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춤
새벽의 여신 오로라의 인도를 받으며 태양신 아폴로의 황금빛 마차가 하늘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그 아래 한가로운 전원에서는 날개를 단 노인이 리라를 연주하고, 그 음악에 맞추어 네 사람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추고 있다. 1638년경, 당시 추기경이었던 줄리오 로스필리오시가 프랑스의 화가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에게 주문한 그림, '시간의 춤'〈사진〉이다. 이후 교황 클레멘트 9세가 된 로스필리오시는 유능한
신학자였을 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는 스스로 이 작품의 주제를 세밀하게 고안하여 화가에게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개를 단 노인은 시간이다. 그 앞에서 천진하게 시간을 보내는 아기들은 각각 모래시계와 비눗방울을 들고 있다.
언젠가 끝나게 마련인 유한한 인생의 상징이다. 시간의 곡조에 맞추어 영원히 멈추지 않을 춤을 추는 이들은 각각
빈곤, 노동, 부(富), 쾌락의 상징이다. 가난한 이도 열심히 일하면 부와 쾌락이 따라온다. 그러나 쾌락에 빠져들면
또다시 빈곤이 찾아오는 것이 삶이라는 뜻이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쾌락'에서 그대로 멈추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그런 일은 대체로 없다.
왼쪽의 기둥 위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는 두 얼굴의 신, 야누스(Janus)상이 있다. 새로운 시작과 다른
곳으로의 이동을 상징하고, 따라서 문지방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 야누스는 새해의 첫 달, 1월(January)의 어원이다.
곧 새 해가 뜨고, 1월이 온다. 모두 번잡했던 연말을 뒤로하고, 다시 시간의 연주에 맞추어 열심히 춤을 추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 차례는 되도록 부나 쾌락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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