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해양 영토 전쟁

yellowday 2012. 5. 4. 16:47

입력 : 2012.05.01 23:14

1879년 일본은 군대도 없던 류큐(琉球)왕국을 병력 단 500명으로 점령해 자기네 땅 오키나와(沖繩)로 만들었다. 일본이 얻은 것은 제주도 3분의 2 크기, 1207㎢ 섬에 불과했지만, 실제로 노린 것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오키나와 주변 바다 140만㎢였다. 일본은 1898년에는 태평양 섬 미나미토리시마(南鳥島)를 영토로 편입해 일본 전체 면적 38만㎢보다 넓은 배타적경제수역(EEZ) 43만㎢를 확보했다.

▶일본의 속내를 간파한 것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오키나와 병합 한 달 뒤 미국의 그랜트 전(前) 대통령은 청나라 리훙장(李鴻章)을 만나러 태평양을 건넜다. 그는 "오키나와가 일본 손에 들어가면 패권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간다"고 경고했다. 리훙장은 "섬 몇 개로 패권이 바뀐다니 무슨 말이냐"고 무시했다. 이 오판(誤判)이 20세기 중국과 일본의 운명을 갈랐다. 오키나와 바다를 확보한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 1910년 조선 강제 병합, 1937년 중일전쟁으로 대륙 전체를 노렸다.

▶2차대전 이후에도 일본의 바다 욕심은 계속됐다. 일본은 1987년부터 도쿄에서 남쪽으로 1740㎞ 떨어진 암초 오키노토리를 섬으로 바꾸는 공사를 벌였다. 만조(滿潮) 때 70㎝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암초에 철제 블록을 쌓고 그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 인공 섬으로 개조했다. 일본이 억지로라도 섬 모양을 갖춰놓은 것은 주변 200해리에서 EEZ와 대륙붕 권한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해양법협약은 EEZ 설정 기점으로 암초를 인정하지 않는다.

▶해양 영토 욕심에선 중국도 일본 못지않다. 중국은 1988년 남중국해 영서초(永暑礁)라는 바위섬을 점령했다. 영서초는 만조 때 한 평 남짓 수면 위로 드러나는 미니 섬이었지만 중국은 이곳에 인공 섬을 구축하고 헬기 착륙장을 비롯한 군사시설을 들였다. 중국은 난사군도 다른 섬에도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중국의 힘에 밀린 베트남과 필리핀은 최근 미국과 함께 인근 해역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일본은 얼마 전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가 오키노토리를 섬으로 인정해 주변 대륙붕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난사군도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 중이다. 오키노토리, 센카쿠에서 중·일이 맞붙고 남중국해에선 미·중이 맞선다.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고 중국은 우리 EEZ 안의 이어도에 침을 흘린다. 이 뜨거운 바다의 중심에 있는 우리는 해양 영토 방위 기지가 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서로 멱살잡이를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속으로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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