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를 지냈던 프레드릭 미시킨 컬럼비아대 교수는 2006년 아이슬란드 금융시장에 대한 보고서에서 "금융자유화가 크게 진전됐고 정부의 규제·감독 시스템도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아이슬란드 금융시장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 바람에 미시킨은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그는 보고서를 쓸 때 아이슬란드 측으로부터 12만달러를 받은 사실도 숨겼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레이건 대통령 수석경제보좌관 시절 금융시장 규제 완화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금융위기 때 무너진 보험회사 AIG 등의 이사를 겸임하면서 수백만달러를 벌었다. 부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을 지낸 글렌 허버드는 증권사기죄로 입건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간부들을 변호하는 증언으로 10만달러를 받았고, 메트라이프를 비롯한 금융회사 이사·자문위원을 맡아 매년 수십만달러를 벌었다.

▶2010년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파헤친 다큐 영화 '인사이드 잡(Inside Job)'이 개봉되자 경제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영화는 금융위기를 몰고 온 월스트리트 내부의 부패와 탐욕을 고발하면서 경제학자들을 조연으로 출연시켰다. 영화는 금융 규제완화를 주장해온 저명 경제학자들이 대부분 이사·고문·자문위원으로 월스트리트와 연결돼 막대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경제학은 금융위기를 예견하지 못했고 사후대책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젠 거기에다 부패 혐의까지 받게 됐다. 결국 회원 1만7000여명의 세계 최대 경제학자 모임인 미국경제학회(AEA)가 1년 논의 끝에 최근 윤리강령을 채택했다. 학술지에 논문을 실으려면 연구비를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상세히 밝히고, 기업과 정부에서 맡은 유급(有給) 직책은 물론 무급(無給) 자리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에서도 경제학자들의 '외도(外道)'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1970년대 우리 사회의 외자(外資) 비판과 재벌 망국론(亡國論)에 대응해 일부 재벌이 재단을 설립하고 대학교수들에게 연구비와 번역비 등을 지원하기 시작한 게 그 계기다. 그때부터 국내 학계에선 '○○그룹 장학생' 같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경제학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국내 경제학계가 스스로 윤리 기준을 세울 때가 됐다.