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31 22:38
1410년경, 작가 크리스틴 드 피잔(Christine de Pizan·1363~ 1430년경)이 프랑스 왕비 이자보에게 자신의 작품집을 헌정한다. 이 그림〈사진〉은 바로 그 책에 삽입된 헌정 장면이다. 여인들의 차림새와 실내 장식은 당시 궁정 여인들이 누렸던 극도의 사치를 보여준다.
크리스틴은 유럽 역사상 최초로 이름을 날린 여성 작가다. 왕실 연금술사였던 아버지를 통해 일찍부터 인문 교육을 받았던 그녀가 전업 작가가 된 건 남편이 사망한 뒤부터였다. 세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싱글워킹맘'의 악조건을 딛고 귀족들을 매혹시킨 연애담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던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가 바로 이자보였다.
크리스틴은 유럽 역사상 최초로 이름을 날린 여성 작가다. 왕실 연금술사였던 아버지를 통해 일찍부터 인문 교육을 받았던 그녀가 전업 작가가 된 건 남편이 사망한 뒤부터였다. 세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싱글워킹맘'의 악조건을 딛고 귀족들을 매혹시킨 연애담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던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가 바로 이자보였다.
현대의 학자들은 크리스틴을 '최초의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회에 공헌한 역사 속 여성들을 찾아내고, 당대 여성들에게 사회에 보탬이 될 자질을 갖출 것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틴은 아마도 심한 정신질환을 앓던 남편 샤를 6세를 대신해 국정을 운영하던 이자보가 이상적인 역할모델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자보는 영국과의 백년전쟁 중 프랑스의 왕위를 영국에 넘겨주는 트루아 조약에 서명하고 악명을 얻었다. 트루아 조약은 이후 잔 다르크가 등장해 프랑스가 우위를 회복한 후에 무효화됐다. 후대 사람들은 이자보가 팔아넘긴 나라를 잔 다르크가 찾아왔다고 했다. 크리스틴이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글은 잔 다르크를 칭송하는 시였다. 손바닥만 한 그림 속, 보석같이 예쁜 그녀들의 모습 뒤에 숨겨진 중세 여인들의 삶은 이렇게 폭풍처럼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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