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17 23:07
토요일 밤 '유로 2012' 축구대회에서 그리스는 숙적 러시아를 1-0으로 꺾었다. 전반 인저리 타임에 하프라인을 넘은 그리스 수비수 토로시디스가 오른쪽에서 스로인을 해주자 공을 받은 주장선수 카라구니스가 페널티 박스 안까지 파고든 뒤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대포알 같은 공은 러시아 골망을 뒤흔들었다. TV를 지켜보던 아테네 시민은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왔다. 날이 밝으면 국가 명운을 결정지을 투표장에 가야 한다는 것도 잊은 듯했다.
▶세계는 유럽 재정 위기에 애가 닳아 있건만 정작 유럽인들은 유로 2012 축구에 푹 빠져 있다. 지난주엔 스페인 은행들이 최대 1000억유로의 긴급 수혈을 받게 됐고, 스페인 국채 금리가 장중 7%를 넘어섰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그 와중에도 마드리드의 술집과 카페는 축구팬들로 넘쳐났다. 스페인이 아일랜드를 4-0으로 이기자 온 나라가 들끓었다. 이탈리아와 경기를 비긴 날은 축구가 신문 1면 톱이었고,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는 기사는 밑에 깔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럴 만했다. 스페인 총리는 구제금융 신청에 관한 기자회견을 한 지 1시간도 안 돼 스페인-이탈리아전이 열린 폴란드의 그단스크로 날아가 경기를 지켜봤다. 스페인이 동점 골을 넣었을 때는 라호이 총리가 환호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다. "총리가 구제금융보다 축구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모든 것을 경제장관에 떠넘기는 비겁자다"는 비판이 일자 라호이 총리는 "2시간만 있다 돌아오겠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세계는 유럽 재정 위기에 애가 닳아 있건만 정작 유럽인들은 유로 2012 축구에 푹 빠져 있다. 지난주엔 스페인 은행들이 최대 1000억유로의 긴급 수혈을 받게 됐고, 스페인 국채 금리가 장중 7%를 넘어섰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그 와중에도 마드리드의 술집과 카페는 축구팬들로 넘쳐났다. 스페인이 아일랜드를 4-0으로 이기자 온 나라가 들끓었다. 이탈리아와 경기를 비긴 날은 축구가 신문 1면 톱이었고,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는 기사는 밑에 깔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럴 만했다. 스페인 총리는 구제금융 신청에 관한 기자회견을 한 지 1시간도 안 돼 스페인-이탈리아전이 열린 폴란드의 그단스크로 날아가 경기를 지켜봤다. 스페인이 동점 골을 넣었을 때는 라호이 총리가 환호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다. "총리가 구제금융보다 축구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모든 것을 경제장관에 떠넘기는 비겁자다"는 비판이 일자 라호이 총리는 "2시간만 있다 돌아오겠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스페인과 그리스에선 젊은이 둘 중 하나가 실업 상태다. 그들에게 축구 재미마저 뺏는다면 너무 야박할까. 그리스 대표팀 주장은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못 이긴 러시아를 꺾은 뒤 "정말 마술 같은 순간이다. 그리스인들에게 위대한 밤이다"고 했다. 유럽 경제의 '위대한 밤'은 언제 올 것인가. 세계 경제에 희망을 선물할 마술 같은 역전 골은 언제 터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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