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프랑스 '퍼스트 걸프렌드'

yellowday 2012. 6. 16. 18:50

입력 : 2012.06.14 22:16

미테랑 대통령은 국빈 만찬을 대개 밤 10시쯤 끝냈다. 배웅은 엘리제궁 앞 돌계단에서 했다. 2층 대연회장 불이 꺼지고 직원들마저 퇴근한 10시 반쯤 흰색 르노 승용차 한 대가 조용히 엘리제궁을 빠져나갔다. 대통령 부인 다니엘이 탄 차다. 그녀는 미테랑 재임 14년 동안 한 번도 엘리제궁에서 잔 적이 없다. 늘 만찬장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손님이었고, 센 강 남쪽 아파트에서 따로 살았다. 미테랑 곁은 숨겨놓은 둘째 부인 안 팽조가 지켰다.

▶당시 엘리제궁 비서실장이 훗날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를 지낸 자크 아탈리다. 1981년 아탈리는 풋풋한 남녀 신참 보좌관을 여럿 받았다. 지금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앞서 대통령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도 그때 보좌관이었다. '공식 행사는 함께, 잠자리는 따로' 갖는 대통령 부부를 보고 올랑드와 루아얄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눈이 맞은 둘은 그 무렵부터 2007년 루아얄이 대선에 나설 때까지 동거 커플로 함께 살았다. 애도 넷이나 낳았다.

▶올랑드는 루아얄과 정식으로 헤어지기 전부터 방송사 정치부 기자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와 애인 사이였다. 엘리제궁 안주인이 된 발레리가 엊그제 올랑드의 옛 동거녀 세골렌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녀는 17일 치르는 2차 총선에서 세골렌과 맞붙은 팔로르니 후보를 응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자격 있는 후보 팔로르니가 용기를 갖기를. 그는 여러 해 동안 지역구민을 위해 헌신해왔다'. 사회당 대통령과 살고 있는 퍼스트레이디가 같은 당 총선 후보의 적(敵)을 지지한 꼴이다.

프랑스 언론도 처음엔 너무 황당해서 트위터가 해킹당한 게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언론은 '발레리가 올랑드와 루아얄의 복잡한 정치적 관계를 질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대통령 당선 축하 행사 때 올랑드가 루아얄 뺨에 키스하자 발레리는 자기 입술에 해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TV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영국 신문들은 그녀를 '퍼스트 걸프렌드'라고 낮춰 부르며 신바람이 났다.

▶프랑스 대통령 부인들은 좀 유별나다. 레지스탕스 출신인 미테랑 부인 다니엘은 중남미 좌파 게릴라들과 친했다. 피델 카스트로와 깊은 포옹을 나누는 사이였다. 대통령궁 엘리제는 루이 15세가 후궁 퐁파두르에게 선물했던 궁이다. '첩이 사는 곳'이라는 얘기가 이미 그때 나왔다. 터 탓일까. 전임 대통령 사르코지의 부인 브루니는 가는 곳마다 묵은 염문이 터져 나왔다. 가수였을 때 찍은 누드 사진은 스캔들 축에도 못 끼었다. 그런 브루니보다 '발레리가 한 술 더 뜬다'고 입방아들이다. 프랑스 국민은 심심할 틈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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