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가정 폭력

yellowday 2012. 4. 30. 20:31

입력 : 2012.04.29 23:09

무라키미 하루키 소설 '1Q84'에서 여주인공 아오마메는 살인청부업자다. 스포츠센터 무술 강사로 일하며 '세이프 하우스'가 지목한 폭력 남편들을 죽인다. '세이프 하우스'는 돈 많은 할머니가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을 위해 만든 피신처다. 할머니의 딸은 남편에게 폭행당한 끝에 자살했다. 아오마메의 어릴 적 단짝도 남편에게 얻어맞다 목숨을 끊었다. 소설은 법도 사회도 해결해주지 않는 가정 폭력을 사형(私刑)으로라도 단죄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분노를 깔고 있다.

▶마릴린 먼로는 남편 조 디마지오를 "나의 타자(My hitter)"라고 불렀다. 디마지오가 뉴욕 양키스 강타자여서 아무도 이 말을 이상하게 듣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애칭(愛稱)이 아니었다. 질투심이 유별났던 디마지오는 걸핏하면 주먹을 휘둘렀다. 먼로는 얼굴에 난 멍을 짙은 화장으로 감춰야 했다. 남편의 손찌검에 떨다 술과 약물에 손대면서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 가수 마돈나도 남편 숀 펜에게 쇠사슬로 묶여 폭행당했다. 가정 폭력은 스타의 침실도 비켜 가지 않는다.

▶18세기 영국 법을 체계화한 윌리엄 블랙스톤의 명저 '영국법 주석'에조차 이런 대목이 있다. '남편은 아내에게 적절한 벌을 줄 수 있다. 법이 하인이나 자녀를 벌하게 한 합리적 범위에서 아내에게 가정 내 처벌을 할 권리가 있다.' 블랙스톤은 '합리적 범위'에 채찍이나 곤장으로 때리는 것까지 포함했다. 역사에 오래 묵은 고정관념은 지금도 살아 있다. 러시아만 해도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은 사랑한다는 뜻'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 인식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0년 여성부 조사에서 폭행당한 여성의 51%가 "가정문제여서 외부에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조사에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이런 순서로 꼽았다. '심각하지 않아서' '창피해서' '차마 배우자를 신고할 수 없어서' '자식이 상처를 입을까 봐' '신고해도 소용없어서'…. 신고받은 경찰도 절반은 "집안일이니 서로 잘 해결하라"며 돌아갔다. 아예 출동하지 않은 비율도 18%에 이르렀다.

▶가정폭력방지법이 개정돼 5월 2일부터는 출동한 경찰이 집 문을 따고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부부가 뭐라고 손을 내젓든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가족들 스스로 '가정을 무너뜨리는 폭력은 범죄'라는 생각을 새겨야겠다. 사람은 가정에 있을 때 가장 착하다고들 말한다. 가정은 얻는 곳이 아니고 서로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정을 이끌어가는 것은 지배와 복종이 아니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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