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15 22:28
1861년 독일 바이에른에서 길이 48㎝짜리 낯선 화석이 발견됐다. 꼬리가 긴 공룡 화석 같았지만 새처럼 부리가 튀어나왔고 앞다리에 깃털 자국이 뚜렷했다. 새와 공룡의 특징을 고루 지닌 시조새 화석이었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진화론을 주장한 지 2년 만에 그 주장을 확실하게 입증할 발견이었다. 진화론자들은 시조새 화석을 가리켜 "파충류가 조류(鳥類)로 진화한 증거"라고 반겼다. 그러나 창조론자들은 새가 아니라 '녹색 도마뱀' 화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시조새 화석은 끊임없는 논쟁거리가 됐다. 1985년엔 시조새보다 7000만년 더 오래된 원시 조류의 화석이 나왔다. 공룡이 새로 진화한 게 아니라 새의 조상은 따로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2011년 중국과학원 연구진은 '시조새가 깃털 달린 두 발 공룡일 뿐 새의 조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논문을 과학 잡지 네이처에 실었다. 그러자 올 1월 미국 브라운대 연구팀은 시조새 깃털이 검었고 요즘 새의 깃털과 매우 비슷하다고 밝혔다. 공룡이 날기 시작하면서 날개에 힘을 더하고 바람을 이겨내도록 깃털 구조가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시조새는 우리 고교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대표하는 근거로 다뤄졌다. '시조새는 날개엔 비늘이, 부리엔 이빨이 있어 파충류에서 조류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 생물로 추정된다.' 이 시조새 부분이 교과서에서 빠진다고 한다. 창조론을 지지하는 단체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가 "화석 기록에는 시조새를 포함해 어떤 중간 종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교과부에 청원서를 냈기 때문이다. 교과서 출판사들은 시조새 부분을 수정·삭제하기로 했다.
▶진화학자들은 시조새 삭제에 반대하는 청원을 교과부에 내 맞불을 놓았다. "시조새 화석만으로 현대 조류의 기원을 설명하긴 어렵지만 공룡과 새의 가까운 관계를 풀이하는 근거가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진화학계에서도 시조새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있다. "대부분 진화학자도 시조새 화석을 진화론의 '명백한' 증거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진화학자들은 시조새 삭제가 진화론을 부정하는 데 이용될까봐 걱정한다.
▶진화학자들은 이번 기회에 시조새처럼 논란이 크고 낡은 가설로는 진화론을 가르치지 말자는 의견도 내놓는다. 진화학자 사이에도 '진화가 서서히 이뤄졌다'는 입장과 '진화가 갑자기 일어났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다양한 이론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진화론과 창조론이 맞서 과학과 종교 논쟁을 소모적으로 벌이는 건 과학 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 '계속 진화하고 있는 진화론'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과학 교과서를 잘 만드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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