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42] '샤를 대제의 창'

yellowday 2011. 12. 14. 02:10

'샤를 대제의 창'


긴 모피코트를 펼쳐든 상인의 모습이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져 있다. (사진)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의 제단 뒤편에 있는 

'샤를 대제의 창(窓)' 제일 하단에 위치한 장면이다. 13세기 초 제작된 이 그림은 모피상의 길드가 이 창을 봉헌했음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서명(署名)'이다.

샤르트르 대성당은 현존 최고(最古)의 고딕 시대 스테인드글라스를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웅장한 176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창 중 최고의 수작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샤를 대제의 창'이다. 이 창엔 중세 프랑스의 기사도 문학을 대표하는 

'롤랑의 노래'에 등장하는 샤를 대제(Charlemagne·742~814)와 그의 충성스러운 기사 롤랑의 무용담이 그려져 있다.


프랑크족이 세운 카롤링거 왕조의 2대 왕으로 즉위한 샤를 대제는 수차례의 원정을 거치면서 서유럽 대부분을 장악했고, 

기독교를 통해 서로마 멸망 이후 분열되었던 서유럽의 문화를 통합하고자 노력했다. 마침내 교황으로부터 '서로마 황제'로 

인정받았던 전설적인 영웅 샤를 대제는 '롤랑의 노래'를 비롯한 수많은 중세 문학에 등장한다. 

그 중 '신곡'에서 단테는 믿음을 지킨 전사들의 영혼이 거하는 다섯 번째 천국, 화성천(火星天)에서 샤를 대제를 보았다고 했다.

생전의 샤를 대제는 그 대단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소박한 프랑크족의 전통 복장을 고집하여, 아주 특별한 행사를 

제외하고는 늘 거친 마직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를 기리는 창을 다름 아닌 모피 상인들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봉헌했다니 

샤를 대제가 화성천에서 내려다보았다면 크게 웃었을 것이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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