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古詩 漢詩

여행하는 도중에 쓴 글-이풍익

yellowday 2011. 3. 24. 19:21

우리 선조들의 시 한수 올립니다. 사람들은 모두 중국의 유명한 시들만 시로 인정하고 다투어 번역하여 올립니다. 이것도 일종의 배외사상의 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선인들의 시 중에는 우리의 피부에 와 닿는 글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조상들의 글은 뒷전으로 밀어 놓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주로 우리 선조들의 시문을 찾아 번역하곤 합니다.

    아래 글도 한번 감상해 보십시오. 가로수 늘어서 있는 들판길이 개울을 건너 먼 산으로 뻗어 있으면 소실점을 이룬 가로수는 마치 산의 사랍문처럼 보이지요. 그 길로 들밥을 이고가는 이느 여인의 치마자락을 똥개가 졸졸 따라가고요, 꿩 한 마리는 나무꾼의 도끼 소리에 놀라껄껄푸드득 날아가는 풍경 보이지 않습니까?

  세상 고난 다 떨쳐버리고  훵헐 떠난 나그네 만약 가다가 잠잘때만 있다면 달 뜨는 밤 중에 다음 마을로 간들 어떻겠습니까?  잠자리가 마땅치 않던 옛날에는 길가다가 여관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런 것을 상상하며 다음 글을 한번 감상해 보시라고 여기 올렸습이다.
                                               

  도상잡제道上雜題(여행하는 도중에 쓴 글)


             작자 : 육완당 이풍익六玩堂 李豊瀷

             번역 :  청계자 조면희淸溪子 趙冕熙


野逕溪橋入翠微,   들길이 시내 다리 건너 먼 산으로 뻗어 들어가니,

林容隱若畵中扉.   산 위의 숲이 으슴푸레 해 그림 속의 사립문 같네.


山鷄驚斧樵童過,   꿩은 나무꾼의 도끼 소리에 놀라 푸두둑 날아가고,

村犬隨裙饁婦歸.   개는 점심밥 광주리를 인, 아낙네를 따라 돌아오네.


一任止行離世網,   오고 가는 일 자유로우니 세속의 틀에서 벗어났고,                  

百無拘束見天機.   아무런 구애될 것 없으니 자연의 이치를 깨닫겠네.


如過十里多村店,   앞으로 십 리쯤 더 가서 잠잘 여관만 많이 있다면

緩步何防趁月輝.   달이 뜰 때까지 천천히 걸어간들 무엇이 방해 되랴.


작자소개 : 이풍익 [ 李豊瀷 ] 1804(순조 4)∼1887(고종 24). 조선 말기의 문신. 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자곡(子穀), 호는 육완당(六玩堂). 아버지는 존우(存愚)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