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61] 이글거리는 中世 대성당에서 잡아낸 '그때 그 순간'

yellowday 2012. 5. 4. 16:51

입력 : 2012.05.01 22:51


이글거리는 中世 대성당에서 잡아낸 '그때 그 순간'


모네 '밝은 햇빛의 루앙 대성당: 푸른색과 금색의 조화'… 1893년, 캔버스에 유채, 107x73.5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눈부신 햇빛 아래서 푸른색과 황금색을 내뿜으며 바스러질 듯이 이글거리는 건물은 인상주의 대표 화가인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가 그린 루앙 대성당이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 있는 루앙 대성당은 중세 프랑스의 찬란했던 문화를 증명하는 거대한 석조 건축물이다. 1063년 세워진 로마네스크식 성당 위에 1200년 공사를 시작해 1544년 완공될 때까지 여러 번 증축해서 고딕 양식의 여러 시기를 보여준다. 모네는 1892년, 루앙 대성당의 맞은편 건물에 약 1년 동안 머물면서 성당의 정면 그림만 30여 점을 그렸다.

같은 방향에서 바라본 같은 건물을 그렸지만 작품은 모두 다르다. 맑은 날과 흐린 날, 동틀 무렵과 해 질 녘, 한여름과 한겨울에 바라본 대성당이 그때마다 제각각 다른 빛을 발산했기 때문이다. 검푸른 빛이었다가 화려한 핑크색이 되기도 했고, 붉게 타오르다가 차분한 청회색으로 가라앉기도 했다. 이처럼 모네는 계절·날씨·시간대에 따라 끝없이 변화하는 색(色)과 빛의 향연을 그려냈다.

만약 모네가 루앙 대성당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묘사하고 싶었다면 장엄한 고딕 양식의 회색 건물을 한번 그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네에게 중요한 건 특정 순간에 그 건물이 '어떻게 보이는가'였다. 그는 '회색 건물'이라는 고정 관념에 가려져 쉽사리 보이지 않는 색채의 변주를 잡아내는 놀라운 눈의 소유자였다. 오죽하면 동료 화가 세잔이 "모네에게는 눈밖에 없다"고 했을까.

그러던 모네가 예순을 넘기면서부터 백내장을 앓았다. 세상의 모든 색은 침침하고, 어느 것 하나 뚜렷하지 않았으며, 양쪽 눈이 각각 색을 다르게 보았다. 그러나 그는 물감 색마저 구분할 수 없게 된 두 눈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여든 살이 넘도록 그림을 멈추지 않았다. 밝은 눈을 잃은 화가가 그려낸 세상은 여전히 놀랍도록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