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02 23:05
젊어 읽은 책은 평생 영혼을 쥐고 흔든다. 곽재구 시인은 스무 살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처음 읽었다. 예순 살이 넘은 주인공 조르바의 호탕한 삶에 이내 사로잡혔다. 그는 소설 무대인 크레타섬에 가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삼십 년이 지나서야 꿈을 이룬 그는 카잔차키스의 무덤을 찾아 묘비명을 읽으며 청춘의 꿈을 다시 떠올렸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1915년 카잔차키스는 뜨내기 노동자 조르바를 만났다. 책상물림 카잔차키스는 경험 많은 조르바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1942년 조르바가 세상을 뜨고 네 해 뒤 카잔차키스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냈다. 청년 작가가 항구에서 조르바를 만나 함께 크레타섬으로 가 광산업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르바는 춤을 잘 추고 여자를 유혹하는 데 선수다. 풋내기 청년 작가는 그런 조르바의 자유분방한 삶에 매료되지만 광산이 망하자 각자 길을 간다.
▶1915년 카잔차키스는 뜨내기 노동자 조르바를 만났다. 책상물림 카잔차키스는 경험 많은 조르바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1942년 조르바가 세상을 뜨고 네 해 뒤 카잔차키스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냈다. 청년 작가가 항구에서 조르바를 만나 함께 크레타섬으로 가 광산업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르바는 춤을 잘 추고 여자를 유혹하는 데 선수다. 풋내기 청년 작가는 그런 조르바의 자유분방한 삶에 매료되지만 광산이 망하자 각자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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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는 1974년 국내에 소개된 뒤 열성 독자를 거느려왔다. 배우 최불암은 "꼭 연기해보고 싶은 인물이 조르바"라고 했다. '2~3년마다 되풀이해 읽는 청춘의 보약'이라고 한 독자도 있다. 서너 가지 번역본 중에 이윤기가 옮긴 책이 2000년부터 지금까지 20만부가량 팔렸다. 띄엄띄엄 나가던 이 책이 지난 한 달 사이 3만부나 더 찍어 베스트셀러 13위에 올랐다. 조선일보의 고전 읽기 시리즈 '파워 클래식'에 추천도서로 오른 뒤 일어난 현상이다.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이 책이 던지는 '자유'라는 질문에 견디다 못해" 얼마 전 대학에 사표를 냈다. 엊그제 열린 '그리스인 조르바' 북 콘서트에 참석한 독자 중엔 여든한 살 시각장애인도 있었다. 그는 낭독 봉사자가 책을 읽어준 덕분에 조르바에 눈을 떴다고 했다. 조르바는 행복의 기준을 재산과 학벌, 지위에 맞추는 우리 사회에 드문 자유인이다. 요즘 '조르바 열풍'은 현실에서 외면당할 문제아를 소설 독자들이 반기는 현상이다. 세상이 얼마나 팍팍하고 갑갑하기에 대중이 소설에서 내면의 자유를 꿈꾸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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