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쓴 남자 셋이 한 이불 아래 자고 있다. 천사가 그 중 한 명을 깨우며 밝게 빛나는 별을 가리킨다. 갓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에게 경배하기 위해 별을 따라왔다는 성경 속 동방박사를 표현한 이 조각〈사진〉은 12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유럽 로마네스크 양식을 대표하는 프랑스 오텅의 성(聖) 라자로 교회를 장식하고 있다.
동방박사의 이야기는 마태복음에 나오는데, '동방의 현자들'이 베들레헴으로 와서 아기 예수에게 세 가지 선물을 바쳤다는 기록뿐 그들이 누구이며 몇 명이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없다. 페르시아에서 온 세 명의 왕이라는 것이 정설이 된 것은 후대의 일이다. '박사'는 라틴어 '마구스(magus)'를 번역한 말로, 천문을 읽을 줄 아는 점성술사를 뜻한다. 크리스마스트리의 제일 꼭대기를 차지하는 큰 별이 바로 그들을 인도했던 '베들레헴의 별'이다.
성 라자로 교회의 정면 상단을 장식하는 조각에는 "기젤베르투스(Giselbertus)가 이것을 만들었다"고 새겨져 있다. 조각 대부분이 기젤베르투스의 작품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중세에 장인의 신분에 불과했던 조각가가 자신의 이름을 작품에 남긴 예는 드물기 때문에, 혹자는 '기젤베르투스'가 조각가가 아닌 봉헌자의 이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조각은 명료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면서도 순수한 인간의 감정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손가락 끝으로 살포시 잠을 깨우는 천사의 손길, 그 손길에 두 눈을 번쩍 뜬 동방박사의 얼굴에서는 성스러운 임무에 대한 사명감과 긴장감이 서려 있다. 투박하지만 순수한 감정. 그것이 중세 미술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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