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24 22:38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우르(Ur)는 오늘날의 이라크 남부에 위치한 도시 국가였다. 우르를 지배하던 수메르인들의 왕 메스칼람둑의 무덤에서 발굴된 이 리라〈사진〉는 일종의 하프로, 소리통에 황금으로 만든 염소 머리와 자개판이 붙어 있다. 네 칸으로 나뉜 자개판은 마치 이솝 우화의 그림책처럼 온갖 동물들이 사람같이 일어나 걷고 행동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제일 하단에는 전갈 꼬리를 한 남자가 서 있고, 그 뒤에는 큰 병에서 따른 음료를 컵에 담아 들고 있는 가젤이 있다. 그 위칸에 바로 염소 머리를 단 큰 리라가 있다. 리라를 끼고 앉아 현을 뜯는 연주자는 당나귀다. 그 위로는 잔칫상에 올릴 갖은 고기와 음료를 나르는 동물들이 있다. 허리에 칼을 찬 하이에나가 요리사일 텐데, 사실 상 위에 얹힌 돼지머리나 양 머리고기와 요리사의 모습 사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역시 두 다리로 서서 걷는 사자가 큰 술병을 들고 뒤를 따른다. 제일 상단에서는 거인이 거칠게 발길질하는 야수 두 마리를 양 팔로 휘어잡고 있다. 이와 같은 모습은 초인적인 영웅을 상징하는 모티프로 고대 문명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리라는 왕의 장례 의식에 사용된 후, 부장품으로 무덤에 안치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그림 속의 동물들은 이승과 저승 사이의 경계를 지키는 수호신들로서, 지금 바로 지하세계의 신에게 사자(死者)를 인도하는 향연을 벌이는 중이다.
리라의 제작 연대는 기원전 2550~2400년경이다. 바로 그즈음에 한반도에서는 곰이 100일 동안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고 여자가 되어 단군을 낳았다. 당나귀가 리라를 연주하고 사자가 술을 따른들, 크게 놀랄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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