 통통한 사내아이들이 침실을 내려다본다. 

신화의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이 아기들은 큐피드처럼 세속적인 사랑을 상징한다. 따라서 난간 구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가 
빠지지 않아 울고 있거나 사과를 아래로 던질 듯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천진한 아기들의 장난을 그린 것 같지만 
사실은 다분히 성적(性的)인 의미를 품고 있다. 금단의 열매였던 사과는 육체적 쾌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이 모든 것이 낮은 천장에 그려진 그림이라니, 만테냐는 진정 3D 화면의 선구자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