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52] 코린트의 아가씨

yellowday 2012. 2. 25. 07:20

코린트의 아가씨


입력 : 2012.02.21 22:43


고대 로마의 학자였던 대(大) 플리니우스는 그의 '박물지'에 인류 최초로 드로잉을 남긴 고대 그리스
코린트섬의 한 여인에 대한 전설을 기록했다. 그녀는 연인이 다음날 머나먼 타국으로 위험한 여행을 떠나게 되자, 
그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잠든 연인의 벽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 그림을 그려두었다고 한다.

영국 화가, 조지프 라이트(Joseph Wright·1734~1797)의 1785년 작 '코린트의 아가씨'(사진)는 바로 그 장면을 보여준다. 

붉은 커튼에 가려진 불빛이 청년의 단정한 옆모습을 비추자 뚜렷한 그림자가 벽에 나타난다. 여인은 호흡마저 잠시 멈춘 듯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가 간절하게 붓을 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여인의 아버지는 도공(陶工)이었다. 

아버지는 딸이 그린 드로잉을 그대로 흙으로 빚어 낮은 부조(浮彫)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화면 오른쪽에서 붉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도자기를 구워내는 가마다.

이 그림을 주문한 이는 지금도 명품 도자기 회사로 유명한 웨지우드(Wedgwood)사의 설립자 조사이어 웨지우드다. 

웨지우드에게 코린트의 아가씨는 도자기 장식의 유구한 기원을 증명하는 의미 깊은 전설이었다. 

한편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미술비평가였던 디드로는 '백과전서'에서 '코린트의 아가씨'를 예로 들어 

모든 회화의 기본은 윤곽선(線)이며, 색채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공도 화가도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그림은 멀리 떠나가는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은 아주 평범하고도 

절실한 심정을 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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