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29 23:01
2010년 영국 노동당 대표 선거에서 마흔다섯 살 데이비드 밀리반드와 마흔 살 동생 에드 밀리반드가 경쟁했다. 13년 만에 보수당에 정권을 내준 노동당은 중도 성향 형 대신 노선이 선명한 동생을 선택했다. 110년 전통을 지닌 노동당의 운명을 갓 마흔 된 정치인에게 맡긴 것이다. 그러나 동생 에드는 노동당에서 보낸 세월이 그때 이미 23년에 이르렀다.
▶에드 밀리반드는 좌파 이론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열일곱 살에 입당했다. 옥스퍼드대를 다니면서도 노조 지도층과 교류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의 연설 보좌관, 재무부 경제 보좌관, 에너지·기후변화 장관을 지낸 그를 두고 정치 경력이 얕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었다. 블레어 전 총리도 스물두 살 때 노동당에 입당해 마흔한 살에 당대표가 됐다. 보수당의 캐머런 총리도 스물둘에 입당해 서른아홉에 대표가 됐다.
▶일본 정계엔 아버지 지역구를 아들이 물려받는 세습 전통이 강하다. 정치인이 젊다 싶으면 그 뒤엔 으레 아버지가 버티고 있다. 그런 세습 정치에 변화를 부른 것이 정치 엘리트 스쿨 '마쓰시타 정경숙(政經塾)'이다.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1979년 지도자를 체계적으로 키우겠다며 세워 22~35세 청년을 받아들였다. 졸업생 248명 중 112명이 정계에 진출했고 현역 의원만 38명이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차기 총리 후보 마에하라 세이지도 마쓰시타 출신이다.
▶우리 여야가 4월 총선에서 20~30대, 이른바 2030 세대 인재를 비례대표 상위에 배정하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스물일곱 살 이준석씨를 비대위원으로 영입한 데 이어 2030 세대 공천 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연예인 오디션 방식으로 20~35세 청년 비례대표를 뽑겠다더니, 지원자가 적고 함량도 떨어져 당 안에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서구 정당은 청년·대학생 조직을 통해 예비 정치인을 받아들이고 그중에서 능력이 검증된 인재를 지도자로 키운다. 노장의 경험과 신진의 참신함이 어우러져 정당은 활기를 얻는다. 우리처럼 젊은 표를 얻겠다고 선거 때마다 얼굴이 알려진 인기인을 데려오거나 '젊은 피'를 수혈하는 이벤트를 벌이지는 않는다. 국민이 신뢰하는 정당, 자기 미래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정당이라면 젊은 인재는 제 발로 찾아온다. 그런 정당을 만드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