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부조리와 씨름했던 작가 알베르 카뮈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소설 '이방인'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주인공 뫼르소는 자신을 다독이려는 신부(神父)의 멱살을 잡아 흔든다. 소설 '페스트' 주인공은 전염병에 걸린 어린아이를 보면서 신부에게 항의한다. "저 애는 아무 죄 없이 죽어간다. 신은 없다."
▶현대 작가들은 작품 속에 신을 끌어들이기를 주저하지만 작품 속 주인공은 절체절명의 순간엔 신에게 다가간다. 작품 속 주인공만이 아니라 주인공을 만들어내는 작가도 때론 같은 길을 걷는다.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술에 빠졌다. 글도 버렸다. 1980년 그는 어둠 속에 떠 있는 '흰 손'을 봤다. 그 후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며 창작에서 손을 떼고 신앙 간증을 하러 나섰다.
▶지난해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는 1985년 쉰넷에 가톨릭의 문을 두드렸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의사에게 맡겨 장례를 치르니 너무 그로테스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사후에는 그런 대접을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쫓겨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1996년부터 2년 동안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식지 '서울주보'에 신앙 에세이를 실었다. '주님, 빛이 되려면 제 몸을 태워야 하니 저는 빛이 되기를 사양하겠습니다. 주님의 빛을 따라다니는 해바라기가 되겠습니다.'
▶최인호는 '주님께서 우리를 벼랑 끝으로 부르시는 것은 우리가 날개를 가진 거룩한 천사임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이라며 항암 치료의 고통을 이겨냈다. '내 몸은 목판의 엿가락. 엿장수인 주님 뜻대로 하소서'라고 했다. 신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투항(投降)이 아니라 용기다. 최인호의 순명(順命)에서 작가의 또 다른 용기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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